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3. 00:36ㆍ이벤트 스토리-2021/블루 아일랜드
야자수가 늘어선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곧 시작될 비치발리볼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팀 편성은 공평하게 같은 숫자를 뽑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근접한 숫자의 팀 과 싸우는 것이었다. 나는 뽑은 종이를 들고, 나와 같은 팀이 될 사람을 찾고 있었다. 마침 종이를 뽑은 알키이드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알카이드]
로지타, 같은 팀 찾는 중이야?
[로지타]
네, 전 3번 뽑았어요. 선배는요?
자신의 손에 들린 번호를 힐끗 보던 알카이드의 표정에 복잡한 심정이 떠올랐다.
[알카이드]
아무래도 우린 운명인가 보네.
믿을 수 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로지타]
설마 선배도 3번을...?
그는 나를 향해 자신이 뽑은 종이를 펼쳐 보였다.
[알카이드]
4번이야. 1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운명.
[로지타]
......
나는 알카이드의 비치발리볼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1라운드에서 그를 만난 것은 경기가 이걸로 끝이 라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져도 멋지게 져야 한다고, 나는 입으로는 기세 좋게 나가기로 했다.
[로지타]
봐주지 않을 거예요, 선배!
알카이드는 근거 없는 내 자신감에도 오히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알카이드]
그래. 나도 봐주지 않을 거야.
실력 면에서 패배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알카이드와의 대결은 역시나 좋은 경험이었다. 그는 자신의 팀원과 상대방을 존중하며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거기다 별다른 압박 없이도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지막 볼을 처리한 뒤, 그는 가장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알카이드]
수고했어, 로지타.
[로지타]
수고스러운 건 선배죠. 적어도 한 판은 더 해야 하잖아요.
심판이 알카이드에게 다음 라운드 상대를 뽑으라고 했다. 한쪽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관전할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그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로지타]
선배, 파이팅!
관객석에서 운동하는 알카이드의 모습을 보는 건 경기 중에 느끼는 것과는 또 달랐다.

스텝, 점프, 스매시, 블로킹... 어떤 동작에도 힘 있게 움직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에게 눈길이 쏠렸다. 화판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에, 모래사장을 캔버스 삼아 이 선명한 생동감을 정적인 장면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카이드]
로지타, 지금 그리는 거... 혹시 나야?
[로지타]
...! 어떻게 왔어요?
[알카이드]
휴식 시간이야. 너 심심해하고 있을까 봐 걱정돼서 왔지.
그제서야 나는 중간 휴식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마자 알카이드가 땀에 젖 은 이마를 제대로 닦을 겨를도 없이 달려왔다는 걸 깨달았다. 땀 한 방울이 그의 목에서 굴러떨어져 쇄골을 타고 반쯤 열린 가슴팍으로 미끄러졌다. 내 옆에 있어 주려고 이렇게 급히 온 걸까? 대답하는 걸 잠시 잊은 나는 약간은 어색한 듯한 알카이드의 작은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알카이드]
로지타, 뭐 봐?
민망한 마음에, 가법게 흔들리고 있는 물고기같이 생긴 그의 펜던트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로지타]
물고기요...
알카이드는 추궁하지 않고 오히려 작게 맞장구쳐줬다.
[알카이드]
물고기를 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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