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完)(2)
-
2화. 하늘에서 내려온 독자
로샤가 내 만화의 팬이라고?! 배를 대충 둘러보자, 갑판 반대편에서 발코니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발견했다. 사다리를 올라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개방적인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모처럼이니 그림이나 그려볼까? 나는 이젤을 조립하고, 종이를 세팅하며 무엇을 그릴지 고민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느끼니 문득 예신이 생각나기도 했다. 소재를 정리하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커다란 남성의 실루엣이 드리운다. 다음 순간, 그의 얼굴을 보자 내 심장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금발과 아쿠아마린을 담은 듯한 투명한 눈동자, 날렵한 턱선. 꿈속에서 몇 번이고 만났고, 그 윤곽을 몇 번이고 그렸던- 어느새 내 앞까지 다가온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다 이내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금발의..
2023.12.24 -
1화. 선상 위에서.
모든 건, 크루즈 선에서의 신기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 나야말로, 너를 이런 장소에 가둬두고 싶지는 않아. 네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그 미래를 빼앗는다는 건... 정말 아깝다만, 무의미한 환상 따위 갖다버려. 이 이상 기다려도 소용 없어. 그 녀석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거거든. 이긴 건 나다. 승자 옆에 있는 편이 현명하다 생각하지 않나?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반복적으로 꾸는 꿈 속에서 그 눈빛은 점점 칼처럼 차갑게 변해간다. 꿈 속임에도 마치 현실처럼 파고드는 시선에 흠칫하며 눈을 떴다. 손에 쥐고 있었을 펜이 책상 구석에 나뒹구는 게 시야에 들어오고, 하늘거리는 선실과 파도 소리를 듣자, 현실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세인트 셀터 학원으..
20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