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8. 22:53ㆍ다음 역, 에덴/사냥매 (카이로스)
이날, 에덴 주변에 비가 내렸다. 나는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네며 바이크에 오르는 카이로스를 지켜봤다. 우리는 전혀 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카이로스의 도움으로 나는 에덴을 관리하게 됐다. 우리는 지하 셀터에 살던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왔다. 페이와 페이의 진구들도 이제는 에덴의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능력자든 아니든, 강자든 약자든, 이 에덴의 문은 원하는 이들에게 영원히 열어둘 것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 누구나 농작물을 경작하고 건물을 지으며, 이 낙원에 더 많은 생명이 탄생하도록 함께 노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오아시스 밖에는 강하지만 외로운 영웅이 한때 이곳에 쳐들어왔었던 괴물들을 전부 데리고 갔다. 그에게 이끌린 모래 괴물들은 그를 따라 멀리 사라져 버렸다. 내게 맹세하고 약속했던 그 사람이 바로 이 푸른 대지의 수호자다.
[페이]
누나, 여기 너무 좋아요! 에덴은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에요!
나는 페이를 향해 활짝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에덴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이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남은 능력자들을 모아 '능력자 조합'을 다시 모았다. 에린과 그녀의 동료들은 오아시스 주변을 순찰하며 이곳의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다시 깨어나려 한다. 만물 역시 새로운 생명을 향해 피어나고 있다.
나와 카이로스는 통신기 장치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가 있는 모래바 다는 여기서 너무 먼 탓에, 종종 연결이 끊기곤 했다.
우리가 재회할 때면, 카이로스는 언제나 자신의 어려움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태 연하게 날 반기며 보고 들은 것을 들려줄 뿐이다. 그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푸른 매가 높이 날아오를 때면 이곳이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그가 찾아낼 수 있는 신호를 남긴다.
에덴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날마다 발전했다. 그리고 어느 황혼 무렵, 나는 카이로스와 에덴의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카이로스는 바이크를 타지 않고, 나와 함께 다리 위를 천천히 걸었다. 다리를 긷는데 평생의 시간을 써도 상관없다는 듯, 카이로스의 발걸음은 여유로웠다.
[카이로스]
집으로 돌아갈 거야?
>그러려고요. 고향엔 소중한 사람이 있거든요.
결말. 전우
뒤돌아선 카이로스의 눈빛에서 놀라움이 느껴졌다. 예전에 난 기억이 온전하지 않 은 그를 돕기 위해 이곳에 남은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균형을 이루고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러니 더는 여기 남아서 그를 도와야 할 이유가 없다.
[카이로스]
이유는...? 그 세계엔 네게 소중한 사람이 있지? 넌 그들을 위해 기꺼이 여기로 온 거고. 이젠 집으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해야지.
카이로스의 말이 맞다. 나는 내가 사는 곳, 내 진구들을 위해 여기에 왔다. 나비 역시 내게 소중한 존재 중 하나다. 이제는 멋진 싸움도 끝냈으니, 나의 길을 가야 한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나는 카이로스를 향해 미소지었다.
[나]
맞아요 제가 속한 세상으로 돌아가려고요. 그 곳이야말로 제 집이니까요.
[카이로스]
에덴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니 돌아가야겠지.
[나]
이곳의 석양은 무척 아름다워요. 제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을 더는 볼 수 없겠 죠.
거기까지 말한 뒤 나도 모르게 달려가 카이로스를 끌어안았다.
[나]
카이로스, 사실 여기에 남고 싶어요. 당신과 같이 먼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의 짐을 함께 들어주고,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카이로스는 날 바라보며 가법게 고개를 지었다.
[카이로스]
그건 불가능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 그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지. 너와 함께했던 시간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나]
지도 여기를 잊지 않을 거예요.
나는 카이로스의 손을 꼭 쥐었다가 살며시 풀었다.
[카이로스]
우린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어. 난 에덴을 관리하고 싶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은 내게 있어 축복이 아니야. 하지만... 넌 달라. 넌 이미 날 위해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러줬고,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
카이로스가 내 손을 쳐다보자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가 뭔가를 손 바닥 위에 밀어 넣었다.
[카이로스]
이별 선물이라고 생각해.
정교하게 개조된 총알이었다. 끝이 조각된 총알은 고고한 매를 연상게 했다.
[카이로스]
너에겐 네 삶이 있어. 네가 행복했으면 해. 고마위, 내 세계에 찾아와줘서.
-
그렇게 에덴의 여정이 끝이 났다. 나는 에덴을 떠나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학교에 가고, 스케치도 하고 고양이에게 밥도 갱겨준다. 하루하루가 평화롭고 고요하다.
내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게 무언가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았다. 여긴 평화롭고 고요하다. 뜻밖의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머니 안에 손을 넣자, 카이로스가 내게 준 기넘품이 만져졌다.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같은 세상에 속하진 않지만, 그와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주었던 그 짧은 시간을...
END.
>여기에 남고 싶어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카이로스거든요.
결말. 상부상조
카이로스가 아쉬운 눈빛을 한 채 날 돌아봤다.
[카이로스]
너와 함께한 날들은 무척 소중하지만... 네 집이 여기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어.
많은 감정이 담긴 그의 눈빛과 달리, 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내게 담담히 말했다.
