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남자 3화

2024. 2. 19. 15:14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이 넓은 학생회실에 즐거운 사람은 전임 회장뿐인 것 같다. 나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나]
 카이로스 선배... 다른 일 없으면 저 먼저 가볼게요...
 
슬며시 카이로스에게 인사하고 학생회실을 벗어나려는데-
 
[루카스]
잠깐! 그냥 가면 안 되지! 
 
 신이 난 루카스가 내 앞으로 다가오자, 불현듯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루카스]
프린세스 데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줄, 일종의 '요원'이 필요한데 말이야. 
 
루카스가 필진 커다란 종이에는 많은 남학생들의 사진과 관련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타깃 1: 음악과 아인.
타깃 2: 천문학과 알카이드.
타깃 3: 법학과 카이로스 (참가 확정) 

 
[나]
...지명 수배라도 하세요?! 
 
[카이로스]
사형선고 리스트로 보이는데. 
 
[루카스]
베스트 후보진은 섭외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진구들이야. 
 
루카스가 두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루카스]
그래서 말인데... 후배님이 아인과 알카이드. 이 두 후보를 섭외해줬으면 해! 임무를 완수하면 교내 봉사활동 특별점수가 부여될 거야. 
 
 이렇게만 들어도 뭔가 좋은 일은 아닌 거 같은데... 거절하려던 그 때,
 
[루카스]
점수가 상당히 높게 배정돼 있다고. 
 
 루카스가 태연하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런 여우 같은! 사람 속을 꿰뚫어 보고 있잖아! 사실, 학기가 시작되고 한동안은 학교 활동을 많이 빼먹어서 활동 점수가 좀 모자랐다. 그런데 점수를 만회할 좋은 기회가 눈앞에 나타났잖아! 
 
[나]
그러니까 이 두 사람만 설득하면 되는거죠? 
 
[루카스]
빙고!
 
[나]
제가 하지 않겠다면요? 
 
[루카스]
거절? 그게 뭐야? 
 
[나]
...처음부터 절 끌어들일 생각이었군요. 
 
[카이로스]
내가 대신 사과할게. 그리고...
 
 나는 감동한 얼굴로 카이로스를 쳐다봤다. 저 사람에 비하면 현직 회장은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다. 
 
[카이로스]
기왕 이렇게 된 거, 네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어. 
 
[나]
결국엔 자기가 하기 싫어서 다 나한테 미루는 거네! 전부 다 한 패였구만! 
 
 아인과 알카이드를 설득하고(사실은 팔아넘기는 거지만) 점수와 교환한다라... 거래를 현실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했다. 

장점: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으면 고생해서 그림을 팔지 않아도 됨. 
단점: 입을 열기도 전에 경호원에게 처리된다면...? 어쨌든 이 역시도 고생스럽게 그림을 팔지 않아도 되겠군. 

 
[나]
그래서 그 '요원'이 하는 일은 뭔데요? 후보자들에게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줘야죠. 
 
 설령 누군가를 해적선에 태워야 한다고 해도 마냥 억지로만 태우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 이것이 내 인간관계의 원칙이다. 
 
[루카스]
백문이 불여일견! 이럴 줄 알고 모델을 준비해뒀지. 
 
 그는 계획대로라는 듯 손뼉을 쳤다. 마치 재미있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재한]
어싞쉐여, 공주님! 필요하신 거 있으쉬면! 말씀해주세야아! 
 
[나]
재, 재한 선배?! 
 
[루카스]
정재한! 지금 화장품 가게 직원을 연기하라는 게 아니잖아! 공주님을 진심으로 웃게 하는 게 네 일이라고 몇 번 말해? 
 
[나]
선배, 대체 그게 무슨 꼴...! 
 
 이런 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간 모두에게 비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재한 선배가 갑자기 전화를 끊었었지. 그때 루카스 선배에게 붙들려 처 참하게 끌려 나간 모양이다. 혹시 그게 sos 요청이었던 건가. 하지만 모든 것이 이 루카스라는 여우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건 몰랐다.
 
[루카스]
열정! 신념! 다~ 부족해. 자, 정신 차리고 한번 더. 
 
 '소녀'의 표정은 복잡했다. 씁쓸하고 달콤하면서도 애잔함이 서려 있고,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도 보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는 그의 예술성을 한껏 뿜어냈다. 정말이지, 혼자 보긴 아까운 명장면이다. 
 
[루카스]
가랏, 정재한! 공주님이 지켜보고 계셔!

[정재한]
공주님, 공주님, 방금 비행기로 도착한 뉴질랜드산 딸기입니다. 나뭇가지에서 따온 지 24시간도 안 됐어요!
 
[카이로스]
둘 다 감옥 갔으면 좋겠군요. 학교 앞 마트에서 사온 딸기를 저런식으로 포장하다니.
 
 의외로 정재한 선배는 점점 즐기기 시작하면서 쭈뼛거리기는 커녕 수줍게 치맛자락을 잡는 모습이 마치 봄날에 피어난 꽃봉오리 같았다. 
 
[루카스]
좋아, 바로 그거야! 대배우의 자질이 엿보이잖아! 
 
[정재한]
...제, 제가효?
 
 한쪽에서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카이로스가 대신 대답했다. 
 
[카이로스]
꼴보기 싫은 걸 죄로 따지면 둘 다 무기징역 감일 덴데. 
 
[루카스]
카이로스, 부러운 모양이구나. 너한테 어울릴 복장도 준비해뒀으니 그렇게 안달할 것 없어. 
 
[카이로스]
고맙다고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합니까? 
 
[루카스]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말라고. 귀여운 공주님들을 불편하게 해선 안 돼. 
 
 카이로스 선배는 특별한 역할을 맡겠지? 어떤 건지 궁금한걸. 
 
[카이로스]
아주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네.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로스]
....
 
 으음,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휩쓸려 깊숙이 들어와버렸네. 어릴 때 동화 속의 성을 꿈에 그리지 않은 소녀가 어디 있을까? 물론 어른이 되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만... 체험해 볼 기회가 있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동화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 런 황당한 연극 속으로 들어오게 된 걸까? 녀석 입에 물려 있던 카드 때문이었나? 
 
[고양이]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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