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2. 17:45ㆍ다음 역, 에덴/사냥매 (카이로스)
그림 소울을 소환해 방랑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도그럴 것이 그들은 사람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생존을 위해 달리고 달아나려는 몸짓, 전투 기술, 공격받았을 때의 울부짖음... 전투 중에 카이로스에게 물었다.
[나]
방랑자는 대체 뭐죠? 아무리 봐도 사람을 닮은 것 같은데
[클라우드]
저들은... 원래 사람이었어. 능력을 한계 이상 사용한 능력자는 방랑자가 되지. 저것들이... 우리의 최후라니...
클라우드는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껴안으며 몸을 떨었다.
[클라우드]
싸우고 싶지 않아. 능력을 계속 쓰면 결국 괴물이 되고 말 덴데... 나, 난 그저 평범하게 에덴에서 살고 싶을 뿐이야. 그저 적당한 곳에서 평범하게...
카이로스는 클라우드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진정할 수 있게 옆에 앉혔다. 그런 뒤 내 눈을 바라봤다. 투명한 호수처럼 맑은 그의 눈동자가 조용하게 일렁거렸다.
[카이로스]
괜찮아, 클라우드는 지친 것뿐이니까.
[나]
카이로스는 괜찮나요?
카이로스는 묵묵히 고개를 젓더니, 근처의 바리케이드에서 총을 한 자루 찾아내 연거푸 발포하며 전력을 유지했다. 또다시 찾아온 평화. 거친 총소리와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이 사라지자, 카이로스가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카이로스]
능력자의 비밀을 알려줘야 할 것 같군.
카이로스는 담담한 말투로 잔혹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순간에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카이로스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으로선 모래 괴물을 상대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괴물의 결정을 몸에 흡수시켜 능력자가 되었다.
능력자는 전투력을 얻는 대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육체적 대가를 치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에린의 경우, 태양 아래에서는 잠들어버린다. 카이로스와 그의 스승 엘리사는 서서히 기억을 읾어가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카이로스의 손을 잡은 채 그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능력자가 능력을 사용할 때도 체내의 결정이 소모된다. 그러니까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려면 능력자는 모래 괴물을 꾸준히 사냥해 결정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인체의 거부 반응 탓에, 결정을 흡수할수록 능력자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늘어간다.
능력자가 자제력을 읾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이성은 모두 사라지고 광기만 가득한 괴물, 즉 방랑자가 되는 것이다. '천당의 종이 될 바에야 지옥의 왕이 되겠다.' 지구에 한하는 〈실낙원〉 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낙원의 주인은 광기에 찬 괴물들을 방랑자로 부르며, 에덴의 밤에 그들을 불러내 사람들을 심연으로 끌고 간다.'는 구절과 맞아떨 어진다.
[카이로스]
잠깐... 우는 거야?
카이로스가 다가와 내 등을 토닥이며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카이로스]
괴로워할 것 없어. 우리 스스로 원한 거야. 살고 싶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결코 동정받을 일이 아니야.
[나]
네...
카이로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그대로였다.
[카이로스]
난 위로하는 법 따위 몰라. 지금도 울지 말라는 것 말고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더는 울지 않을 거예요.
고개를 숙인 채, 소울 스톤이 흡수된 통신기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나]
모든 적을 쓰러뜨려야 결말에 도달할 수 있다면... 당신과 함께 끝까지 가보겠어요.
눈물을 닦으며 카이로스를 올려다봤다.
[나]
우리 같이 싸워요.
소울 스톤을 받았을 때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곤란했지만, 이제는 그런 걸 더는 고민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적을 모두 쓰러뜨린 후에야 진실을 알 수 있다면 당신 옆에 서서, 당신을 위해 싸우겠어요.
[카이로스]
고마워.
그 순간, 통신기에서 경고를 알리는 진동이 울려 퍼졌다.
[warning] 에덴 관리 시스템(MSE) : 타락자가 곧 출현합니다. 에덴 관리 시스템(MSE) : 2차 경고. 타락자가 곧 출현합니다!!! |
[나]
2차 경고...타락자는 뭐죠?
카이로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내 앞을 가로막더니 먼 곳을 살폈다. 그 순간 통신기에 세 번째 진동이 울렸다. 세 번 연속 울린 진동, 그건 가장 위험하다는 경고였다.
[warning] 에덴 관리 시스템(MSE) : 마지막 경고. 타락자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투에 대비하십시오. |
통신기를 끄고 고개를 들자, 정면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방랑자보다 더 커다란 몸집의 괴물이 살기를 품고 블랙 스트릿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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