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8. 10:49ㆍ다음 역, 에덴/안내 (로샤)
로샤와 알카이드가 떠난 뒤, 나는 내 고집 때문에 로샤에게 모든 부담이 돌아갔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사람을 구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탓이다. 짧은 순간, 알카이드를 공격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가 에덴에서 얼마나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걸 떠올렸다. 그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자신이 없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원이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그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느꼈다.
-
정신을 차리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알카이드, 당신!
알카이드는 마치 모든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알카이드]
당신은 제 생각보다 훨씬 강하군요.
다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전투의 흔적은 모두 말끔히 사라졌다. 방랑자를 이렇게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니. 알카이드가 내게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었다.
[로샤]
무슨 짓을 한 거야?
로샤가 화난 얼굴로 알카이드를 바라보자, 알카이드는 손을 들며 투항하듯 말했다.
[알카이드]
그저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정말 눈부신 사람이었어. 질투 나네, 로샤 형.
에덴의 주인은 거리낌 없이 본심을 드러냈다. 이 작은 정원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어울리지 않게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알카이드는 의식을 잃은 소년의 앞에 웅크려 앉아, 그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알카이드]
로샤 형, 이 아이 여기에 남겨두면 안 돼?
알카이드는 다시 한숨을 쉬며 소년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푸른 파문이 소년의 몸을 따라 전류처럼 흐르더니, 결국 알카이드의 몸 속으로 흡수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에덴의 주인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사람을 대할 때는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모든 절차를 마친 알카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멸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알카이드]
이 아이는 이제 일반인이야. 에덴에 있을 수 없지. 로샤 형, 약속 지켰으니 형도 형이 해야 할 일을 잊지 마.
알카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소년이 깨어난 건 밤이 깊어진 후였다. 로샤는 소년에게 쪽지를 건네며, 그걸 가지고 에덴을 떠나 상단을 찾아가면 그를 보살펴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와 로사에게 감사 인사를 한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페더라고 소개했다.
[페더]
우리는 대대로 어업을 해왔고, 바다에서 삶을 이어갔어요. 바다는 우리의 터전이었죠. 수영은 우리 가족의 피에 각인된 능력이었고, 우리는 바다와 함께 자랐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세계의 바다는 모두 사라졌어요.
페더는 격변 속에서 바다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페더]
아버지와 삼촌들은 에덴에 물가가 남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에덴을 찾으러 왔어요. 이곳에서 세계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바다로 돌아가는 건커녕, 그들은 목숨까지 잃었어요.
나는 물가에서 본 방랑자들과 그들의 목소리가 떠오르며, 바다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염원이었음을 깨달았다.
[나]
페더, 그날 밤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페더]
맞아요. 그때 나는... 그들을 보고 있었어요. 너희가 공격당하는 걸 보면서도 도와주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나는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는 괴물처럼 변한 자신을 기억조차 못 한다 해도, 그저 소중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페더는 고개를 숙이며 목걸이를 하나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페더]
받아요. 아버지가 말했어요. 이 메달에 새겨진 그림은 자유를 뜻한다고. 우리는 그것을 얻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페더는 손목에 찬 통신기를 빼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페더는 에덴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능력을 잃고 일반인으로 돌아간 그가 빗물에 젖은 식물처럼 생기 넘쳐 보였다.
[나]
저 아이, 바깥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로샤]
걱정 마. 살아남는 건 저 녀석이 지금껏 해왔고, 또 그만큼 잘 해낼 거야.
로샤가 페더의 선물을 들며 말했을 때, 그 목걸이, 바로 방랑자에게서 얻은 것과 같은 목걸이었다. 자유의 상징이 새겨진 펜던트는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음 역, 에덴 > 안내 (로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화. 안개 속에서, 뱃지 (0) | 2025.06.16 |
---|---|
11화. 동행 (0) | 2025.03.28 |
9화. 보상과 교환 (0) | 2025.03.28 |
8화. 소년 (1) | 2025.03.28 |
7화. 만류 (0) | 2025.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