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낙원의 주인

2024. 6. 18. 22:46다음 역, 에덴/사냥매 (카이로스)

  승강기에 오르자, 꼭대기에 있는 방에 도착했다. 앞서 봤었던 방보다 원시림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고, 바닥마저 옅은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방안에 발을 디딘 후에야 이곳의 모든 것, 물결과 수풀 모두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덴의 주인은 첨단 기술로 과거의 숲을 흉내 낸 것 뿐 이었다. 알카이드가 내게 다가왔다. 내 눈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눈동자는 깊은 호수처럼 그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에덴의 주인]
에덴의 중앙관리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손님. 아무래도 절 다시 소개해야 할 것 같네요. 제 이름은 알카이드, 에덴의 주인이랍니다. 사실 마지막에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당신일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이런 결말도 나쁘진 않네요. 당신에게는 제 앞에 설 자격이 충분해요. 당신과 함께 온 자는 그렇지 못한 것 같지만.
 
[나]
 카이로스는 지지 않아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에덴의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덴의 주인]
뒤를 봐요.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순간... 유리 승강기의 문 너머로 황금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카이로스였다. 승리한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유리문에 간신히 기댄 모습이다. 유리문은 닫혀 있었지만 날 줄곧 찾고 있는듯, 카이로스의 눈동자가 내 쪽을 향해 있었다. 
 
[에덴의 주인]
드디어 끝났군요. 황금빛으로 변한 저 눈을 봐요. 사냥매는 시련을 이겨냈지만 대가를 치러야하죠. 바로 방랑자가 되는 것. 사냥매는 당신을 더는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즉시, 당신의 적이 되겠죠 
 
[나]
당신, 미쳤어?! 엘리샤를 타락자로 만들어 카이로스를 막더니, 이제는 카이로스에게 날 공격하라고 하다니...
 
[에덴의 주인]
에덴의 승자는 오직 하나뿐이어야 하거든요. 그래도 당신에게만은 친절했던 것 같은데요? 안전한 유리벽을 드렸으니, 저자를 버리고 절 선택하는 게 어렵진 않을 거예요. 

 알카이드의 꼬임에 더는 넘어가지 않을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총을 꺼내 유리문을 겨눴다. 알카이드의 꼬임에 더는 넘어가지 않을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총을 꺼내 유리문을 겨눴다. 
 
[에덴의 주인]
제가 보는 앞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정말 어리석군요. 벌을 받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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