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세르 대륙(完)/분쟁의 장 (아인)(28)
-
ED. 봄의 나라
1년 뒤, 우리 마을이 치안이 좋고 살기 편한 곳이라는 소문은 멀리까지 퍼졌다. 우리는 뒤늦게 앤더슨, 노바, 주니 등 옛 동료들도 찾아 이곳으로 데려왔다. 강림 마법진을 지탱하고 있던 로샤와 카이로스, 그리고 마법사들은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한 재 희생된 듯했다. 얼마 후, 평온한 세계에서 맞는 첫 겨울이 시작됐다. 이곳의 겨울은 에르세르의 끔찍한 혹한과는 달랐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말 그대로의 겨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 아직 안정되지 않은 지역에서 건너온 무뢰배나 산적의 노략질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인이 있다. 그는 앞장서 혼란을 정리했고, 연고도 재산도 없어 약탈을 저지르던 이들을 교화시킨 뒤 받아들여주었다. 사회 구성원이 늘어났..
2024.02.11 -
27화. 최강의 검술사, 함께하는 여행
실버나이트의 검은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았다. 세찬 눈보라 사이로 비치는 것은 포물선을 그리는 검광뿐. 신속한 동작에 빈틈이라곤 없었다. 실버나이트는 실로 눈과 재앙의 화신 그 자체였다. 지난번 여정에서 실버나이트가 어떻게 아인을 쓰러뜨릴 수 있었는지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실버나이트에게서 허점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런 압도적인 적을 상대론 숨 쉬는 것조차 힘에 부칠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인은 나와 달랐다. 급소를 노린 실버나이트의 공격을 아인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흘려보냈다. 동시에 제 피를 흩뿌리며 얼음 나비까지 막아냈다. 순백의 그림자는 희뿌연 눈보라 사이로 수많은 나비들을 지휘했고, 검은 그림자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그들을 베어냈다. 절대적인 힘의 충돌은 그림처럼 선명했다..
2024.02.11 -
26화. 출전
[아인] 깼어? [나] 아인...? [아인] 시간 다 됐어. 준비하자.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그의 곁이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나] 나, 혹시 잠꼬대로 이상한 짓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죠? 아인은 나를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한 소릴 했다. [아인] 안 했어.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아인이 사람을 시켜 전투복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각자 나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눈에 띄지 않고 반란군 틈에 섞이려면 복장부터 조심해야겠지. 각반을 하고 새카만 망토를 걸진 나는 평범한 전투원일 뿐, 이세계에서 온 신녀로는 보이지 않을 터다. 아인이 나를 불렀다. [아인] 준비는 다 됐나? 황성 문이 곧 열릴 거야. 나는 짐짓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버나이트도 곧 나타나겠지. 우리는 지하 수로로 중..
2024.02.11 -
25화. 준비
나는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한 적 없던 이야기를 아인에게 털어놓았다. 내가 시공 여행을 통해 이미 에르세르의 사정을 알고 있으며 이번 월계절을 경험한 적 있다는 것을 전부 얘기했다. 그리고 지난 여정에서 강림 의식이 실패하고 실버나이트의 음모가 실현된 과정을 아인에게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실버나이트가 아인을 속이고 배신했으며 결국 해치기까지 했다는 합리적 추론도 모두 말했다. 실버나이트의 진짜 계획은 강림 의식을 저지하고 얼음 나비로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 그리고 로샤와 카이로스는 그런 그를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는 것까지도 전부.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이대로 모른 척 떠나버린다면, 에르세르는 눈보라에 영영 삼켜질지도 모른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는 손을 내밀어 내 ..
2024.02.11 -
24화. 수호, 긍지, 또 한 번의 협력.
또 하루가 지났다. 아인의 소식은 여전히 없다. 아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황성 병사들이 반역자들의 시체를 성 밖에 내다 버렸다는 소식에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내가 틀렸던 걸까? 로샤가 중앙광장에서 처단했다는 반역자가 정말 아인이었다면... 어떡하지? 불안해 미칠 것만 같았지만 티를 낼 순 없다. 나는 겉으론 태연하게 아직 기다릴 때라며 사람들을 다독였다. 별안간 주니가 달려오며 적들의 침입을 알렸다. 뭐? 서쪽 수로 입구가 반란군에게 발각되었다고? [나] 그리로 병력을 집결시켜! 반란군을 막고 해당 입구를 신속히 봉쇄하도록! 집행인 부대는 반란군과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때,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 있다. ...마법사다! [나] 전방은 마법사들을 맡고 나머지는 전원 우회해 입구를 봉쇄합니다!..
2024.02.11 -
23화. 재기
앤더슨과 머리를 맞댄 덕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주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며 나는 아인이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가 내게 준 지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확인해본 결과 모두 피신처였다. 그는 만약을 대비해 피난용 임시 거처를 곳곳에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 그리고 난 그중 하나에 머무는 중이다. 페나 부인 모자와 노바도 함께였는데, 오두막의 수가 많지 않아 한곳당 최대한 많은 인원을 배치해야 했다. 그리고 난 그중 하나에 머무는 중이다. 페나 부인 모자와 노바도 함께였는데, 오두막의 수가 많지 않아 한곳당 최대한 많은 인원을 배치해야 했다. 식량과 약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앤더슨] 아가씨께서 우려하셨던 대로 반란군이 지하..
2024.02.10 -
22화. 선택
나는 망연자실히 서 있었다. 그런 내게, 앤더슨이 진지하게 물었다. [앤더슨] 만약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면... 곧바로 전하를 찾으러 가실 겁니까? >당연하죠. 더보기 BE 4. 죄업 [나] 그에게로 가야죠. 여길 나가서 어떻게든 그 사람 찾아야 해요. [앤더슨] 그러시군요... 잘 알겠습니다. 앤더슨은 통로를 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어깨로 바위를 단단히 받치고 두 다리를 땅에다 고정한 뒤 사력을 다해 밀어올렸다. [앤더슨] 크으윽...! 믿을 수가 없었다. 거대한 바위들 틈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앤더슨이 어렵사리 만들어준 길은 좁긴 했지만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우리는 재빨리 그곳을 탈출했다. - 황제가 중앙광장에서 친국을 벌였다는 소식을 들..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