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이드 편 2화. 첫 시도

2024. 5. 14. 14:02이벤트 스토리-2024/세인트셀터 마법학원

 나는 길을 안내했고, 알카이드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길가에서 우연히 주인을 만나 따라다니는 작은 동물같이.

 

[로지타]

여기가 앞으로 알카이드 군이 살 집이에요. 마음에 드나요? 추가로 설치할 가구가 있다면 말해줘요.

 

 기숙사에 들어서며 나는 알카이드의 침묵을 깼다. 알카이드는 손을 뒤로 숨긴 채 고개를 저었다.

 

[알카이드]

없어요.

 

[로지타]

정말요? 생활용품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꼼곰히 살펴봐요.

 

 알카이드는 둥근 볼을 푹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카이드]

선생님... 부족한 물건은 마법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요.

 

 나는 실제 비행기처럼 움직이던 그 종이비행기를 떠올렸다.

 

​[로지타]

​...맞아. 잊을 뻔 했네. 우리 알카이드는 대단한 천재였죠?

 

 칭찬을 듣자 알카이드는 천진난만한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학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나도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웃음이 몇 분이나 지속되고, 내 광대근육이 점점 아려오기 시작했다..

 

[로지타]

알카이드 군... 잠깐 앉아서 쉬지 않을래요?

 

 알카이드는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뺨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알카이드]

선생님이 앉으라고 안하셔서...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서 평범한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숙해보이는 귀여운 아이는 의외로 둔한 면이 있었다.

 

[로지타]

앞으로 계속 여기서 살테니 긴장을 풀고 편하게 있어요.

 

 알카이드는 여전히 손을 등 뒤로 숨긴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알카이드]

​제가 실수로 물건을 만지면... 제가 선생님 집에 있는 물건을 다 종이접기로 만들어버릴 지도 몰라요...

 

[로지타]

선생님 집이 아니라 우리 집. 그리고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저는 알카이드 군의 선생님이고 선생은 학생보다 실력이 뛰어난 건 당연한 일이죠. 물건이 종이로 바뀌면 더 좋은 종이접기로 업그레이드하면 그만이에요.

 

 그 말을 들은 알카이드는 몸의 긴장이 풀린 듯 내가 가져온 작은 의자에 앉았다. 나는 그 앞에 앉아 그와 무릎을 맞대고 눈을 마주봤다.

 

[로지타]

좋아요. 수업 전에 알카이드 군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해요. 항상 두 손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손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는 편인가요?

 

​ 알카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내밀어 내게 보여주었다.

 

[알카이드]

팔은 만져도 괜찮지만... 물건을 3초 이상 만지면 마법이 퍼져요.

 

 나는 그의 손을 건들지 않고 무릎을 그에게 좀 더 가까이 가져다댔다.

 

[로지타]

장갑을 끼는 방법은요?

 

[알카이드]

...장갑을 끼려고 해봤는데 장갑도 종이접기가 되고 그 너머로 계속해서 마법이 퍼져요.

 

 나는 턱을 쓸며 고민했다.

 

[로지타]

마법이 그렇게 강하다니... 그래서 저와 악수하지 않았군요.

 

 알카이드는 슬픈 표정으로 긴 속눈썹을 낮게 늘어뜨렸다.

 

[알카이드]

​죄송해요...

 

​ 이런 표정은 반칙이지!

 

[로지타]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를 지켜주고 싶었던 거죠? 알카이드 군은 상냥하네요. 제 생각엔... 알카이드 군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장벽으로 삼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

 

 천재에겐 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알카이드는 어느 순간 알아들은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알카이드]

예를 들어... 선생님이 종이로 물건을 감싸면 제가 그 너머로 물건을 만질 수 있다는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접기를 소환해 탁자 위에 있는 악제를 감쌌다.

 

[로지타]

자, 한 번 해봐요!

 

 알카이드는 용감하게도 손을 뻗었지만, 약에 닫기 불과 몇 센티미터를 남기고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이 시도가 실패하면 알카이드는 평생 다른 물건을 만지지 않게 조심하며 살아가야한다.

 나는 알카이드에게 격려의 눈빛을 보냈다.

 

[로지타]

저는 선생님이고, 엄청 강하답니다.

 

 다음 순간, 그 손끝이 약병에 살짝 닿았다.

​ 약병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알카이드]

변하지... 않아...?

 

알카이드의 표정은 기쁨보다는 당황에 가까웠고,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그의 미소는 물감처럼 얼굴에 번져나갔다.

 

[알카이드]

선생님, 물건이 안 변해요!

 

 알카이드는 마치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방을 돌아다니며 여러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분하고 어두웠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알카이드]

선생님, 이거 만져도 되나요?

 

​ 의자에 있는 배개.

 

[알카이드]

그럼 이거는요?

 

 창탁의 작은 화분.

 

[알카이드]

그럼... 이거는요?

 

 그리고 내 손까지.  그는 올망거리는 촉촉한 눈으로 내 손을 바라봤다. 맞잡은 손은 긴장한 듯 서로 꼬옥 붙잡고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다시 악수를 청했다.

 

[로지타]

물론이죠.

 

 마법의 종이 너머로 그 작고 따뜻한 손이 내 손가락을 휘어잡았다. 이내 위아래로 흔들며 우리는 악수를 했다.

 

[알카이드]

선생님... 선생님 손은 뜨거워요.

 

[로지타]

응, 알카이드 손도 따뜻하네. 악수도 따뜻하지만 포옹은 더 따뜻할 거야.

 

 알카이드는 아쉬워하는 눈으로 내 손을 더 꼭 잡았다,

 

[알카이드]

포옹... 저, 열심히 공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