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중앙 관리실

2024. 6. 18. 22:45다음 역, 에덴/사냥매 (카이로스)

 주변의 방랑자를 모두 처치한 뒤 중앙 관리실의 문을 향해 달려갔다. 에덴의 다른 지역보다 중앙 관리실은 첨단 기지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강철로 된 벽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리창이 푸른 하늘과 햇빛을 만사하며 무게감 있는 느낌을 자아냈다. 알카이드는 우리가 올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문 근처에 다다르자 문이 자연스레 열렸다. 

 

[카이로스]

조심해. 중앙관리실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함정이 있을지도 몰라. 

 

 카이로스의 신중한 충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에린의 손을 잡고 중앙 관리실 안 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뒤에서 육중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독 안에든 쥐. 물러날 길도 없고, 물러날 필요도 없다.

 우린 온실처럼 보이는 통로를 지났다. 사방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고, 벽에는 분재와 꽃이 길려 있었다. 창밖은 푸르른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통로 앞쪽이 훤히 보였다. 그 끝에는 굳게 잡긴 유리문이 있었다. 저건 '열쇠'를 넣는 열쇠 구멍이 분명하다. 그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인가? 

 

[타락자]

죽어라...

 

[카이로스]

에덴의 주인은 인내심이 바닥났나 보군. 열쇠를 사용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공격할 거야. 

 

[에린]

두 사람은 문을 열어요! 지건 내가 처리할 테니! 

 

[나]

안 돼, 에린! 저건 타락자야. 한 놈뿐이라고 해도... 너 혼자서는 무리야! 

 

 타락자가 무섭게 달려들자, 카이로스의 총이 인신 불꽃을 토해내며 상대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것저것 따질 시간이 없다, 출전이다! 

 

-

 

 밀리서 괴물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에덴의 주인이 무슨 의도인지 알것 같다. 내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의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괴물들을 보내려는 거다. 에린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에린]

내가 뒤를 맡을 테니, 두 사람은 어서 가. 

 

 나도 모르게 에린을 잡아당겼다. 

 

[나]

뭐 하려는 거야?! 

 

[에린]

시간을 벌어주려는 거야. 

 

 그녀의 청초한 목소리와는 달리, 손에는 총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돌아보자, 바람에 흩날리는 에린의 긴 머리가 보였다. 무슨 일에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단단히 각오한 듯했다. 

 

[에린]

두 사람의 사명을 잊지 마. 

 

 내가 구하지 못했던 채린처럼 맑고 가녀린 목소리였지만, 명령에 가까운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에린]

뭘 망설이고 있어? 가, 어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 떠밀리듯, 카이로스 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그런 내 손을 카이로스가 단단히 맞잡아왔다. 

 

[카이로스]

가자.

 

 차가우면서도 과감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 평소와 같았지만 그의 단단한 손이 떨리고 있다는 길 눈치챈 건 나뿐이었다. 내 손을 잡은 채 발걸음을 옮기는 카이로스의 목소리는 한없이 작았다. 

 

[카이로스]

반드시 이겨야 해,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준 사람들의 마음을 저버려선 안 돼. 

 

 카이로스와 나는 통로 끝을 향해 걸었다. 유리문에는 '열쇠'를 넣는 열쇠 구멍 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리문의 열쇠 구멍은 지난번에 봤던 소울 스톤과 비슷한 크기였다. 소울 스톤을 넣어둔 통신기를 열쇠 구멍에 가져다 댔지만 유리문은 꼼짝도 하지 않 았다. 

 

[카이로스]

힘으론 부수지 못하겠군. 

 

 카이로스가 앞에 있는 유리문을 살펴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 말에 우리 모두 입을 다물었다. 현재 유일한 방법은 열쇠 구멍을 통해 문을 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통신기에 도착한 메시지에는 분명 열쇠가 '사냥매'의 소울 스톤이라고 적혀 있었다. 타락자가 또다시 뒤쫓아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카이로스가 손을 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을 가져다 댔다. 

 

>하지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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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3. 선택

[나]

안돼!! 

 

 총성이 울렸다. 카이로스가 쓰러지자, 검붉은 소울 스톤이 그의 곁에서 굳어져 갔다. 지게 아마도 내 열쇠인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또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 

 

[나]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해. 소울 스톤을 가지고 에덴의 주인을 만나는 거야. 

 

곧이어 나는 중앙 관리실에 도착했다. 기계처럼 무의식적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벗하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에덴의 주인을 만났다. 

 

[알카이드]

봐요, 우리는 무척 닮지 않았나요?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카죠. 

 

 에덴의 주인을 쓰러뜨린 후, 이곳의 비밀을 알게 됐다. 에덴이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다른 세계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빨아들인 덕분이었다. 그리고 알카이드가 줄곧 그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곳의 카운트다운은, 중앙 관리실 정상에 장착된 필스 캐논의 작동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나의 고향인 지구였다.

 에린, 카이로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나의 고향을 지기려 한다면, 두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더는 고민하거나, 더는 결정을 미를 수 없었다.

 

봐요, 우리는 정말 닮지 않았나요?

여기에 선 존재는,

더는 사냥매와

함께 싸울 수 없는 그녀... 

 

그녀는 새로운 에덴의 주인이 되었다. 

>총 이리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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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잽싸게 달려가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총으로 손을 뻗었다. 

 

[나]

손 떼요.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에 나는 카이로스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나]

줄곧 최선의 전략을 선택해 왔었잖아요. 이건 절대 최선이 아니라는 걸, 카이로스 본인도 알고 있잖아요. 

 

 카이로스의 손에 힘이 풀어진 틈에, 잽싸게 그의 총을 빼앗았다. 

 

[카이로스]

뭘 하려는 거지? 

 

[나]

이대로 끌려갈 순 없어요. 카이로스가 '열쇠'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에덴의 주인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겠어요! 

 

 나는 에덴에 들이올 수 있는 티켓과도 같은 통신기를 벗어던졌다. 통신기가 내 손에서 부서진 순간, 그 안에 든 소울 스톤도 붉은색 총알처럼 한 줌의 재로 부서져 버렸다. 

 

[카이로스]

너...!

 

[나]

통신기를 벗으면 에덴에서 추방되는 거 아니었어요? 통신기를 벗어던졌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전 다른 세계에 속해서 이곳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일을 할수 있 는 건 오직 저뿐이에요. 

 

 나는 붉은색 총알로 변한 소울 스톤을 카이로스에게 건넸다. 

 

[나]

자요. 이걸 쏴서 문을 열어봐요. 

 

 복잡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것도 잠시, 카이로스는 내 뒤로 오더니 뒤에서 날 감 싼 채로 내 손을 잡고 함께 총을 쥐었다. 

 

[카이로스]

같이 하자. 

 

 익숙하게 총알을 장전한 그는 안전장치를 풀곤 문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손에 쥔 총은 차갑고 딱딱했지만, 그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카이로스]

걱정 마.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지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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