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돌아온 자

2024. 6. 18. 22:48다음 역, 에덴/사냥매 (카이로스)

 

카이로스의 상대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그의 눈동자에선 슬픔과 혼란이 묻어났고, 기억을 일부 잃어버린 듯, 뭘 어떻게 해 야 할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언제든 이성을 잃고 방랑자와 다름없는 괴물로 변할 것만 같았다. 

 

>유리를 꺤다.

 난 총을 꺼내 승강기의 유리문을 겨눴다. 유리를 깨고 카이로스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이다. 시간이 없다. 한 번뿐인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 [방법]: 타이밍에 맞게 총을 쏴서 유리를 깨세요. 

 

>격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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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뒤에 있는 방랑자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를 향해 연거푸 총을 쐈다. 유리에 균열이 생긴 뒤에도 방아쇠를 당기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카이로스 가 의식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먹이를 노리는 배고픈 짐승처럼 언제든지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직 유리를 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침내 유리가 깨졌다.

 에덴의 주인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카이로스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방랑자로 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순간, 나는 그의 품 안에 안겨 버렸다. 

 

[카이로스]

무섭지 않아...?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확인이라도 하는 듯 그가 단단히 나를 끌어안았다. 수많은 괴물에 둘러싸인 가운데서도 그의 목소리가 유독 따뜻하게 들렸다. 

 

[카이로스]

내가 왔어.

 

[나]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 때문에 위험에 빠진 건 아닌지 무서웠어요. 내 잘못으로 카이로스가 다치게 될까봐 무서웠어요... 이렇게 계속 안겨있고 싶지만... 우리에겐 할 일이 많아요, 우릴 노리는 적들도 있고요.

 

[카이로스]

그래..이젠 괜찮으니까... 걱정할 것 없이. 

 

 카이로스는 날 그의 품에 파묻기라도 하려는 듯, 다시금 나를 힘껏 껴안았다. 고는 아쉬운 듯 손을 풀었다. 

 

[알카이드]

그녀를 잡아 와! 

 

 명령에 가까운 알카이드의 말은 카이로스를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내 곁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방랑자로 변하려는 증세가 나타나자, 에덴의 주인은 카이로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 그가 눈을 떴다. 본 적 없는 투명함이었다. 

 

[카이로스]

평생 동안, 모래 괴물은 날 집어삼키려 했지. 그들은 본능적으로 내게 끌렸어. 나를 동족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는 한 걸음 나아갔다. 내 눈엔 날 지키기 위해 내 앞을 가로막은 그의 뒷모습뿐이 었지만, 카이로스가 에덴의 주인의 힘에 끌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방랑자와 타락자처럼 그 역시 조종당하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예전에 내가 봤던 것처럼, 냉정하고 무자비한 황금빛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수비벽을 뚫고 당당하게 에덴의 주인을 향해 다가갔다.

 

[알카이드]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의식이 남아 있는 거지! 

 

[카이로스]

약속했거든. 반드시 이기고 만나기로. 

 

 이제 나와 카이로스가 반격에 나설 차례가 됐다. 에덴의 주인을 쓰러뜨릴 이유가 우리에겐 충분하다. 

 

21화에서 계속...

 

>격파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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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5. 괴수

 난 끝내 유리를 깨지 못했다. 방랑자에게 포외된 순간, 가벼운 한숨 소리 가 뒤에서 들려왔다. 

 

[알카이드]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는 제게 맡겨요. 에덴의 주인인 제가, 당신을 지켜드리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알카이드의 방이었다. 어떤 전투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조용하고 평화롭다. 더듬거리며 방을 나섰지만, 누구도 내 앞을 막지 않았다. 

 

-

 

 방랑자의 울부짖음과 총알이 난무하는 소리가 밤의 장막 속에서 울려 퍼졌다. 수많은 괴물 중에서 왠지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방랑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상대는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괴물들을 이끄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과 동족인 것 같기도 했다.

 그 모습에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예전에 본 적 있었던 사람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익었다. 

 

그는 마치 이곳에 갇힌 한 마리 맹수 같았다.

 

 

 

>주변의 방랑자를 모두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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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4. 적자생존

 카이로스를 구하려면 날 둘러싼 방랑자부터 쓰러뜨려야 한다. 카이로스를 구하려면 날 둘러싼 방랑자부터 쓰러뜨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방랑자를 쓰러뜨리자, 승강기의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카이로스가 비들거리며 걸어 나오더니 날 향해 달려왔다... 그 순간, 알카이드가 명령을 내렸다.

 

[알카이드]

그녀를 잡아와! 

 

 손목이 뒤로 꺾임과 동시에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며, 피비린내가 혹하고 코끝을 파 고들었다. 

 

[나]

카이로스?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이미 기억도, 이성도 읾은 듯했다. 그 순간, 칭찬하는 듯 유쾌한 알카이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알카이드]

잘했어요, 내 소중한 손님. 저자와 이렇게까지 함께 싸우고 싶다면 계속, 계속 함께하도록 해요.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많은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내 이름, 그리고 이 곳은 에덴이라는 것뿐이었다. 내 임무는 에덴을 지키는 것이다. 오아시스 주변에서 침입해 온 모래 괴물을 이따금 상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의 에덴에는 가장 무자비하지만 가장 뛰이난 수호자가 있다.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럽다.  한때 사냥매라고 불리  그 용병은 인간의 나약함을 포기한 뒤 무적의 최강자가 됐 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을 계속 지킬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걸 잃었다는 기분을 좀처럼 떨질 수 없었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만 같다. 그건... 뭘까?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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