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 22:16ㆍ신운기원/경칩 편 (알카이드)
매우 긴 시간 동안, 나는 그저 말없이 텅 빈 의식의 공간에서 서 있었다. 이곳을 떠난 의식들은 마치 빛의 점처럼 내 주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면, 그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더 이상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나는 그저 앞에 펼쳐진 빛의 줄기를 조용히 바라보며, 새로 태어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빛이 조금씩 흐르는 것을 보며, 손끝에서 이상한 촉감을 느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하얗고 미세한 빛이 내 손끝을 스치며, 나는 흐릿한 의식을 느꼈다. 소리는 없었고, 그저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전해졌다.
"당신은... 창세신이신가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세계는 이제 그것을 소유해야 할 사람에게 완전히 돌아갔으므로, 더 이상 어떤 신도 필요하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가장 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진정한 깨어남을 맞이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작을 안아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마치 연쇄반응처럼, 내 주위에 더 많은 빛의 점들이 멈추었다.
“제가 가진 기억은 한 개 이상인 것 같아요..."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맞이해야 할까요?"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떤 삶일까요?"
나는 그들의 질문을 들으며, 갑자기 가볍게 웃었다.
[로지타]
…너가 믿는 세계를 선택하렴.
빛의 점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끝내, 내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야.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 나는 다시 한 점의 미세한 빛을 보았다.
혹시 떠나지 않은 의식이 남아 있는 걸까, 아니면…
[로지타]
…!
내가 바라보는 곳에서, 빛의 점들이 공중에서 떠오르며 점차 모여들었다.
내 심장이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 미세한 빛들을 주시하며, 그것들이 점차 모여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빛들 속에서, 익숙한 기운이 내게로 퍼져나갔다.
…한 영혼이 스스로를 봉인한다면, 봉인이 풀린 후에는 어떻게 될까?
그 영혼은 아마 완전히 사라지겠지만, 또 다른 가능성은…
그 영혼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리워했던 그 목소리가 다시 내 귀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워했던 사람이 내 시야 속에 다시 나타났다.
[알카이드]
로지타…
그는 조용히, 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알카이드]
…긴, 긴 꿈을 꾼 것 같아.
나는 그를 보며, 몸이 떨려서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러다 그가 두 팔을 벌리며 나를 맞았다. 나는 그를 향해 달려나가, 자신을 그의 품에 온전히 맡겼다.
[로지타]
알카이드…
[알카이드]
여기 있어.
[로지타]
알카이드, 알카이드, 알카이드…
[알카이드]
여기 있어, 로지타, 수고했어.
내가 내뱉는 말들은 점점 구분이 안 갔다.멈출 수 없는 부름만이, 끝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흐느껴지는 말들만 남았다.
하지만 알카이드는 분명히 내 말을 듣고, 이해한 것처럼, 나를 꽉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한결같이, 나에게 답을 주는 소리를 들었다.
[알카이드]
좋아, 우리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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