[카이로스]
그 세계엔 네게 소중한 사람이 있지? 넌 그들을 위해 기꺼이 여기로 온 거고.
[나]
소중한 사람이야 당연히 있죠.
나는 카이로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
바로 당신이에요, 카이로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이로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다. 카이로스가 날 에덴의 오아시스에 혼자 남겨둘 때면 늘 외로움을 느꼈다.
[나]
카이로스, 다음 여정 때는 저도 데려가줘요. 카이로스가 간 곳이 궁금하고, 카이로스가 본 세상을 보고 싶어요. 카이로스와 함께 싸우고 싶어요.
[카이로스]
하지만 여긴 네 집이 아니야.
카이로스가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흘러내린 그의 머리카락이 내 이마에 닿을 듯했다.
[카이로스]
년 내게 무척 소중한 존재야. 그러나 너에겐 너만의 인생과 돌아가야 할 집이 있어. 나 때문에 그것들을 포기하도록 둘 순... 없어.
[나]
난 남고 싶어요. 이렇게 떠나면 이곳의 일을 영원히 기억하겠죠, 마치 상처 자국처럼. 평생 그상처 를 떠올리며 살 순 없어요. 그러니까 카이로스 옆에 있을 거예요. 당신의 짐을 함께 들어주고,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 뺨을 쓰다듬으려는 듯 뻗어온 카이로스의 손은 뺨이 아닌 머리만 가법게 쓰다듬 었다. 나는 손을 뻗어 과감히 그의 손을 내 빰 위로 가져다 댔다.
[나]
봐요, 에덴의 모든 것이 좋아지고 있어요. 원래대로라면 여기에 계속 머물 이유가 없죠. 그래도 남고 싶어요. 카이로스의 바이크 뒤에 앉아 총을 다루는 걸 배우고 싶어요.
카이로스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이로스]
네가 언젠가 후회할까 두려워.
[나]
사냥매 씨, 성실히 대답해 주세요. 오늘 나를 이대로 떠나보내고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그 말에 카이로스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희미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서 피 어났다.
[카이로스]
평생 후회하겠지.
카이로스가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다리 맞은 편을 가리켰다.
[카이로스]
우선은 좀 긷자.
카이로스가 내 손을 끌었다. 커다란 그의 손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했다. 우리는 이른 밤의 다리 위를 걸었다. 석양이 호수를 붉게 물들이자, 호수 위로 노을 빛처럼 부드러운 빛이 일렁거렸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잡은 채 새로 지이진 에덴을 걸었다. 지금 에덴의 건물은 모두 수리 중이다. 에덴의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을 에덴의 주인으로 생각한다. 이런 칭호와 관계를 부정하고 싶어도, 이미 이야기가 다 피진 뒤였다.
[나]
사실 여기가 너무 좋아요. 폐허에서도 사람은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일어설 수 있 다는 길 알려준 곳이거든요. 카이로스, 전 여기에 남고 싶어요. 정말 떠나게 된다면 카이로스를 잊지 못하고 평생 기억하며 살 거예요. 그런 고통에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죠, 카이로스?
카이로스가 쓴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카이로스]
그거 알아? 널 만나기 전에 에덴이 아름답다는 스승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젠 확실히 알겠어. 여기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다는 것을. 외로운 사냥매에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거든.
[나]
그게 무슨 뜻일까요?
[카이로스]
내 말은...나 역시, 널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거야.
난 카이로스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그의 품에 파고들어 심장 가까운 곳에 머 리를 바짝 가져다 댔다. 태어날 때부터 이래야 했던 것만 같다. 우리는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가며, 서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몇 년 후
나는 에덴에 남았다. 나와 카이로스는 업무를 나눴다. 때로는 같이 외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교대로 에 덴의 오아시스에 관한 일을 처리한다. 그런 날이 하루하루 흘러갔다.

또다시 내린 황혼 속에서 카이로스의 손을 잡고 푸른 심의 익숙한 다리를 걸있다. 카이로스는 캔버스 앞에 멈춰섰다. 그리곤 우리가 함께 그린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린 킨버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캔버스 아래에는 여행객들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가득했다.
'전설'
'수호자 부부'
'+1'
'여기 왔다 감'
[나]
그림을 지워버리고 싶어요... 유명한 관광지에서 공개적으로 에정행각을 하는 것 같아서...
[카이로스]
오랫동안 있던 그림이 갑자기 없어지면 시끄러위질걸.
그림을 바라보는 카이로스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났다.
[카이로스]
이건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이지. 우리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어. 능력자로서 내가 치뤄야 하는 대가는 기억을 잃는 거였지. 두려웠어. 널 잊어버리게 될까 봐... 이렇게 그림을 그려두면, 설령 널 잊는다고 해도 다리를 지날 때마다 떠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나]
이제는 고개만 돌려도 절 볼 수 있잖아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카이로스와 함께 푸른 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석양 아래, 노을이 호수를 붉게 물들였다. 생기를 머금은 식물들이 정교하게 지은 저택을 감싸고 있었다. 호수에 떠 있던 새들이 날아오르는 순간, 호수 위로 물결이 일었다.
우리는 지금의 석양을, 앞으로 해가 뜨고 질 삶의 매 순간을 만끽할 것이다. 그가 내 곁에 있는 한, 그곳이 어디든 내게는 낙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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