에르세르 대륙(完)(117)
-
[카이로스] 세월보다 긴 영원
단풍잎이 우리 두 사람의 재회의 증인이 되어주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는 떨어지지 않기를. 그에게 미래가 없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택하기로 결정했다. 신비한 존재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비한 목소리] 어려운 길을 선택했구나. 그게 네 뜻이라니 존중은 하겠다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어둠 깊은 곳에 잠겨버 렸다. 보통 의지로는 되찾을 수 없을 것이야. 줄곧 날 이끌고 길을 알려주던 목소리였지만, 카이로스를 되찾는 건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카이로스를 그저 되찾기만 하려는 게 아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는 것이다. 내 행복은 오직 그의 곁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 나의 봄, 나의 찬란한 미래는 그가 있는 곳에 존재한다. 이후로 나는 이를 악물고 그림에 ..
2024.03.24 -
[로샤] 성대한 결혼식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과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로샤가 바로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샤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샤] 드디어 깨어났군! 혼인식을 준비하다가 쓰러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의사들은 과로 때문이니 하룻밤 푹 자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마음이 영 놓이질 않더군. [시녀] 폐하께서도 과로하셔서 걱정입니다. 밤새 간호하며 지키시느라 한숨도 못 주무셨어요. [로샤] 나는... 그대까지 잃을까 봐 너무나 두렵다. [나] 걱정 끼쳐 미안해요. 이제 괜찮아요. 나는 로샤를 위로할 생각에 그를 안으려 했지만, 도리어 내가 안기고 말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의 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2024.03.24 -
[아인] 숲속의 맹세
함께 미래를 나누고, 함께 대가를 치르며, 이 맹세를 영원히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 나는 한 남자를 만났다. 재앙을 물리칠 길을 힘들게 헤쳐오며 서로에게 목숨을 맡겼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모든 일이 끝나고, 많은 날이 지났다. 우리는 에르세르의 이주자들과 함께 다른 세계에 정착했고, 착실하게 새로운 터전을 건설 중이다.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많은 사람을 이끄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가장 최근의 과제는 거주지 외곽에 방호 울타리를 치는 것이었다. 작업 범위가 넓은 만큼 부담이 큰 작업이었다. 그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나는 오랜만에 그림 소울의 힘을 이용해보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완벽한 방호 울타리가 정..
2024.03.24 -
[알카이드] 별의 머무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별이 내 곁에 있다. 약재와 허브를 잔뜩 실은 마차가 천천히 길가에 멈춰섰다. [잭] 뭐야? 그 옷 오랜만이네? [알카이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깐. [잭] 특별한 날? 설마 '봄의 축제'를 말하는 거냐? 푸훗! 솔직하지 못한 자식. 그냥 저 녀석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다고 말... [알카이드] 쉿. 그녀가 아직 자고 있잖아. 다친 너를 구해준 건 나라고. 2, 3개월이나 누워서 사경을 해매다 방금 회복한 네가 생명의 은인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잭] 아아, 미안. 그나저나 너... 정말로 축제에 안 갈 거야? 다들 기다릴 덴데? [알카이드] 오늘 밤은 안 돼. 알카이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마차의 짐칸을 돌아보았다. 조용히 잠들어 있는 그녀는 무칙이나 편안해 보였다..
2024.03.24 -
선택
나는 다시 시공의 문 앞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신비한 목소리] 네 선택은 과거의 역사가 되었지. 넌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어. 너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렴. 명심해라. 넌 네가 믿는 세계만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알카이드 >아인 >로샤 >카이로스
2024.03.24 -
ED. 찬란한 미래
[신비한 목소리]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인과도 자연스레 성립되었구나. 또다. 또 그 목소리다. 정체가 뭐지? 대체 누구일까? [나] 당신은 누구죠? 제게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 건가요? [신비한 목소리] 아직은 네가 알 때가 아니란다. 허나, 그 마법사와 함께한 이번 여정이 하나의 완벽한 고리로 완성되었다는 것만은 알려주마. 하나의 완벽한 고리 ...라고? 이것이 수많은 선택지들 중에 맞는 답만을 골라 완성한 운명 이라는 건가? 내 세계와 에르세르 양쪽을 모두 구한, 완벽한 이야기라는 뜻? 양쪽 세계의 모두가 무사히 미래를 얻게 되었다. 카이로스만 제외하면. 과거는 이제 역사가 되었단다. 그리고 네겐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있지.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다시 눈을 떠보니 에르세르 ..
2024.03.24 -
22화. 고독한 영생
마침내 사방이 잠잡해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울창한 숲이 필쳐져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걸었다. 그저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길이 하나 나타났다. 구불구불 휘어진 그 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예감이 들었다. 이 길의 끝에 내가 찾는 것이 있을 거란, 강한 예감. 커다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이는... 그 아래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의 머리로 사락사락, 단풍잎 한 장이 내려앉았다. 나는 그의 머리에서 단풍잎을 떼어주고서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카이로스는 드디어 눈을 뜨고서 나를 마주 보았다. 내가 떨리는 손으로 단풍잎을 건네주자, 그 의미를 알아챈 카이로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나] 반드시 찾겠다고, 당신을 다시 만나러 ..
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