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역, 에덴/첫 에덴(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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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선택
맞은편 건물 2층에서 수상한 그림자가 달아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또 다시 땅이 흔들렸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러더니, 방안에 커다란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예고없이 일어난 불길은 너무 거세고 빨라 좀처럼 막지 못했다. 소매를 걷은 채 다가오던 루카스의 얼굴은 놀라움과 장난기로 물들어 있었다. [루카스] 이런, 보스가 직접 출동할 줄은 몰랐는걸. 보스...? 거센 불길은 아인과 관련된 건가? 그렇다는 건 아인이 근처에 있다는 뜻일까? 멀리서나마 아인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짙은 연기와 탄 냄새만 공기 중에 가득할 뿐이었다. 얼마나 강력한 무기를 쓴 걸까? 아니면 내가 잘 모르는 능력 같은 게 있는 걸까? 내 궁금증을 눈치챈 듯 루카스가 날 향해 미소 지으..
2023.12.28 -
15화. 대치
금발 머리 용병은 고집스레 내게 맞섰다. 처음에는 그저 실력을 겨뤄보자는 의미였는데 나중에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싸우기 시작했다. [안젤리카] 후우... 보기 드문 실력이로군...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그녀의 기다란 창끝이 스쳐가는 순간, 난 잽싸게 몸을 들었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나는 빠져나올 수 없었다. [???] 그만둬.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친 바람에 펄럭거리는 망토, 우직한 뒷모습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와 동시에 상대 용병을 겨눈 총부리가 보였다. [카이로스] 멈춰야 하는 건 너야, 호크. [안젤리카] 날 위협하는 거냐? [카이로스] 충고하는 것뿐이야. 단체로 여행자 하나를 상대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상대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안에 든..
2023.12.28 -
14화. 낙원의 사냥꾼, 일촉즉발
혼란 속에서 누군가 도망치려 했지만 금새 잡히고 말았다. [안젤리카] 쫓아라, 그물을 벗어나는 물고기가 있어선 안 돼! - [안젤리카] 멈춰. 자신이 데려온 용병들을 불러세운 안젤리카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젤리카] 늑대와 양은 친구가 될 수 없어. 넌 누구지? 금발 머리 용병은 무기를 든 채 날 쳐다봤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날 가만두지 않을 기세다. [나] 제 이름은...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레지스탕스와는 아는 사이예요. 레지스탕스 소속인 것 같은데, 맞죠? 내 대답에 금발 머리 용병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붉은 머리의 용병이 금발 머리에게 다가가더니 귓속말을 했다. 생각났다, 집회소에 갔을 때 날 에스코트해줬던 그 붉은 머리 용병이다! [안젤..
2023.12.28 -
13화. 안전시간
집회소를 나올 때는 이미 해가 져 어둑해져 있었다. 주변 분위기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레지스탕스 단원들이 계속 순찰 중이라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난 길을 걸으며 루카스의 말을 곱씹었다. 에덴에는 '안전 시간'이 있다고 했다. 밤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거주 구역으로 향하자, 길가의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통신기로 로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밖에 오랫동안 머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통신기의 알림이 떠올라, 거주 구역에 가서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 번호를 고르기도 전에, 근처에서 집 한 채를 찾아냈다. 들어간 곳은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이지.. 낡아빠진 공간이었다. 시커먼 복도엔 쌓인 먼지..
2023.12.28 -
12화. 집회소
이곳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했다. 얼음이 술잔에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만 이따금 들려왔다. 집회소의 용병들은 바깥의 보초들처럼 질서정연해 보였고, 장비는 에덴의 다른 평범한 능력자들 것보다 더 고급스러웠다. 앞에 있는 바의 한가운데에는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그림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칠흑처럼 시꺼먼 망토를 두른 그는 한 손으로 술잔을 쥔 채, 술잔에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루카스] 보스, 데려왔습니다. 아인이다 그는... 이곳의 지도자 같았다. [아인] 이리 와, 앉아. 그가 내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의 앞에 술잔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보스가 직접 대접해 주다니, 그것만으로도 내게 얼마나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
2023.12.28 -
11화. 초대
나는 불안감을 억누른 재 계속해서 로샤를 따라갔다. 알카이드에 대한 일을 묻고 싶었지만, 더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지 않았다. 거리 모퉁이에는 '거주 구역'이라고 쓰인 팻말이 세워져 있었는데, 건물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다. [나] 여기에는 전부 번호가 달려 있네요. [로샤] 모든 사람에게 알맞은 거주 구역이 배정되거든 로샤가 걸음을 멈추고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여 통신기의 정보를 확인했다. [나] '에덴 관리 시스템'에서 모두에게 집을 나눠준 건가요? 나는 걸음을 멈췄다. [나] 저는 일단 들어가서 볼게요. 로샤 번호는 몇 번이에요? [로샤] 아, 난 안 들어갈 거야. [나] 그럼 잠시 후에 각자 움직이죠... 그런데 이 집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로샤는 이곳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네요. 로..
2023.12.28 -
10화. 안개정원
짙은 안개가 시야를 완전히 뒤덮었다. 시야를 되찾았을 때는 눈앞에 정성껏 가꾼 집이 나타났다. 깔끔하게 관리된 티가 나는 집이었다. 공기와 온도가 훨씬 쾌적했다. 정원의 분수에선 시원한 물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잠자리가 날아와 분수 옆에 앉았다. 바로 그 순간, 분수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알카이드를 닳은 편안한 차림의 상대는 정성스레 주변의 식물을 가꾸고 있었다. 잠자리가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는 잠자리를 내쫓긴커녕 놀라지않게 움직임을 천천히 멈췄다. 무척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분수의 물방울이 옷자락을 적셨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청년] 제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쪽 꽃을 아직 손질하지 못했는데, 잠시만요. 잠시 뒤, 청년은..
202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