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1. 19:21ㆍ에르세르 대륙(完)/분쟁의 장 (아인)
또 하루가 지났다. 아인의 소식은 여전히 없다. 아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황성 병사들이 반역자들의 시체를 성 밖에 내다 버렸다는 소식에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내가 틀렸던 걸까? 로샤가 중앙광장에서 처단했다는 반역자가 정말 아인이었다면... 어떡하지? 불안해 미칠 것만 같았지만 티를 낼 순 없다. 나는 겉으론 태연하게 아직 기다릴 때라며 사람들을 다독였다. 별안간 주니가 달려오며 적들의 침입을 알렸다. 뭐? 서쪽 수로 입구가 반란군에게 발각되었다고?
[나]
그리로 병력을 집결시켜! 반란군을 막고 해당 입구를 신속히 봉쇄하도록!
집행인 부대는 반란군과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때,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 있다. ...마법사다!
[나]
전방은 마법사들을 맡고 나머지는 전원 우회해 입구를 봉쇄합니다!
토끼굴 사람들을 지키려면 이곳에서 반드시 적을 막아야만 한다.
[나]
모두 정신 차려요! 단 한 발짝도 밀려선 안 돼!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장치를 작동시켜 입구를 무너뜨렸다. 거대한 돌덩이들로 들어막혔으니 더는 침입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입은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얼음 나비가 바위틈을 뚫고 들어오고 있잖아!
실버나이트 이 자식! 지하 수로를 이용할 수 없으니 이곳을 아예 쓸어버릴 작정이구나!
[앤더슨]
주니, 신입대원들을 데려가서 사람들을 대피시기도록! 나머지는 나와 여길 지킨다! 모두가 안전하게 철수하기 전까지 버터야 한다!
전투가 길어졌고 우리는 열세에 몰렸다. 집행인 부대가 최강의 전사라 한들, 그들 역시 사람이다. 끝없이 날아드는 얼음 나비를 상대하기란 역부족이었다. 많은 대원이 얼음 나비의 냉기에 동상을 입었으며, 용케 부상을 입지 않은 이들도 체력이 바닥나 숨을 헐떡였다.
바위틈에선 여전히 얼음 나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버나이트는 우리를 전멸시길 생각인가 보다. 나는 그림 소울들을 소환해 얼음 나비를 막는 데 전력을 쏟았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선 끝까지 버터내야 한다.
절체절명의 상황. 토끼굴 주민의 대부분은 노약자라 신속하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하 통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방어선에 서서히 틈이 생겼다. 대원들은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손발이 얼어붙어 더는 싸울 수 없는 이도 속출했다. 이대로라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전열이 흐트러지고 방어선이 완전히 뚫리면 내가 지키고자 했던 이들은 얼음 나비의 공격을 받겠지. 우리가 진다고...? 그러면... 다시는 아인을 만날 수 없겠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눈앞이 점점 흐려지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한계에 도달한 건가...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그림 소울을 소환해 필사적으로 얼음 나비를 막아냈다. 포기하고 무릎 꿇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는 것이다.
환각...인가? 황실 예복 차림의 아인이 내 눈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검신에서 붉은 꽃잎이 흩날렸다. 그 꽃잎에 닿은 얼음 나비들은 산산이 부서지고 사라져갔다. 바위틈으로 흩뿌려진 붉은 꽃잎들은 기묘한 빛을 발하며 장벽을 형성했다. 맹렬한 기세로 침입하던 얼음 나비들은 그것만큼은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곧바로 몸을 돌린 아인은 나를 끌어안았다.
그의 따스한 체온과 향기에 잠겨,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환각이라 해도 좋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인]
괜찮아?
..응?
[나]
정말 생생한 꿈이네...
[아인]
꿈이 아니야. 제길...너를 이 지경까지 몰아세우다니.
뭐? 꿈이 아니라고? 정말... 정말로 아인이잖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많던 얼음 나비들은 자취를 감췄고, 바위에는 붉은 것이 흩뿌려져 있었다.
[아인]
보지마.
아인은 손을 들어 내 눈을 가렸다. 환각이라 생각했던 것은 전부 현실이었다. 그는 내게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황족의 피가 얼음나비를 쫒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신에서 흩날리던 붉은 꽃잎은 그의 피였나보다. 나는 다급히 아인의 손을 잡았다. 흙먼지투성이인 예복 소매 아래 그의 팔은 온통 엉망이었다. 얼음 나비를 쫓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낸 모양이다.
[나]
아인...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안타까움과 반가움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돌연 코끝이 시큰거렸다.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인]
그래. 돌아왔어.
아인은 꽉 잠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답했다.
[아인]
네가 날 기다릴 것 같았어. 그래서 반드시 너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어.
나는 아인의 얼굴을 어루만져보았다. 조금 수척해지긴 했지만 그의 강인한 눈빛과 표정은 그대로였다. 아인이다. 아인이 정말로 돌아왔어.
