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샤] 성대한 결혼식

2024. 3. 24. 16:11에르세르 대륙(完)/결말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과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로샤가 바로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샤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샤]

드디어 깨어났군! 혼인식을 준비하다가 쓰러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의사들은 과로 때문이니 하룻밤 푹 자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마음이 영 놓이질 않더군. 

 

[시녀]

폐하께서도 과로하셔서 걱정입니다. 밤새 간호하며 지키시느라 한숨도 못 주무셨어요.

 

[로샤]

나는... 그대까지 잃을까 봐 너무나 두렵다. 

 

[나]

걱정 끼쳐 미안해요. 이제 괜찮아요. 

 

 나는 로샤를 위로할 생각에 그를 안으려 했지만, 도리어 내가 안기고 말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의 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했다. 마치 커다란 사자같은...

 

[나]

아직도 나를 못 믿는 거예요? 우리는 평생 함께에요.

 에르세르에 온지 3년이 되었을까. 어느 화창한 날, 로샤는 내게 정식으로 청혼했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우리의 혼인식은 에르세르의 가장 큰 축일인 수확제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로샤]

 그대가 아니었다면 왕위따위 버리고 평범하게 살아갔겠지. 그러나 그대를 만나고, 그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주고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황후니 당연한 일이지. 우리의 결혼식은 에르세르 대륙에서 가장 성대하게 치뤄질 것이고, 그대는 세상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아름다우며, 죽는 날까지도 황제와 뜨겁게 사랑한 황후로서 에르세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혼인식 날, 백성들의 끊임없는 환호와 축복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사람들의 웃는 얼굴에 그늘이라곤 없었다. 로사가 그간 에르세르를 재앙으로부터 지기 기 위해 제 몸 돌보지 않고 노력해왔던 것을 사람들도 늦게나마 알아주었다. 

 마침내 봄을 되찾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계. 로사와 내가 그토록 바랐던 세상이었다. 

 

[로샤]

마음의 준비는? 

 

[나]

무슨... 마음의 준비요? 

 

[로샤]

혼인식 때 신랑이 신부에게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 게 우리 대륙의 전통이거든. 

 

[나]

대륙의 황제씩이나 되는 분께서 공식 행사장에서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시다니.

 

[로샤]

호음, 짐이 백성들 앞에서 실없는 거짓말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나]

잠깐만요, 잠, 으읍! 

 로샤는 그대로 나를 끌어당기더니 정말로 내 입술을 뜨겁게 훔쳐버렸다. 

 

​[나]

보는 사람이 너무 많....

 

[로샤]

신경 쓰지 마. 그대의 눈에는 나만 있었으면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

 

 로샤의 키스는 그 어떤 꿀보다도 달콤했고, 녹아버릴 듯 따뜻했다. 취한 것처럼 몽롱해져 나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입술이 더욱더 깊이 맞물릴수록 우리의 숨결도 한데 어우러졌다. 마침내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하나가.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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