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잔 1화

2024. 2. 19. 15:14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학생회 건물을 막 나왔을 때, 유난히도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자 나는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아인과 알카이드에게 프린세스데이 축제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하고, 거기다 이상한 복장으로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읊으라고 시키라니... 나는 그제서야 다단계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아무런 위화감을 못느꼈다니. (이래서 항상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한다니까!) 

[여학생 1]
그 축제, 도대체 뭘까? 
 
[여학생 2]
그러게. 궁금하네. 
 
[여학생 3]
코스프레 같은 거겠지. 난 신청할 거야! 재밌을 것 같아! 
 
 게시판 쪽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잘생긴 불청객이 가져온 건 초대장과 홍보 포스터만이 아니었다. 그는 소녀들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축제 계획이 아무리 엉터리처럼 들린다 한들, 소녀들에게 은근히 기대를 안겨 주었다. 초대장이 발송된 그 순간, 프린세스 데이라는 화살은 이미 활시위를 떠난 것이다. 어찌 됐든, 누가 동경의 빛으로 반짝이는 소녀들의 눈을 보고 No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그 사람의 교묘한 능력이다. 
 
[루카스]
한 가지 조언하자면, 이 사람부터 공략하는 게 좋을거야. 

이 여우의 손가락이 가리킨 건 바로 부드럽고 밝게 웃고 있는 알카이드 선배였다. 나는 불안을 가득 안은 재, 천문대로 향했다. 
 
[알카이드]
으음... 그럼 프린세스 데이 축제에 봉사자로 참여해달라는 뜻이야? 
 
[로지타]
네에... 
 
알카이드는 불쾌해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로지타]
불편할 것 같으면 거절해도 돼요...
 
[알카이드]
너도 함께 하는 거지? 
 
[로지타]
네?
 
[알카이드]
너도 '프린세스 데이'에 참가 하는 거야?
 
[로지타]
아침에 초대장을 받았어요. 축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저도 갈 것 같아요. 
 
[알카이드]
지금 네 제안이 내게 보내는 초대장인가 보네? 
 
[로지타]
그런...셈이죠. 
 
[알카이드]
그럼 나도 할게.
 
[로지타]
정말요?
 
 알카이드는 의아해하는 내 모습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웃어 보이며 내 마음속 불안을 잠재웠다. 
 
[알카이드]
너랑 좀 더 함께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
 
[알카이드]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 거야? 
 
 내 요청을 수락한 알카이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학교 근처 카페로 자리 를 옮겼다. 장가에 앉자, 카페를 가득 재운 향이 느껴졌다. 
 
[로지타]
사실 법학과 재한 선배가 시범을 보여주긴 했는데... 윽, 됐어요. 그건 선배한테 안 맞을 것 같아요. 
 
[알카이드]
뭔데? 말해봐. 열심히 해볼게. 
 
 속으로 선배가 조금 걱정이 됐다. 이 험한 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순수할 수 있지? 
 
[로지타]
이런 방면으론 다들 경험이 없을 거예요. 한 사람만 제외하고요. 
 
[???]
두 분, 필요하신 거라도? 
 
 머리 위로 들려오는 말소리에 고개를 올려 보니 우리 중 유일한 경험자가 어느 틈에 우리 앞에 서 있었다. 
 
[루카스]
메뉴 선정이 어렵나요? 그렇다면 오늘의 추천 메뉴를 드서보는 건 어떨까요? 블랙 포 레스트 케이크와 얼그레이 티는 참 잘 어울리죠. 
 
[로지타]
선배...? 여기서 뭐 하세요? 
 
루카스는 살짝 몸을 숙이고 속삭였다. 
 
[루카스]
쉿... 연습 중이야.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카페 안에 있는 종업원 모두 세인트셀터의 학생 같았다. 그들은 바와 테이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손님을 대하는 중이다. 조곤조곤 안내를 하는 종업원들의 말소리는 마치 강가에 부는 산들바람 같았다. 
 
[루카스]
우리 '요원'들의 예행 연습을 위해 이 카페를 빌렸어. 나는 완벽한 축제를 원하거든. 참, 내 소개를 깜빡했네. 반가워, 알카이드 후배님. 나는 루카스라고 해. 프린세스 데이에 관해선 미리 들었지? 그럼 잘 부탁해. 
 
 카페 입구에 걸린 풍경이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낭랑한 소리를 냈다. 그날 오후, 카페의 풍경은 쉴 새 없이 울리고, 빈자리가 없이 손님들이 채워졌다. 
 
[루카스]
내 정성이 통한 모양이군. 
 
루카스는 더 없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알카이드]
로지타, 나도 연습을 해두는 게 좋으려나? 
 
 알카이드가 참석하겠다고 약속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그 이상 나를 위해 뭘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알카이드]
내가 좋아서 하기로 한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내게 대답했고, 그의 눈은 언제나 깨끗한 밤하늘처럼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알카이드가 살짝 미소 짓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루카스가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알카이드]
그럼, 한번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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