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 20:57ㆍ신운기원/경칩 편 (알카이드)
그 공간에 들어선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이 텅 빈, 고요하고 끝없는 공간 속에서 나는 수많은 희미한 빛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들은 고정된 형태나 색깔, 위치가 없었고, 그저 무질서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조용해 보이던 그것들이 다음 순간에는 마치 끝없는 생명력이 꿈틀대는 듯했다. 단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다가가서 만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찰나의 순간,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장 가까운 빛 덩어리에 다가가 보았다. 그 순간, 그것은 사람 형태와 비슷한 윤곽을 드러냈다. 나는 손을 들어 그것에 닿아 보려고 했다. 손끝이 그것에 닿는 순간, 마치 맑은 물줄기에 손을 넣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내가 닿았던 위치에서 전혀 새로운 "색채"가 나타났다. 그것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듯 퍼져 나갔다. 이 공간 속에서 그 색채는 유독 선명하고 찬란하며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이 힘을 받아들이면, 넌 세상에 너만의 색채를 물들일 수 있을 거란다.”
한동안 잊고 있던 말이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나는 온몸이 떨려 손을 재빨리 거두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격렬히 뛰고 있었다.
[로지타]
이건 도대체……
[카르]
로지타.
멍하니 있다가 내 이름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익숙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
[로지타]
카르?! 너 무사했…
[카르]
오랜만이야, 로지타.
카르는 내가 깨어나기 전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모두를 제압한 후, 알카이드는 "카르"의 의식을 깨웠다고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계로부터 온, "카르"이라는 개체에 처음 속했던 의식이었다. 오랜 경화는 마치 하나의 꿈과 같았고, 꿈에서 깨어난 청년은 뒤늦게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
[카르]
알카이드? 아니, 학자? 아니면…… 숲의 영혼?
[학자]
호칭은 호칭일 뿐이야. 부르는 건 너 마음대로 해.
[카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학자는 탑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했다. 타워- 즉 탑이 "질서 경화"를 완성한 시점은 탑력 40년이었다. 그 순간부터 탑의 질서는 모든 사람의 몸에 완전히 고착되었다. 스스로의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 “벌레단”들은 사실 "경화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탑은 그들이 의지가 있다고 믿게 하고, 반항하게 만들기를 바랐다. 학자를 그들 사이에 숨기고, 학자는 ‘로지타’가 다친 것에 분노해 모두를 회수해 탑으로 데려간다…
타워는 이미 그들의 몸에 새겨진 질서를 통해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질서가 경화된 세계에는 변수가 없다."
“조물주”는 이 모든 것을 로지타에게 보여 주며 경화된 세계 전체를 그녀에게 문제로서 제시했다. 그는 단지 로지타가 어떻게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세계에 변수를 가져올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카르]
그렇다면 이 모든 시간 동안 나를 움직이게 한 건…… "경화된 질서"였던 건가?
카를은 지난 일을 떠올리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카르]
그런데 만약 그 모든 것들이 진정한 나 자신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까? 자유 의지를 위해 싸운다고 말했을까? "경화인"을 포기하자고 설득했지만 결국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을까? 나는……
그는 말을 멈췄지만, 질문은 명백했다.
"어떻게 내가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나와 경화된 질서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학자]
누가 알겠어.
[카를]
……?
[학자]
진짜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그것이야말로 자유 의지야.
카를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알카이드는 말을 이어갔다.
[학자]
네가 아는 알카이드는 네게 말했을 거야. 탑에게 비밀 하나를 숨겼다고.
알카이드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정보는 오래전 이 세계의 모든 '진정한 자아’는 이미 보존되었다는 사실이다.
숲의 영혼의 힘은 영체를 보호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 [작은 화가] 어머니의 부하가 부석에 머물기로 했던 것이다. 1
지금 이 힘은 이미 스카이넷에 동화 된 숲의 영혼에 의해 수많은 봉인으로 변했고, 스카이넷은 방주 세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의식을 숨기고 있었다.
의식이 봉인된 후, 이들의 영체는 이전에 본 것처럼 질서에 의해 모든 것이 지워진 껍데기와 같아졌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태일 뿐이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이 긴 겨울잠에서 진정으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카를]
그래서 결국, 자유의지를 위해 싸우겠다는 건가?
[학자]
착각하지 마. 나는 너희들의 구호에는 관심 없어.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성일 뿐인데다 대개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의식 과잉이지. 그리 대단한 것도 아야.
[카를]
그런데도 넌 그렇게 애쓰는 거냐……
[학자]
대단하지는 않지만, 아무도 그것을 없애버릴 자격은 없다.
-
이것이 학자가 타워에 돌아가기 전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카를]
이곳에서 모든 사람의 의식을 한 번에 깨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너일 거야.
[로지타]
……방법은?
[카를]
그는 네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했어.
[로지타]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 의식 공간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카를]
잠깐! 알카이드의 상황은 묻지도 않아? 그는 지금 타워에 직접 맞서고 있는 것 같아——
[로지타]
알고 있어.
물론 알고 있었다. 지금 학자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험난한지. 그가 모든 사람을 회수하고 이 의식 공간으로 데려와 나에게 그들을 깨우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타워로 데려간 후, 그의 임무는 공식적으로 끝났기에 탑의 의지가 그를 완전히 지배할 것임을.
하지만 나는 믿었다. 그가 이렇게 계획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공간 밖의 타워는 그가 선택한 전장이었고, 나의 전장은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 있었다.
[로지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를 믿는 것, 그리고 내가 그가 맡긴 일을 완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야.
우리가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그는 여전히 약속대로 나와 함께 판을 깨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
내가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자, 의식 공간은 강렬한 왜곡과 진동을 시작하며 내 전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 여름 메인스토리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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