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풍파

2024. 6. 27. 23:23현대 편/여름 메인 스토리

 발걸음은 무거위지고 계속해서 머릿속을 메아리치는 목소리는 날 더 혼란스럽게했다. 어떻게 해야 여길 떠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무언가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서 무언가 들이닥친 것 같다. 바닥에 깨진 유리 파편과 겹겹이 포개진 시트,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건.... 사람 같은데?! 

 

[로지타]

알카이드 선배!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려고 애쓰는 걸 보니 더욱 그랬다. 조금 전까지 움직이지 않던 몸이 어느샌가 그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로지타]

괜찮아요?


 알카이드는 장갑 낀 손으로 몸에 휘감겨 있는 밧줄을 풀었다. 특수 장비를 하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알카이드]

걱정하지 마. 창문이 완전히 닫혀 있진 않았으니까.


 그를 바라보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는 듯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

난 괜찮아. 널 만나고 싶은데 다른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았어. 그래서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이용해봤지. 


 알카이드는 조금 쑥스러워 보였다. 

 

[알카이드]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알아. 그러니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내 발로 직접 경찰서로 가서 자수할 생각이야...

 

[로지타]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알카이드의 손을 잡자 그는 날 달래듯 웃어 보였다. 

 

[알카이드]

이렇게 무사히 왔잖아, 너도 만났고. 


 이내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알카이드]

참, 방금 무슨 일 있었어? 계속 답장을 안 하던데. 


 그제야 나는 알카이드가 나타난 뒤로 룬의 목소리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룬이 내게 했던 이야기들을 알카이드 선배에게 전부 알려줘야 할까?

 고개를 들어 알카이드의 눈을 바라봤다. 깊은 호수 같은 그의 푸른 눈동자가 내 마음에 평온을 안겨주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자, 영혼의 비밀까지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다. '내 엄마의 부하'라는 자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다른 속셈이 있는 놈 때문에 우리 사이가 멀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자, 그가 나를 가만히 품 안에 끌어안았다. 

 

[알카이드]

너무 기쁜데. 

 

[로지타]

응? 왜요? 


로지타, 네가 정말로 날 믿어주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나에게 의심을 품었다면 '일어 날 수 있는 미래를 알려주지 않았겠지. 그자는 사람 마음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잘 알아. 그럴싸하게 얘기해서 의심을 품게 하는 거지. 

 

[로지타]

난 그자를 믿지 않아요. 

 

[알카이드]

그래. 이번 일 마무리 지으면 다른 의문에도 대답해 줄게. 


 룬의 소리가 더 이상 울리지 않자, 고요한 밤 등대 아래 노랫소리가 더욱 기이하게 들렸다. 


얼마나 많은 달이 등대에 올라 퐁당 퐁당 바다로 떨어졌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공허하고 기괴한 노랫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지니 당황스러웠다. 

 

[알카이드]

일단 등을 깨고 룬을 부수자. 


 알카이드가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알카이드]

멀리 떨어져 있어.


 그가 시기는 대로 멀리 떨어졌다. 알카이드는 바닥에 흩어진 자갈을 하나 주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중앙으로 힘껏 던졌다. 돌은 정확히 중심을 맞췄다. 하지만 등은 제대로 깨지지 않았다. 자갈 크기의 구멍만 났을 뿐이다. 알카이드가 손을 뻗어 안에 있는 룬을 꺼내려 했다. 

 

[로지타]

​선배, 조심해요. 


 알카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호하게 룬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룬에 손이 닿기 직전에 갑자기 표면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알카이드의 장갑이 닿는 순간 룬은 이미 산산이 부서지며 가루가 되어 있었다.

 잠깐, 사람들이 아직도 모여 있잖아! 노래는 멈췄지만, 그들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등대 아래를 배회하며.... 경직된 상대로 등대 꼭대기를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룬이 파괴되었는데, 왜 아직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거지? 경직된 표정 속엔 갈망과 기대가 어려 있었다. 대체 저들이 기대하는 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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