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남자 1화

2024. 2. 19. 15:00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복도. 교내 다른 건물에 비해 본관 건물은 조용하고 위엄 있어 보인다. 여기 오는 학생들 모두 자신도 모르는 새 발걸음이 느려지곤 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뚜벅, 뚜벅, 뚜벅... 내 등 뒤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내가 빨리 걸으면 그 발소리도 빨라지고, 내가 느리게 걸으면 똑같이 느려진다... 몇 층을 올라가도 여전히 그 발소리는 계속 날 따라왔다. 불안해진 마음에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카이로스]
갑자기 무슨 일...? 
 
 카이로스의 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내 뒤를 본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원가를 떠올린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좀 전에 봤던 그 남자가 나른한 표정으로 내 뒤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까 그 발소리도 분명 이 남자일 거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낮선 남자]
게시판에 프린세스 데이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왔어. 그나저나... 카이, 이 귀여운 친구랑 아는 사이인가 보네? 
 
아까 봤던 '독창적인' 포스터가 떠올랐다. 그게 이 사람 손에서 나온 거라니. 그렇다는 건... 아까 자기 작품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낮선 남자]
개성이 충만했지? 많은 게시물 중에서 한눈에 쏙 들어오도록 만들어봤어. 수상한 사람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아줘, 후배님. 
 
나는 조심스럽게 카이로스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나 고도의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는 마치 폭우가 쏟아지 기 전에 깔리는 먹구름 같았다. 
 
[낮선 남자]
아무튼, 포스터의 홍보 효과가 생각보다 굉장해! 나, 광고 쪽으로도 자질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카이로스는... 완전히 무시당했다. 
 
[카이로스]
학생회 내세워 엉뚱한 짓 하지 마십시오, 선배님. 
 
[낮선 남자]
하하하, 카이, 너무 깐깐하게 굴지 마. 물론 그게 네 매력이지만. 
 
모든 것은 내 상식을 벗어나는 황당한 것들이 었다. 남자는 내 의아한 표정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낮선 남자]
내가 누군지 궁금해 죽겠지? 
 
 복도로 불어온 바람에 꽃향기가 실려 왔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들어 올리더니 손등에 가법게 입을 맞췄다. 
 
[낮선 남자]
공주님,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그도 내가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는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카이로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카이로스]
일단 들어가자. 선배님도요. 

'이벤트 스토리-2020 > 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의 잔 2화  (0) 2024.02.19
별의 잔 1화  (0) 2024.02.19
이상한 남자 3화  (0) 2024.02.19
이상한 남자 2화  (0) 2024.02.19
프롤로그  (0) 202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