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여정(5)
-
4화
[예신] 사실, 나는 사랑을 위해 그 많은 대가를 치른 네 엄마를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 그녀가 진심으로 원했기에 막을 수 없었을 뿐. 네 엄마는 내가 속한 세계에서도 최강자였단다. 그녀는 내 상관이자 생명의 은인이었기에,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네 엄마는 내게 '피난처'를 구축해달라고 했지. [나] 피난처...? 설마... 세인트셀터와도 관련이 있는 건가? 셀터(shelter)는 피난처, 대피소란 뜻이니까.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직후, 엄마는 '피난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엄마는 '여행자였다. '여행자란 각 평행세계를 무한히 드나들 수 있는, 평행세계의 유일한 개체를 일컫는 말이다. '여행자'는 예신과 엄마가 살던 문명 세계에서도 몇 없는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나는 '여행자'와 한 평행..
2024.05.13 -
3화
눈은 소리 없이, 끊이지 않고 내렸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그 눈이 시작된 곳을 찾아 나섰다. 그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였다. 그는 많은 환자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이 특정 소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확신한 그는 근원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그 과정에서 엄마가 만든 환상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환자가 증가했다는 곳을 찾아 병원을 이전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는 엄마가 사는 작은 도시까지 흘러들어왔다. 산비탈에 파란색 히아신스가 가득 피어 있던 어느 봄날, 두 사람은 만났다. 사실 그들의 만남은 엄마의 의도 하에 이루어졌다. 일개 나약한 인간이 제게 맞서려 한다는 점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
2024.05.13 -
2화
그 길로 나와 예신은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의 작은 집에 도작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밤이 늦어, 예신은 다음 날 다시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혼자 남은 나는 집을 발각 뒤집 어보았다. 책장과 수납장, 심지어 창고까지 구석구석 뒤졌다. 그럼에도 아빠와 관련된 실마리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그 어느 곳에도 엄마뿐이었다. 아빠의 흔적은 인위적으로 지위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 다음 날, 나는 예신과 함께 엄마의 묘지로 향했다. 마을 북쪽의 산비탈, 아담한 묘비들 사이로는 파란색 히아신스가 가득 피어 있었다. [예신] 그녀는 푸른 히아신스를 특히 좋아했지. 네 엄마는 모든 것을 포기했어. 오로지 배 속에 품은 너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엄마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니...? [예신] ..
2024.05.13 -
1화
나는 진실을 알아야 해. 우리 엄마, 예신, 그리고 나에 대해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조나단 이사장의 사고 직후 예신도 학교로 돌아왔다. 나와 카이로스는 주요 참고인으로 소환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나단 이사장이 학교 부지 내에 몰래 증축한 지하 실험실에서 불법적인 연구를 진행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결론 지었다. 붕괴 직전 실험실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것은 나였지만, 내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단서들은 이상하리만치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카이로스]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Emerald 교수님을 조심해. 카이로스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듯했다. 나는 사실 진즉 예상하고 있었다. 예신이 이 일에 개입하리라는 것을. 에르세르에서 나는 예신, 아니, 실버나이트를 여..
2024.05.13 -
새로운 이사장
에르세르 대륙 열람 후 읽는 걸 추천합니다. 학교에 새로운 이사장이 왔다... 학기 초,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별들의 경연에서 벌어진 사고와 조나단 이사장의 사망 사건에 대해 수군거렸다. 그러나 이 수상한 일의 원인에 대해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체로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말이다. 학사 일정으로 바빠지며 모두는 금방 일상으로 돌아갔다. [예신] 지난번에 못 한 이야기가 있어. 내가 없는 동안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신임 이사장에게 직접 도움을 청하도록 해. 그 사람한테는 이미 부탁해놨어. [나] 저 혼자서 잘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기 싫어요... [예신] 나도 널 믿어. 하지만 누군가와 의논하는 건 좋은 일이니까. 신임 이사장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 나는 물..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