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스토리-2021/사계 사냥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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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장 3화. 늦봄의 별하늘
그렇게 사냥터를 떠나 알카이드와 함께 황성의 거리로 돌아온 건, 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로지타] 알카이드, 우리 아직 아무것도 못 했는데, 돌아가기엔 아직 이른 거 아닌가요? 알카이드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내게 주변을 둘러보라 말했다. 오후의 거리엔 장사 준비로 분주한 노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 중엔 고기를 팔고 있는 사냥꾼과 백정들도 있었다. 알카이드가 생각해낸 방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나를 향해 눈을 깜빡이는 그를 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알카이드] 저쪽에서 필요한 것들을 팔고 있군요. 노점에는 안 파는 것이 없어 보였기에, 쪽지에 적현 식재료를 모두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지. 로샤도 식재료를 반드시 직접 사냥해서 구해오라고 명령한 ..
2024.02.19 -
봄의 장 2화. 중춘의 사슴
배를 채운 우리는 드문드문 남은 발자국을 따라 작은 동물의 뒤를 쫓았다. 사냥꾼이 뒤를 쫓는 줄도 모르고 흙밭을 뛰놀고 있는 듯한 흔적이었다. 조금 더 따스해진 숲속의 기온은 어느새 봄의 한가운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우리의 걸음은 빠르지 않았다. 알카이드는 줄곧 내 왼쪽에서 걷고 있었기에,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의연한 그의 옆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제서야 어떤 무기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사냥이라기보단 산책에 가깝지 않나? [로지타] 알카이드, 사냥 도구도 안 챙겨왔네요...? 심판으로서, 적어도 선수에게 기본적인 준비만큼은 일깨워줄 필요가 있었다. 이미 한참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알카이드] 사냥 도구 따위, 제겐 필요하지 않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이 선수에게 ..
2024.02.19 -
봄의 장 1화. 초봄의 소풍
눈을 떴을 땐, 물결처럼 청량한 옅은 금빛의 햇살이 커튼을 넘어 창가 바닥에 일렁이고 있었다. 뜨겁지 않은 공기에선 산뜻한 풀내음이 가득했다. 계절이 확연히 나눠지는 초봄의 아침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알카이드의 시합을 보러 가야 한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로지타] ..누구세요? [알카이드] 접니다. 주무시는 데 방해한 건 아니기를... [로지타] 괜찮아요, 이미 일어나 있었거든요. 출발할 건가요? [알카이드] 함께 아침식사를 하려고 왔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분수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배가 고파졌다. [로지타]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 에르세르 대륙의 봄날. 길 양옆으로 어린 잔디가 보드랍게 자라나 있었고, 각양각색의 꽃..
2024.02.19 -
프롤로그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에르세르의 사냥대회가 시작되었으니 참가하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누구지? [로샤] 카이로스 경, 우리의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귀빈께서 드디어 깨어나셨군. [카이로스] 폐하, 그렇게 붙어 계시면 놀라지 않겠습니까. 익숙한 회의장의 모습과 익숙한 목소리. 어째서 또 여기로 돌아온 거지?! [로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이군. 카이로스 경, 설명해주시게. [카이로스] 폐하께서 직접 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로샤] 하하, 카이로스 경은 수줍음이 참 많다니까. 언젠가 경에게도 좋아하는 상대가 생길지, 만약 생긴다면 어떻게 대할지 궁금하단 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에르세르 대륙에 돌아와, 또다시 로샤와 카이로스를 마주하다니. 그러나 이는 내가 지나온 그 어떤..
202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