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스토리-2021/사계 사냥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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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 - 봄의 ~~ 202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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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 2화. 사계절의 끝
*본 화는 에르세르의 치명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반드시 에르세르 카이로스 편까지 시청 후 열람하시길 바랍니다. 이 방은 내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가시덤불 새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방의 끝자락에 있는 수면 거울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내가 왜 여길 온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 스치고 지나갔을 뿐. 나를 이곳에 부르고, 이 모든 것을 경험하게 만든 이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수면 거울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울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 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빛을 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치 물속 깊숙이 숨겨진 소식이 전해지듯, 내 손가락이 닿은 곳마다 자그마한 빛무리가 생겨났다. 나는 숨을..
2024.02.20 -
마지막 장 1화. 축하연
고운 치즈를 올린 샐러드, 버섯과 당근을 넣은 사슴고기 파이, 꿀을 바른 직화 닭꼬치, 계피와 정향을 입힌 멧돼지 고기, 얇고 바삭한 오트밀 쿠키... 이건 일부에 불과하다. 연회장은 많은 사람이 한 데 어우러져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귀족 1] 올해 사냥대회는 대성공이군요. [귀족 2] 우승자는 누구일까요? 사람들 틈 사이로 나타난 작은 그림자가 생선구이, 푸아그라, 레몬 케이크 등 각종 주식을 '위장'에 쓸어 넣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소녀는 양다리 구이를 들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알로라] 언니, 예쁜 언니, 이거 먹을래요? 내 입가로 음식을 들이미는 알로라를 보고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진한 육즙이 입 속에서 터져 나오며,..
2024.02.20 -
가을의 장 3화. 만추정월
우리는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했다. 가을빛이 완연해진 계절의 바람은 무척 차가웠다. 카이로스가 마른 나뭇가지를 주위 불을 피우자, 벽난로의 빛이 자그마한 오두막 안을 비추었다. 나는 벽난로 앞에 앉아 불을 쬐며 카이로스를 불렀다. [나] 카이로스, 어서 와서 앉아요. 오래 걸어서 피곤할 덴데. 나를 한 번 쳐다본 카이로스는 몇 걸음 다가오는가 싶더니, 벽난로와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카이로스] 괜찮다. 나는 카이로스를 바라보며 목을 움츠렸다. [나] 거긴 춥잖아요... 고개를 짓는 카이로스의 로브 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카이로스] ...하여간 고집은. 한참 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내 곁에 앉았다. [카이로스] 황궁에 비하면 많이 누추한 곳이라 불편하겠군. [나] 괜찮아요. 그리 나쁘지..
2024.02.20 -
가을의 장 2화. 추석 여정
카이로스가 숲속에서 꿩을 잡아 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연신 감탄했다. [나] 카이로스, 사냥 대회의 규모가 작아도 너무 작은 것 같지 않아요? 카이로스는 아무런 반박 없이 그저 웃으며 장작으로 쓸만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웠다. 이내, 숲속은 먹음직스러운 향기로 가득 찼다. 나는 모닥불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고기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나] 일반인들이 하는 일을 마법 없이도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네요, 카이로스. 얼떨결에 카이로스와 긴 여정을 함께하게 됐지만, 여러모로 그는 믿음직스러운 동료였다. 카이로스는 잘 구워진 고기를 내게 건네주었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풍부한 육즙이 가득 흘러넘졌다. 나는 곧장 또 한 입을 베어 물었다. 앗, 뜨거워! 살짝 데이는 바람에 온몸을 떨었다. 그 순간...
2024.02.20 -
가을의 장 1화. 귀향
새벽빛이 하늘에 드리웠을 즈음, 나는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 열린 장문 사이로 바람과 함께 무언가 날아 들어왔다. 붉은 단풍잎이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벌써 가을인가, 오늘은 카이로스의 사냥 대회를 보러 가는 날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카이로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태도를 떠올려보면, 그리 적극적으로 참여할 사람이 아니긴 하다... 학교 다닐 때 수업 태도가 불성실한 학생에게 선생님이 어떻게 했더라... - 가정 방문. 나는 기억을 더듬어 마탑으로 향했다. 이윽고 근처 단풍나무 아래서 카이로스를 발견했다. 그는 사냥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걸 어가고 있었다. 카이로스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나를 발견한 그의 얼굴엔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에게 다가간 나는 짐짓 진지한 얼..
2024.02.20 -
봄-현상금 사냥꾼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 도래했다. 최근 에르세르 대륙에선 사냥이 인기라, 나도 화승총 장비를 한 세트 마련하고 사냥터로 향했다. [???] 거기 총 든 아가씨! 사냥꾼들이 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냥꾼과는 옷차림이 달라 보였는데... 어떤 길드의 제복인 것 같았다. 대장으로 보이는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낄낄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턱수염 사냥꾼] 아가씨, 혹시 현상금 사냥엔 관심 없나? 보수가 꽤 두둑한데. [나] 현상금 사냥이요? [턱수염 사냥꾼] 그래. 의뢰를 받아 처리해주고 돈을 버는 거지. 우린 현상금 사냥꾼 길드 소속이야! 이번 시즌은 의뢰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일손이 필요하거든. 아가씨를 딱 보는 순간 현상금 사냥꾼이 천직이라는 느낌이 왔지! [나] 잠..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