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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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달콤한 휴일 1] 5화. 정전기
남은 시간동안 나는 '행사’의 관람 인솔을 도왔고, 알카이드는 천문학과에 남아 떠나는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신입생이 들어오고, 졸업생이 떠나는 오늘 오후는 마치 우리 둘이 이 캠퍼스에서 보낸 시간을 압축해 놓은 작은 축소판 같았다. 알카이드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 나는 종합관 앞에 도착했지만 그의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그가 내게 손을 흔들며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알카이드]우리 졸업 단체 사진 아직 다 못 찍었어.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어? [천문학과 학생 갑]알카이드, 학우님한테 사진 좀 부탁하자! 내가 아직 멍하니 서 있는데, 어느새 익숙한 손길로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졌다. [천문학과 학생 을]학우님의 금손을 잠시 빌립니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단체 사진의..
2025.06.19 -
[SR+ 달콤한 휴일 1] 4화. 졸업사진
고등학생들의 시선을 따라가자, 천문대에서 학사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맞다, 오늘은 천문학과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기도 하다. 고등학생들이 그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천문학과 졸업생들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 [천문학과 학생 갑]옷에 정전기 장난 아니야… 진작에 진로조사서에 '토르'라고 쓸 걸 그랬다. [천문학과 학생 을]이 날씨에 화학 섬유 옷 입는 거 진짜 최악. 주름도 생기고, 정전기도 생기고. [천문학과 학생 병]아직 다 안 모였어? 알카이드가 없는 것 같은데… 야, 나 좀 만지지 마! 시끌벅적한 졸업생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나는 무의식중에 사람들 틈을 훑었지만, 그 속에서 알카이드는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과제를 너무 늦게까지 했던 걸..
2025.06.19 -
[SR+ 달콤한 휴일 1] 3화. 연관
미래의 학우들이 교내 오픈 캠퍼스를 방문한 날, 나는 진지하게 안내를 맡고 있었다. [로지타]저는 천문학과 학생은 아니라서, 학문적인 부분은 깊이 설명드리긴 어렵지만… ‘관심’이라는 건 모든 분야에 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줄 서 있던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로지타]네, 말씀하세요. 질문자는 예의 바른 고등학생이었다. 그가 물었다.천문학에서 말하는 ‘관심’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별을 보는 것과 별자리 구분에만 흥미를 가지는 수준이고, 그건 현대 천체물리학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고요. 하지만 이건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답하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 몇 달 전, 나 역시 똑같은 질문을 알카이드에게 던진 적이 있었다...
2025.06.19 -
[SR+ 달콤한 휴일 1] 2화. 취미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저, 좋아요! 라고. 겨우 마음을 다잡고, 태연한 척 되물었다. [로지타]그럼, 제 이름은 어떻게 쓰실 건가요? [알카이드]네 의견을 먼저 듣고 싶어서.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무심코 그의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로지타]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요? "로지타 님의 예상치 못한 빈번한 방문으로 본 논문이 지연된 데에 큰 기여를 하셨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이런 거요? [알카이드]그건 어떤 방해를 말하는 건데?알카이드는 나를 끌어안은 손을 내 앞으로 당겨 안겼다. 나는 그에게 등을 기대며 자연스럽게 몸을 붙였다. 그가 고개를 살짝 돌려 볼을 스치듯 가까이 댔다.그의 눈동자 안엔 바다가 잠긴 듯한 빛, 별이 흔들리는 듯한 흔적이 어른거렸다. 도대체 어떤 방해가 이런..
2025.06.19 -
[SR+ 달콤한 휴일 1] 1화. 논문
[로지타]다음은 천문학과를 안내해 드릴게요. 나는 헛기침을 하고 최대한 또렷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지타]저를 잘 따라와 주세요. 신입생이었던 내가, 분홍 머리 선배가 이런 말을 하던 걸 들으며 서 있었을 때는, 내가 같은 자리에 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개강일도 아닌 방학 마지막 즈음의 ‘캠퍼스 오픈데이’였다.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을 추첨으로 초대해 캠퍼스를 체험하게 하는 행사다. 매년 우리끼리는 “홍보 영상도 필요 없다면서 왜 매번 촬영을 하냐”, “지원자도 많은데 이런 행사는 왜 하는 거냐”며 불평을 하긴 했지만…… 기대에 찬 눈빛을 직접 보게 되면, 전혀 뿌듯하거나 자랑스럽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고등학생 A]선배님, 혹시 세인트 셀터가 다른 연구소와 협력하..
2025.06.19 -
[SSR] 밤과 어둠의 심연 - 인간지옥
“꼬마야, 축하한다. 드디어 네 능력을 가지게 됐구나.” 어둠, 얼음처럼 차갑고 텅 빈 방. 소년은 무감각한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 그의 검녹색 눈동자는 마치 큰 구멍과 같았다. 이곳은 지하 인체 개조 시설. 인신매매범들에게 능력 개조 수술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빈민가에서 끌려오거나 길거리에서 납치된 아이들이 여기 모여 값싼 소모품처럼 대량으로 가공된다. 성공 확률은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상인들에게는 큰 수익을 안겨주는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이 시대에서 가장 값진 건 사람, 인간의 존엄과 인체 그 자체였다. 평범한 즐거움에 싫증 난 권력자들은 자신의 재산 일부만 들이면 새로운 장난감을 얻을 수 있었고, 계급을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산업에 봉사하면서 재산을 모으고 동시에 자신을 잘라내 팔..
2024.11.01 -
24년 할로윈 CR- 허니 디져트
[꿀 채취]소파에서 잠들었어?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고 말이야. 쉿… 괜찮아, 저기 가서 놀고 있어. 네 주인은 아직 자고 있거든. 그래, 착한 고양이라면 이렇게 해야지… 미안해. 오히려 너를 깨워버렸네짐부터 내려놓고 널 안아서 침실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얼마나 여기서 기다렸냐니? 얼마 안 됐어.꿈 하나 꿀 시간 정도였어? 꿈속에서 내가 꿀빵으로 변해서 막 한 입 먹으려던 참에 네가 깬 거야? 설마 나를 먹어버리려고 했어? 이 부분이 이상한 건 아니지? 그러니까 네 말은 현실에선 날 먹을 생각 없다는 거야? 아니라니, 꿈속처럼 먹히고 사라지는 건 안된다고? 그래, 난 사라지지 않아. 그건 그냥 꿈이었잖아. 내 몸에서 꿀냄새가 난다고? 아마 착각이 아닐지도 몰라. 돌아오는 길에 ..
202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