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약속

2024. 6. 27. 23:17현대 편/여름 메인 스토리

​ 나에게 이끌려 다시 방으로 돌아온 알카이드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카이드]

이번에는 왜...? 


 나는 한 걸음 다가가 진지하게 그를 쳐다봤다. 가까이 다가서자 알카이드의 속눈썹과 그 아래로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손을 뻗자 그의 속눈썹에 닿을 듯했다.

 잠시 멍해진 알카이드는 이내 상관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살짝 내리깔고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 잠시 멍해진 알카이드는 이내 상관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살짝 내리깔고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 나는 닿기 직전에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어둡게 내려앉은 그림자를 건드렸다. 

 

[로지타]

선배, 어젯밤에는 잘 쉬었어요?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알카이드]

...괜찮아, 로지타. 그나저나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로지타]

​선배가 푹 쉬는 거요. 


​나는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로지타]

오전 내내 그 많은 걸 조사했으니, 분명 어젯밤부터 준비한다고 밤을 새웠을 거잖아요. 몸부터 챙겨요. 지금은 잠을 보충해야 한다고요. 


 알카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알카이드]

네가 신경 쓰는 일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확실히 하고 싶었어. 

 

[로지타]

기본적인 틀은 잡혔잖아요! 그리고 내가 제일 신경 쓰는 건 선배...


 알카이드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뺨을 가법게 쓰다듬었다. 말이 끊겼지만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잊어버렸다. 그는 천천히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난 후에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

네 말대로 할게. 그래도 저녁은 로지타, 너랑 같이 먹고 싶어. 그러니 하다, 저녁 알람 서비스는 너한테 맡길게. 이따 깨워줘.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서쪽으로 지고, 저 멀리 보이는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가방을 메고 침대 옆으로 가 고개를 숙이고 알카이드를 바라보았다. 잠에 빠져 무방비 상태가 된 그는 고르고 느리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를 깨울 생각은 없다. 나 혼자 등대로 가고 싶었다. 알카이드와 그의 어머니가 어떤 심경인지는 잘 안다. 그들은 날 걱정하고, 이 모든 이변을 전문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 혼자 발을 뺄 자신이 없었다. ...이 일은 엄마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으니까.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알카이드의 눈썹이 갑자기 살짝 떨리더니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눈을 떴다. 

 

[알카이드]

으음... 로지타.


 잠에서 막 깨서 그런지 그의 눈빛은 약간 멍했고, 목소리도 평소보다 조금 잠겨 있었다. 

 

[알카이드]

출발하려고? 


 나는 몸을 일으키는 그를 부드럽게 막았다. 


[로지타]

선배한테는 알람 서비스가 필요 없겠어요. 

 

[알카이드]

내 알람 서비스 담당자가 저녁에 떠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거든.


 나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알카이드는 내가 뭘 하려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알카이드를 속이는 게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어떤 비밀도 있어선 안 됐는데. 

 

[로지타]

혼자서 그 등대에 가보고 싶어요.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로지타]

방금 선배가 잠들었을 때 선배가 가져온 자료를 한 번 더 봤어요. 이 일은 분명 엄마와 관련이 있을 거예요. 

 

[알카이드]

사건이 발생한 시간 때문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은 십여 년 전에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그때는 바로 엄마가 음성을 전파할 때였다. 

 

[로지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음성 확산이 멈추고도 이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건 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이 존재한다면 분명 엄마와 관련 있을 거예요. 그 힘은 나를 해치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알카이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가 단숨에 말을 끝냈다. 

 

[로지타]

'다른 사람'이라는 건... 알카이드 선배도 마찬가지예요. 


 내 몸에는 엄마의 피가 흐르고 있다. 내겐 그림 소울을 소환 하는 능력도 있으니 필요한 순간에 나 자신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알카이드는 감각이 예민하고 심미안도 있어, 그 사례에서 본 사람들과 비슷했다. 알카이드는 내 우려를 꿰뚫어 보기 라도 한 듯 나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알카이드]

...그래.


 내 결정을 못 미더워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나를 끌어당겨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출 뿐이었다. 

 

[알카이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따뜻한 감촉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알카이드]

하지만 나도 부탁이 있어.


 반사적으로 그의 말에 질문을 던졌다. 

 

[로지타]

뭔데요? 

 

[알카이드]

나한테 계속 연락해. 무슨 일이 있든, 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잊지마.

 

[로지타]

알겠어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알카이드가 작게 웃었다.

 

[알카이드]

하나 더. 전에 약속했던 거야. 네가 도움이 필요하면, 최대한 빨리 네 곁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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