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0. 01:29ㆍ이벤트 스토리-2021/사계 사냥터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 도래했다.
최근 에르세르 대륙에선 사냥이 인기라, 나도 화승총 장비를 한 세트 마련하고 사냥터로 향했다.
[???]
거기 총 든 아가씨!
사냥꾼들이 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냥꾼과는 옷차림이 달라 보였는데... 어떤 길드의 제복인 것 같았다. 대장으로 보이는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낄낄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턱수염 사냥꾼]
아가씨, 혹시 현상금 사냥엔 관심 없나? 보수가 꽤 두둑한데.
[나]
현상금 사냥이요?
[턱수염 사냥꾼]
그래. 의뢰를 받아 처리해주고 돈을 버는 거지. 우린 현상금 사냥꾼 길드 소속이야! 이번 시즌은 의뢰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일손이 필요하거든. 아가씨를 딱 보는 순간 현상금 사냥꾼이 천직이라는 느낌이 왔지!

[나]
잠시만요. 느낌이라니요? 무슨 그렇게 얼렁뚱땅 영입을...?
[턱수염 사냥꾼]
하핫! 시시콜콜한 부분은 신경 쓰지 말자고! 일단 이것부터 읽어봐!
의뢰서를 확인해보니, 확실히 보수는 두둑해 보였다. 하지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턱수염 사냥꾼]
우리 길드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아냐. 누구에게나 이런 제안을 하는 게 아니라고. 어때, 생각 있나?
[나]
당연히 거절... 앗! 들짐승의 습격이다!
-
[턱수염 사냥꾼]
기다려, 사냥꾼 아가씨. 명예 훈장 받아 가는 거 잊지 말라고.
[나]
윽... 고마워요
나는 사냥꾼이 건네준 명예 훈장을 받아들었다. 현상금 사냥꾼 길드의 표식이 있는 훈장은 무척 값비싸 보였다.
[턱수염 사냥꾼]
잘 챙겨둬. 나중에 보수로 교환해야 하니까.
[나]
몰랐는데요. 잠깐,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턱수염 사냥꾼]
응? 어이구, 그럴 리가. 보수는 언제든지, 저기, 그... 미안한데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 겠다. 다른 의뢰들도 최대한 빨리 완수해줘!
사냥꾼은 내게 윙크한 뒤 사라져버렸고, 내 곁엔 사냥꾼 길드의 명예 훈장 한 뭉텅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현상금 사냥꾼을 돕다가 알카이드와 만나게 된다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알카이드]
명성 이 자자한 사냥꾼 아가씨를 드디 어 만나 뵙네요.
[나]
...제가 그렇게 유명해요?
[알카이드]
현상금 사냥꾼 계의 유명 인사가 되셨던걸요. 이번 시즌의 's급 수배'까지 맡으셨다면서요?
[나]
저 아무래도 속은 것 같아요...
[알카이드]
흐음... 대충 짐작이 갑니다. 아무래도 길드가 능력치 이상으로 의뢰를 받은 모양이군요. 실패 위약금이 무서워 신녀님께 손을 벌렸겠지요.
[나]
...현상금이 걸려 있긴 한 거죠?
최대 관심사를 물어보자, 알카이드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알카이드]
물론이죠. 이제부터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
좋아요! 그럼 첫 번째 의뢰부터 시작하죠!
-
[나]
끝!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나는 받아뒀던 의뢰서 뭉치를 꺼내, 하나하나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알카이드]
기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알카이드가 의뢰서 한 장을 뽑아, 뒷면을 보여주었다.
[나]
대체 앞뒤 양면을 다 쓰는 현상금 수배서가 어디 있어요? 뒤쪽은 벽에 붙이는 데 쓰는 거 아닌가!
[알카이드]
으음, 이게 그 S급 의뢰군요.
알카이드의 말에 다시 의뢰서를 보니, 그의 말대로 커다란 'S'자가 적혀 있었다.
다음 약재들을 찾을 것: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슴의 뿔 x2 긴장해서 예민해진 들꿩의 것털 x20 어려서부터 무리와 어울리지 않은 늑대의 날카로운 발톱 x6 단 한 번도 겨울잠을 자지 않은 뱀의 혀 x8
[나]
이 기괴한 것들은 대체 뭐죠...?
나는 줄줄이 늘어진 목록 밑에서 서명을 확인했다
[의뢰인: 호레스]
s급 현상수배를 굳이 뒷면에 적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정말 호레스답네.
[알카이드]
차근차근 처리하시죠.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슴의 뿔'이 그나마 찾기 쉬워 보이는군요.
알카이드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졌다. 그와 함께 있으면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나]
좋아요. 우선 주변에 사슴 무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볼까요?
-
[흉악한 사냥꾼]
거기 서! 가지고 있는 훈장 다 내놔!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와 알카이드가 고개를 돌려 보니, 흉악한 사냥꾼들이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진 사냥꾼 훈장을 노리고 줄곧 나와 알카이드를 미행한 것 같았다. 알카이드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나를 등 뒤에 숨겼다.
[알카이드]
죄송하지만, 그 청은 들어드릴 수 없겠군요.
[흉악한 사냥꾼]
쓰러뜨리고 뺏으면 그만이지!
사냥꾼들이 비열하게 웃으며 방아쇠를 당기자, 총에서 탄환이 발사되었다. 그 순간, 마법 장벽이 빛을 내며 첫 번째 총알 세례를 막아주었다. 역시 알카이드는 강했다. 곧이어 우리는 사악한 사냥꾼들을 향한 반격을 시작했다.
-
강도들을 혼쭐내주자, 편지를 입에 문 비둘기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날아왔다. 현상금 사냥꾼 길드에서 온 편지였다.
"친애하는 사냥꾼 아가씨. 길드의 질서를 무너트리는 사냥꾼들을 처치해주신 데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저희는 오래전부터 그 사냥꾼들 탓에 골머리를 씩히고 있었습니다. 소량의 골드와 훈장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 다.아울러 저희 길드의 전용 쉼터로 초대하오니, 방문하서서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정중한 내용의 편지였지만, 어쩐지 타이밍이 너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함정이 있는 건 아니겠지...
-
[턱수염 사냥꾼]
현상금 사냥꾼 길드 전용 쉼터에 온 걸 환영한다!
[나]
그냥 작은 천막이잖아요...
[턱수염 사냥꾼]
크흠, 자금이 충분히 모이면 확장할 예정이지. 마침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는데...
[나]
왜 갑자기 편지까지 보내서 여기로 초대하나 했더니, 역시 함정이었군요!
[턱수염 사냥꾼]
무슨 그런 서운한 소릴 해?
[나]
길드가 이미 난처한 상황까지 갔다면서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욕심 좀 줄이고 잠깐이라도 의뢰를 안 받을 순 없어요...?
[턱수염 사냥꾼]
아니, 이건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믿어줘, 제발.
[나]
협박이라도 받았다는 거예요?
[턱수염 사냥꾼]
그게... 보수가 아주 그냥 빵빵...호호호.
어디서 본 것 같은 상황인데...
[나]
안 돼요, 저도 제 나름의 원칙이란 게 있다구요.
[턱수염 사냥꾼]
보수를 두 배로 챙겨줄게.
[나]
고민을 좀 해봐야...
[턱수염 사냥꾼]
에잇, 모르겠다! 세 배! 세 배는 어때?
[나]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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