[나]
오랫동안 참았어요. 당신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했지만... 사람들 앞에선 울지 않으려고, 열심이 참... 으흑...
[아인]
이제 참지 않아도 돼. 울고 싶거든 마음껏 울어.
아인의 품에 안긴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서 오열했다. 그 많은 눈물이 다 어디서 나왔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아인이 돌아왔다.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팔을 활짝 벌려 나를 안고 온몸으로 내 눈물을 가려주었다. 우리의 재회는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졌다.
-
힘을 한계 이상으로 쥐어짜내는 바람에 나는 탈진해버렸다. 뒤는 제게 맡기라는 아인의 속삭임을 들으며 나는 그대로 정신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인이 내 곁을 지기고 있었다.
아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나를 위로했다.
[아인]
부상자와 민간인 모두 외곽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으니 아무 걱정 마.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아인의 위로에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내 부족함이 너무도 아쉬웠다. 나는 큰소리만 쳤을 뿐, 상황을 정리한 건 결국 아인이니까. 실버나이트가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내 생각이 짧아 대비가 모자랐던 탓에 여태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아인은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 측 전력에 큰 손실이 생겼단 걸 모를 수가 없다. 당장 내일이 월계절인데... 애초에 나와 아인을 맞바꿔 그를 구했어야 했다. 아인이 있었다면 지금의 이런 결과는 맞지 않았겠지. 참담해진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인의 시선을 피했다.
[아인]
왜 그렇게 괴로운 표정이지?
[나]
내가 다 망쳐버렸어요. 모든 경우에 대비해야 했는데... 최상의 상태로 월계절을 맞이해야 하는데, 그릴 수가 없어졌어요. 토끼굴 사람들과 당신의 부하들도 다 지 기지 못했어요. 내가 부족해서...
[아인]
그런 말 하지 마. 너는 너무도 잘해냈어. 오히려 내가 부족했지. 넌 침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야. 자책은 어울리지 않아.
아인은 내 머리맡에 앉아 우리가 헤어진 다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반란군은 지하 수로 지도를 얻는 데 실패하자, 아인이 반역을 꾀했다며 그를 황제에게 팔아넘겼다.
반역자를 처형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 소문이 아인의 귀에까지 닿아 그는 자신이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지하 감옥에 갇혔긴 했지만 좋은 대우를 받았다. 마치 돌봄을 받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젯밤, 한 마법사가 그를 찾아왔다. 카이로스가 가장 신임하는 고위 마법사이자 마탑 9성의 일원, 알카이드였다.
알카이드는 마법으로 아인을 기절시켰고, 정신을 차렸을 땐 황성 외곽이었다고 한다. 그의 옆에서 알카이드는 무적이나 고되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인은 로샤가 저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냐고 알카이드에게 물었다. 알카이드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가 받은 명령은 아인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그를 깊은 잠에 빠트린 뒤 월계절 전까지 발을 묶어놓으라는 것이었다고. 게다가 로샤는 절대로 아인의 목숨을 위협하지 말라고 각별히 경고까지 했다고 한다. 아인은 로샤가 그런 명령을 내린 까닭을 물었지만, 알카이드는 불안한 기색으로 다른 소리만 늘어놓았다.
[알카이드]
전하, 월계절에 절대 황성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황성에서 멀어져야만 전하께서 안전할 수 있습니다. 폐하께선 기꺼이 스스로 피를 바치시고, 황족과 마법사들 또한 운명을 따를 겁니다. 전하계서는... 미래를 갖고 계십니다.
이어서, 반란군은 모두 격퇴될 것이니 더는 그들과 읽히지 말라 덧붙였다고 한다. 다만 알카이드는 황명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그는 아인을 풀어주었다.
[알카이드]
월계절 전에 찾아야 할 사람이 있고, 하시려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찾거든 황성에서 멀리 떠나세요. 황성을 벗어나 모든 싸움과 분쟁에서 멀어지십시오. 전하와 그분은 충분히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아인은 입을 굳게 닫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아인은 로샤를 줄곧 증오해온 반면, 로샤는 아인에게 악의를 품지 않았다. 내 짐작이 억측이 아니었단 말이다. 로샤가 아인을 황태자위에 앉히고 무시무시한 집행인 부대에 임무를 내린 것도 어 찌면 아인을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황궁 내보단 외의 것에 신경이 분산되도록 말이다. 대체 이유가 뭐지? 그리고 "폐하는 기꺼이 당신 피를 바칠 것이다"라는 알카이드의 말은 무슨 뜻일까? 월계절에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아인]
거길 빠져나오자마자 황궁에 심어둔 부하에게 연락을 취했다. 로샤가 황족의 혈통이 섞인 귀족을 전부 황궁에 가뒀다더군. 강림 마법진에 그들의 피를 사용하기 위해.
