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8. 22:45ㆍ다음 역, 에덴/사냥매 (카이로스)
불길에 자물쇠가 부서졌다. 나는 카이로스와 함께 중앙 관리실을 향해 재빨리 뛰어갔다. 통로의 끝에 커다란 방이 보였다. 방안의 기둥과 창가 모두 금속 재질인 반면, 벽면과 머리 위에는 커다란 유리 장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높다란 천장과 달리, 바닥은 꽃과 푸릇푸릇한 식물로 장식되어 있었다.
[카이로스]
한눈팔지 마!
날카로운 칼날이 번쩍이더니, 우리 앞에 한 능력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건...엘리샤?! 아니, 그녀의 눈동자는 피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카이로스]
빌어먹을! 대체 무슨 짓을...!
카이로스가 저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카이로스가 에덴의 주인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자, 천장의 스피커에서 에덴의 주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에덴의 주인]
사냥매님은 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요? 블랙 샤크는 제가 개조한 타락자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인데 말이죠. 생전에 전설의 용병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는 제 손을 거쳐 아름다운 모습과 강한 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나]
방랑자와 타락자를 조종한 게 당신인가요? 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죠?
[에덴의 주인]
전 에덴을 지키고 싶었어요. 저보다 이 일에 더 잘 맞는 적임자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사냥매는 실망만 안겨줬죠. 당신도 타락자로 부활한다면 한결 충직하고 강해질 것 같네요. 어쩌면 더 뛰어난 수호자가 될지도 모르죠. 전설의 타락자라니, 그럴듯하네요. 자, 제 곁으로 오세요. 기꺼이 문을 열어줄게요.
홀 한쪽에 승강기가 있었고, 에덴의 주인은 그 위에 있는 계단에 있었다.
[에덴의 주인]
제게 오면, 모든 진실을 알려줄게요.
머뭇거린 순간, 엘리사의 칼날이 또다시 나를 향해 날아왔다!
[카이로스]
조심해!
[에덴의 주인]
제게 맞서지 마세요. 이건 저자의 시련이지, 당신의 것이 아니에요.
[카이로스]
어서 가. 여긴 네가 없어도 돼.
카이로스가 서둘러 떠나라고 다그쳤다.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나]
걱정돼요... 정말 괜찮겠어요? 제발 무사해야 해요.
[카이로스]
걱정 마. 타락자의 손에 죽을 생각은 없으니까.
[나]
그럼 이겨서 날 찾으러 와요. '사냥매'는 한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절대 약속 어기면 안돼요.
[카이로스]
좋아, 약속할게.
[나]
기다릴게요.
승강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카이로스를 지나며 손을 뻗자, 카이로스는 마치 약속이라도 하는 듯 날 항해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서로를 향해 맹세의 손짓을 하는 것도 잠시, 뒤에서 칼날과 총알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귓가를 파고드는 소리에도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내가 설 전장은 카이로스의 곁이 아니라는 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약속했다.
어떤 시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도
반드시 이겨서 다시 만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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