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편(完)(15)
-
15화. 별들의 경연
'별들의 경연' 대회 전.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이른 아침. 기상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먼저 번쩍 뜨였다. 오늘은 채린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날이자 첫 학교 행사가 있는 아주 중요한 날이니까. 서둘러 나갈 준비를 마치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고양이 녀석이 신발끈을 물며 장난을 걸었다. [나] 나 이러다 늦겠어... 금방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녀석은 마지못해 신발끈을 놓더니, 심통을 내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미안해! 이따 돌아와서 캔 따줄게! 토라진 고양이가 걱정이었지만 달래주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 길을 걷던 중,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 다가가 봤더니 카메라를 든 알카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화단에 앉은 나비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
2023.12.25 -
14화. 경연 전 준비
꿈에서 또 다시 설원에 쓰러진 실버나이트를 보았다... 한가로이 캠퍼스를 거니는데 '별들의 경연' 관련 소식만 들려온다. 행사가 바짝 다가왔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도 시끌시끌한 걸 보니 역시 재한 선배네. 학생회 듀오가 행사 준비를 하는 듯 했다. [정재한] 이만하면 많이 했잖아, 회장님, 나 집에 좀 보내주라! 몸살 날 것 같다고. [카이로스] 엄살 떨지 마.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정재한] 이번엔 진짜 아파! 그리고 이번 경연은 이상하다는 거, 회장도 알고 있잖아! [나] 재한 선배? 무슨 일 있어요? 재한 선배는 나를 보고 반색했다. [정재한] 어! 후배님! 후배님 잘 왔다, 내 에기 좀 들어봐! 앗, 이거 왠지 내가 들으면..
2023.12.25 -
13화. 접근금지
그는 마치 얼굴에 '접근금지'라고 써놓은 듯 했다. 청음관을 벗어나자마자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대체 이 학교에 평범한 사람이 있긴 한 거야...? - 음대 건물을 나오자 근처의 작은 광장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아까는 썰렁하더니, 그새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사람들은 무대처럼 보이는 공터를 중심으로 반원형을 이룬 채 서 있었다. 분위기가 다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좋은 구경에 나도 빠질 수 없지! 나는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겠다. 나처럼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모여든 사람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남학생 1] 저기, 실례합니다. 여기서 무슨 공연이라도 하나요? [남학생 2] 오늘은 1년에 딱 한 번, 아인의 무료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잖아!..
2023.12.25 -
12화. 개학 전 연습
비싼 아인과... 비싼 나. 곧 개강이니 바빠지기 전에 짬을 내어 학교에서 그림 소재를 찾기로 했다. 로사와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로 다행히 연재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정원을 따라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청음관이었다. 다른 단과대 건물들보다 월등히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청음관의 외관에 나는 감탄을 금지 못했다. - 아직 개강 전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연습실에서 전공 악기를 연습하는 소리가 건물 밖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연습실의 유리창을 통해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악기 연주자들은 정말이지 멋졌다. 재한 선배가 한 떨기 꽃 어쩌구 하며 과장했던게 이해가 갔다. 그때, 뭔가 다른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
2023.12.25 -
11화. 첫 번째 손님
로샤는 내 갤러리의 첫 번째 손님이 되어주었다. 더없이 우아하고 진지한 대도로 갤러리를 감상하던 로사는 작품 한 점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나를 불렀다. [로샤] 음... 이 작품을 사고 싶은데. [나] ...왜 하필 이 그림이에요? [로샤] 마음에 드니까. [나] 죄송하지만, 이것보다 더 세련된 그림을 보여드릴게요. 솔직히 이건 좀... 로샤가 관심을 보인 작품은 내가 막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던 당시 그린 것이었다. 기교가 도무지 늘지 않아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을 그림에 전부 쏟아넀던. [로샤] 그림이 발산하는 노골적인 분노가 마음에 들어. 꽉 막힌 영감들을 상대해야 하는 회의실 벽에 걸어두면 딱 좋겠군. 작품가는 이 정도면 되나? 그가 휴대전화에 찍어 보여준 숫자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 그럼요, 고..
2023.12.25 -
10화. 만화 속 세계
로샤가 진지하게 내 만화를 분석했다... 작가 본인이 독자에게 만화책을 빌려줬다는 상황에 이어 작가가 독자에게 감상을 캐묻는다는 식의 후속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이 화제를 돌리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럼요, 그럼요. 다 봤으니 집에 가면 바로 돌려드릴게요.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로샤는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로샤] 다 봤다고? 어땠어? - 아아... 강당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헤어졌어야 했는데... [나] 음...뭐, 작가가 펜 다루는 법이 아직 미숙하고 연출도 어설픈 것 같아요. 이대로면 앞으로의 전개도 산으로 갈 게 분명하고. 내가 생각하는 내 스스로의 단점들을 나열하고 있으려니 어째 속이 쓰리다. [로샤] 호음. 그래? 나는 그런 건 모르겠고, 감정선이 조금 문제라고..
2023.12.25 -
9화. 무대 구경
무대를 구경하러 왔다가 조나단 이사장을 마주쳤지만, 다행히 로샤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 저녁 무렵 나는 채린의 연습을 구경하러 무용 연습실에 들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채린은 전혀 집중하지 못했고, 몇 번이나 연습을 중단하곤 했다. [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이야? [채린] 경연 순서가 정해졌어. 내가 첫 번째래. 어떡하지? 나... 너무 떨려. 채린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나 역시 실기시험 전날이면 부담감 탓에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는 사람이니깐. 그때 예신은 어떻게 날 위로해줬더라... [나] 채린아, 나랑 같이 무대 보러 가지 않을래? 원래 중요한 시험 질 때는 시험장에 미리 가보고 적응하잖아. 어때? 채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망설였다. [나] 잠깐 바람도 쐴 겸 다녀오자..
202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