그는 잠시 침묵하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인]
혼란스러워. 로샤는 내 아버지의 피를 그 괴물 같은 마법사에게 바친 미치광이인 줄 로만 알았는데, 대체 왜 로샤가... 그 자식은 자기 목숨까지 바치려는 거야. 무슨 생각이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아인의 떨리는 음성은 점점 잦아들었다. 그의 목소리엔 버리지 못한 증오를 포함한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우리의 혼란과는 별개로, 일의 전말은 조금씩 명료해졌다. 지난 여정에서 로샤는 말했다. 마법진을 통해 에르세르 대륙 전체를 새로운 세계로 이동시길 것이고, 그 의식의 제물이 바로 나라고. "월계절이 되면 그대와 나의 운명은 하나가 된다"는 로샤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간 의식의 희생양에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아인]
굳이 이세계 신녀를 데려와 제물로 쓰려는 이유도 알아냈어. 이세계 신녀 한 명이면 십만 백성의 생명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더군. 그리고... 내일 아침 황성의 모든 문을 개방해 반란군의 총공격을 유도한다는 첩보를 접했어. 상황이 여의지 않으니 제 적까지 끌어들여 제물로 이용하려는 거겠지. 지극히 로샤다운 발상이야.
말을 멈춘 아인은 어딘지 막막해 보였다. 증오는 그간 아인을 살게 하는 단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지금껏 그는 제 손으로 직접 로샤를 살해하고 왕위를 되찾아 복수를 달성할 기회만 노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로샤가 에르세르의 모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본인의 목숨을 내놓으려 하는 거였다니... 아인의 증오와 집착은 갈 곳을 잃었다. 아인은 어찌할 바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그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그는 하염없이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인]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나]
아인...
[아인]
넌 어떻게 하고 싶지? 어디로 가고 싶어? 바로 내일이 월계절이야. 황성으로 돌아갈지 이대로 도망칠지, 결정은... 너에게 맡길게.
아인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했다. 따져보자면, 지금 우리에겐 황성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아인과 내가 처음 손잡은 까닭은, 월계절 의식을 저지하고 로샤에게 맞서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강림 의식은 대륙의 운명을 구할 길이고, 로샤는 그 의식으로 희생될 것이다. 우리가 딱히 손쓰지 않아도 모든 일이 알아서 해결되고 아인의 원수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알카이드가 말했던 대로 황성을 떠나도 그만이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마음이 불안했다.
>아인, 황성으로 가요.
"세상에 알아서 해결되는 일은 없어."
의문의 목소리가 또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난 여정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것들을 잊지 마라."
지난 여정...? 그래. 월계절에 나는 아인과 함께 중앙광장으로 향했지. 맹렬히 솟구치던 얼음 나비들과 세찬 눈보라,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인의 모습까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러고 보니, 그 장면이 의미하는 것들을 지금껏 외면하고 있었다. 로샤는 애초에 아인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인은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결국 최후를 맞았다. 아인을 해친 이, 그리고 동시에 강림 의식을 방해해 대륙을 멸망시기고자 하는 이. 오직 한 사람뿐이다.

반란군의 우두머리, 실버나이트. 일순 중앙광장으로 몰려들었던 얼음 나비는 지하 통로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황성의 지하 수로 지도는 아인만이 가지고 있었고, 수잔나는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지난 여정에서 아인은 지하 수로의 지도를 넘겨준 뒤 실버나이트에게 배신당한 거겠지.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머릿속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실버나이트를 막아야 해! 나는 아인의 손을 꽉 잡았다.
[나]
아인, 황성으로 가요. 우리는 가야만 해요.
>25화에서 계속...
>아인, 우리 여길 떠나요.
BE 5. 도망
아인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우리가 간들 돌이킬 수 없다고, 그러니 토끼굴의 사람들과 집행인 부대를 이끌고 황성을 떠나자고. 강림 의식이 성공하면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될 것이다. 낮선 세계에선 많은 어려움이 따를 테고, 아인이 모두를 이끌어줘야 했다.
[나]
아인, 이 사람들에겐 당신이 필요해요. 그러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의 간절한 설득에 아인은 오래도록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
이튿날, 우리는 남쪽으로 향했다. 구체적인 목적지는 없었다. 일단 황성에서 멀리 떨어진 뒤, 다음 일을 생각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사흘간 쉬지 않고 눈보라 속을 걸었다. 제법 이동했지만 눈보라는 잦아들지 않았다. 에르세르에서 따뜻한 곳은 아예 없는 건가. 월계절은 이미 지났다. 원래대로라면 벌써 새로운 세계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끔찍하게 추웠고 눈보라는 그치지 않았으며 얼음 나비가 출몰했다. 그렇다고 멈춰 설 수도 없기에, 나와 아인은 계속 남쪽으로 가면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사람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 여정의 결말이 어떨지 눈치채고 있었다.
강림 의식은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곧 얼음 나비가 생명이란 생명은 전부 집 어삼기고 세상은 눈으로 뒤덮이겠지. 난 로샤와 카이로스에게 모든 것을 미루고 도피를 선택했다. 만일 그날 밤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는 걸 택했다면, 나와 아인이 강림 의식의 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까? 답은 알 수 없다. 그리고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겁하게 도망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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