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4. 5. 15. 22:11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평화로운 날이었다. 페이먼트 섬에서 여름 캠프를 보내고 온 8월,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여름방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집에서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며 수박과 아이스크림을 실컷 먹었다. 루카스 선배가 내준 과제도 거의 끝냈기에, 그렇게 매일을 즐겁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조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문 앞에서 익숙한 사람을 만났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나]

〈시공 속에서〉 원고는 며칠 전에 보내드렸잖아요!


 나는 열심히 고개를 저으며 잘못한 게 없음을 어필했다. 그러나 편집자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자]

〈시공 속에서〉 원고는 보내주셨죠. 하지만 작년에 진 빚이 아직 남았잖아요? 

 

[나]

작년이요...?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나는 은연중에 단서를 떠올렸다. 작년 칠석에 편집자가 단편 로맨스 만화를 그려달라고 했었다. 작업은 거의 다 끝냈던 것 같은데 제출하진 않았다. 그 이유가 뭐였더라... 내가 약속을 지기지 못할 거란 걸 예상했는지, 편집자가 미리 여러 작가들을 섭외 해둔 덕분에 그때는 문제없이 잘 넘어갔다 

 고개를 들어 보니, 편집자가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란 인간의 본질을 이미 꿰뚫어 본 게 분명하다. 난 급하게 변명을 시작했다. 

 

[나]

그때는 항상 원고도 늦게 드렸었죠. 제가 많이 어렸잖아요...

 

[편집자]

오호~ 그럼 지금은 다 컸으니, 갚을 때가 온 건가요? 

 

[나]

에이, 저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잔뜩 경계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나]

설마 다른 작가님이 펑크 내신 거예요? 그래서 절 찾아오신 거고요? 

 

[편집자]

역시 작가님은 저를 참 잘 알아요. 작년에 구상해두신 게 있을 테니, 올해는 그걸로 작업하시고 보내주시면 되겠네요! 

 

[나]

​근데 제가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이런... 그래도 스토리는 작가님의 똑똑한 머릿속에 아직 남아 있을 거예요.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분명 떠오를 거예요! 올해 특집은 홈페이지에 바로 공개될 거예요. 그때까지 해낼 수 있는 건 작가님밖에 없어요! 

 

[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아시는 분이...

 

[편집자]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 편집자는 손을 흔들며 신나게 자리를 떠나버렸다. 


​-


 ...새로운 임무가 생겼네. 칠석까지는 며칠 안 남았다. 진짜 집에 가만히 들어박혀야 하는 건가. 휴대폰이 편집자가 보낸 문자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게, 작년에 펑크 낸 내 잘못이지... 어쩔 수 없다, 열일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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