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편/여름 메인 스토리(10)
-
10화. 빛
여름 캠프가 끝나가던 어느 오후, 숙소에서 나오는데 알카이드의 차가 내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알카이드] 너한테 연락하려던 참인데, 잘 됐다. [로지타] 왠지 선배가 날 데리고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알카이드] 로지타, 오늘은 일정이 좀 빡빡할 덴데 괜찮겠어? [로지타] 음... 전 계속 선배랑 같이 있고 싶어요. 알카이드가 옅게 웃었다. 시동 소리와 함께 창밖 풍경이 변하더 니 광활한 바다 풍경 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섬을 따라 나아가던 차는 오선스타호가 정박해 있는 바다에서 멈췄다. [로지타] 서핑하려고요? 아니면 암벽 등반? 모든 일정을 그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가 뭘 선택하든 기꺼 이 함께할 거다. 하지만 내 질문에 알카이드가..
2024.06.28 -
9화. 너를 향해 달려갈게
등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밑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기 억을 떠올려 엄마가 불렀던 그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로지타] 사랑은 바다 위의 등대, 폭풍에 맞서도 흔들림 없네. 사랑은 길 잃은 배 위의 북극성, 높이는 알 수 있어도 가치는 알 수 없네. 붉게 물든 두 뺨과 입술이 시간의 마수에 걸려들지라도 사랑은 그렇지 않네. 사랑은 결코 순식간에 변하는 게 아니야, 종말의 끝까지 견더내는 거지. 평소에 노래를 잘 부르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노래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들지 않았다. 그저 기억 속의 노래를 있는 그대로 저 아래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만 하면 된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머물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알려 줄 것이다. 사랑은 밝게 빛나는..
2024.06.28 -
8화. 그녀를 위한 불빛
머뭇거리고 있는데 알카이드가 룬의 파편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등이 깨져 등대 안은 빛도 없이 어두컴컴했지만, 파편에 약간의 인광이 반짝이고 있었다. 파편에 다가갈수록 그 빛도 조금씩 밝아졌다. 꼭 파편을 만지도록 날 유도하는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로지타] 만져봐도 될까요? 신중하게 물었다. 알카이드가 내 곁에 있는 이상 내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지타] 이 파편들의 힘은 결코 그자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알카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 내 생각에도 그래. 부드럽고도 고요한 힘이 느껴져. 누군가를 해칠 것 같지는 않아.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산산조각 난 파편을 건드렸다. 손끝이 닿자 파편이 더욱 밝게 빛났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빛은 칠..
2024.06.28 -
7화. 풍파
발걸음은 무거위지고 계속해서 머릿속을 메아리치는 목소리는 날 더 혼란스럽게했다. 어떻게 해야 여길 떠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무언가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서 무언가 들이닥친 것 같다. 바닥에 깨진 유리 파편과 겹겹이 포개진 시트,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건.... 사람 같은데?! [로지타]알카이드 선배!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려고 애쓰는 걸 보니 더욱 그랬다. 조금 전까지 움직이지 않던 몸이 어느샌가 그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로지타]괜찮아요? 알카이드는 장갑 낀 손으로 몸에 휘감겨 있는 밧줄을 풀었다. 특수 장비를 하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알카이드]걱정하지 마. 창문이 완전히 닫혀 있진 않..
2024.06.27 -
6화. 노랫소리
답장을 보낼 수가 없어 알카이드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곳의 신호가 일방적으로 차단된 것 같다. 이곳을 떠나고 알카이드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다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두통이 엄습해오며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왜 떠나려 하십니까, 계승자여... 당신에게 귀속된 힘을 포기하시려는 겁니까. 이것은 지배의 힘이자, 권력입니다. 이것을 가진 이는 '홍혈'이라고 불렸지요. 이 힘을 받아들이면 세상을 당신만의 색채로 물들일 수 있습니다.... 노쇠한 숙명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메아리치며 엄마의 힘을 받아들이라고 계속 부추겼다. [로지타]당신은 누구죠?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 애썼다. 이 소리는 내가 룬을 건드린 후에 나타났고, 엄마와 나..
2024.06.27 -
5화. 희미한 등대 그림자
등대가 있는 기슭에 도착했을 땐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어렴풋이 어떤 특별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강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복잡한 것이, 여러 힘이 한데 뒤섞여 서로 간섭하고 견제하는 듯했다. 등대에 가까워질수록 그 힘도 더욱 확실하게 느껴졌다. 낡고 조용한 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 내내 내 발소리만 메아리쳤다. 꼭대기에 있는 등대실에 도착하자 가까운 곳에서 그 힘이 느껴졌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깨진 장문, 빛바랜 장식, 그리고... 내가 느꼈던 힘의 근원. 프리즘으로 된 등에는 횃불도 전등도 없이, 시린 잿빛 돌덩이만 허공에 떠 있었다. 돌 표면으로 기이하게 흐르는 룬 문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나는 그림 소울의 힘을 한데 모아 그것을 살펴보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미간..
2024.06.27 -
4화. 약속
나에게 이끌려 다시 방으로 돌아온 알카이드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카이드]이번에는 왜...? 나는 한 걸음 다가가 진지하게 그를 쳐다봤다. 가까이 다가서자 알카이드의 속눈썹과 그 아래로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손을 뻗자 그의 속눈썹에 닿을 듯했다. 잠시 멍해진 알카이드는 이내 상관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살짝 내리깔고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 잠시 멍해진 알카이드는 이내 상관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살짝 내리깔고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 나는 닿기 직전에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어둡게 내려앉은 그림자를 건드렸다. [로지타]선배, 어젯밤에는 잘 쉬었어요?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알카이드]...괜찮아, 로지타. 그나저나 더 중요..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