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9. 14:57ㆍ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재한 선배>
[정재한]
후배님! 지금 당장 학생회로 와줄 수 있어?!!
[나]
무슨 일이죠?[정재한]
완전 대 사건이야. 회장이--
[들은 적 없는 남성의 목소리]
재한 군, 너를 위해 준비한 물건, 빨리 보여줬으면 하는데~?
[정재한]
네, 네엣! 지금--
[나]
음? 지금 목소리. 누구... 여보세요? 선배?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나는 잠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재한 선배가 정신없는 사람인 건 맞지만 이렇게 의미를 알 수 없는 전화를 한 건 처음인데... 게다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 낮선 사람의 목소리. 대체 누굴까? 학생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고양이]
야옹~
밖에서 뛰어들어온 고양이가 뭔가 하얀 카드같은걸 물고 있었다.

[나]
후우,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이상한 거 물고 오면 안된다구. 그러다 큰일날지도 모르니깐.
[고양이]
야옹~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말을 이해는 하는 걸까? 도저히 모르겠네... 녀석이 물고온 카드를 살펴보니 세인트셀터학원 학생회 도장이 찍혀있었다.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카드를 열자.
[나]
친애하는 프린세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학생회는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
-
기묘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바람에 걱정이 된 나는 학생회실에 가보기로 했다. 카드 안에 적힌 내용이 너무나 황당해 몇 번이고 카드를 확인해보았지만 도장이 위조된 것 같지는 않았다.
학생회에서 정식으로 낸 배포물은 전부 카이로스 선배가 확인을 하는데, 이런 문구가 쓰여있는 걸 허락한다는 건 선배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불안함을 느끼며 황급히 본부동으로 향하던 중, 이벤트 게시판 앞에 인파가 몰린 걸 보았다.
[여학생 1]
이거 뭐야? "곧 프린세스데이!'?
[여학생 2]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뭔가 카드가 오지 않았어...? 이상한 장난같은 거.
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학생회가 교내 행사를 알릴 때 늘 사용하는 게시판에는 알록달록한 포스터가 반쯤 찢어진 채 붙어 있었다.

"프린세스 데이 임박! 기뻐해주세요, 공주님!" 너절한 포스터 디자인부터 내용까지 하나하나가 다 충격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디자인이나 색깔에 나름대로 신경쓴 모양이었다.
[남학생 1]
학생회가 노선을 바꿨나 보네.
[남학생 2]
이건 노선이 아니라 거의 학생회장이 바뀐 수준인데?
[남학생 3]
그럼 이제... 우리도 공주님 되는 거야?
나는 그 '포스터'를 보며 조금 의아해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모든 게 다 이상하다. 아무래도 빨리 카이로스 선배를 찾아가 확인해 봐야겠어... 뒤돌아서 자리를 떠나려던 그 순간, 무언가에 시선을 빼앗겼다.

근처 나무 아래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무심히 이쪽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심히 뭔가를 살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림을 오래 그리다 보니 그림의 불균형, 다른 말로는 '데포르메'를 찾아내는 게 버릇이 됐다. 재학생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방문객 같지도 않다. 그를 관찰하던 그 때, 그의 시선이 염탐하던 내 눈길과 마주쳤다.
그는 여전히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등 뒤로 바람이 불어와 그의 옅은 색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고, 그 위로 나무 그림자가 드리우며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오늘 날씨는 정말 이상했다. 햇살이 이렇게 밝은데, 이상하게 부는 이 바람은 뭐지? 그저 평범한 하루에 불과하다면, 괜히 불안불안한 이 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날 나는 앞으로 얼마나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함정에 빠져들게 될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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