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이드 편 1화. 천문대

2024. 5. 15. 22:13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새로운 그림이 눈앞에 천천히 필쳐졌다. 여기는 천문대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별빛과 달빛이 교차한다. 내 앞에 펼쳐진 풍경에, 고대 시가가 떠올랐다. 

 밤중에 선선한 비가 내리고, 정원을 쓸며 가을맞이 준비를 하네. 견우와 직녀의 만남에, 북풍이 미소를 짓는구나. 

 그때 이목구비가 뚜렷한 준수한 사내가 골목 귀퉁이에서 나타났고, 그 뒤로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노란 옷을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 푸른 옷을 입은 사내는 스무 살쯤 되어 보였는데, 격식있는 몸짓과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카이드 선배와 상당히 흡사한 외모의 사내였다. 

 ...인정하자. 사실 1년 전에 세인트셀터의 모든 사람이 내 만화에 등장했다...


[노란 옷 소녀]

데려다짂서 감사해요, 오라버니. 

 

 집에 도착하자 노란 옷 소녀는 알카이드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 


[알카이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가씨 혼자 가게 둘 순 없지. 

 

[노란 옷 소녀]

좀 있으면 칠석인데, 혹시 그날 약속 있으세요? 

 

[알카이드]

'다섯 개의 별과 태양과 달이 견우성에서 만난다.' 사천감이니 당연히 천문대에서 보내야지. 

 

[노란 옷 소녀]

하지만 그날은 칠석이잖아요. 언니들이랑 같이 모이기로 약속했는데. 언니들은 오라버니가 날 보러 와주길 바라고 있단 말이에요. 


 작년의 난 짓궂은 순정 만화가였다. 이 스토리에선 알카이드를 짝사랑하는 부잣집 아가씨들이 참 많았지...

 

[알카이드]

 오라버니는 해야 할 일이 있어. 

 

[노란 옷 소녀]

진짜 고민도 안 해주는 거예요? 칠석은 일 년에 한 번뿐이란 말이에요. 


 노란 옷 소녀는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란 옷 소녀]

아니면 벌써 약속한 상대라도 있는 거예요? 


 소녀의 물음에 알카이드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토닥여줬다. 

 

[알카이드]

요 어린 녀석이 생각이 참 많구나. 


오라버니, 저한테 솔직히 말해보세요. 칠석날 밤에 약속 있으세요? 

 

[노란 옷 소녀]

 똘망똘망한 소녀의 눈빛에 알카이드는 가법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

응.


그 말에 소녀가 귀를 기울였다. 

 

[노란 옷 소녀]

궁금하다! 대체 어떤 언니가 오라버니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려나? 


 알카이드는 가법게 미소 지으며 시를 읊었다. 

 

[알카이드]

달은 새하안 구름 속에 떠 있고, 구름은 바위 외로 피어오르네. 그립지만 만날 수 없고, 선명한 꿈만이 강가를 에워싸네. 오라버니는 일이 바빠서, 이만 가보마. 


 청년은 손을 모아 작별 인사를 한 뒤, 골목 끝으로 사라져버 금났다. 내가 작년에 그린 만화 속, 사천감 자리에 앉아 있는 알카이드한테 비밀스러운 연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왜 만화 속 알카이드는 항상 연인의 신분과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거지? 그런 생각을 품고, 열심히 만화 속을 탐험하며 잊어버린 스토리를 찾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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