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마차

이번엔 내가 그를 지켜야한다.
얼음나비의 습격은 멈추지 않았다. 알카이드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얼음나비는 계속 몰려들었다. 나는 얼음나비와 마주치는 족족 그림소울을 소환해 처리했다. 나비는 계속해서 몰려들었지만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 알카이드의 상황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었고, 나는 그를 지켜내야만 했다.
그를 위해 쉴 거처를 마련해야했다. 하지만 사방이 설원인데, 어디로 가야 좋을지...
 
[???]
살려주세요!!
 
멀지않은 숲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철로 된 마차가 서 있었고, 커다란 나비와 작은 나비들이 일제히 마차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
 

얼음 나비를 처치해주자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려 감사인사를 해왔다. 알카이드가 걱정돼 마음이 급했다. 나는 대충 인사를 나누고 황급히 걸음을 돌렸다. 
 
[마부]
아가씨, 잠깐! 
 
그들 중 한 남자가 나를 불렀다. 
 
[나]
더 도와드릴 게 남았나요? 
 
[마부]
우린 황성을 나와 외곽 마을로 이주하는 길이라오. 마차에 딱 한 자리가 남는데,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소? 
 
[중년 여인]
꼭 여기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니겠죠? 우릴 따라와요. 훨씬 나을 거예요. 
 
나는 마차 안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부모의 등 뒤에서 조용히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동료가 있어서요. 
 
[중년 여인]
아유, 괜찮아요. 그분도 데리고 와요, 끼어 앉으면 되지. 
 
그들의 제의에 혹한 건 사실이다. 당장이라도 알카이드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마을에 가면 지내기도 훨씬 좋을 테니까. 하지만... 이들이 저런 상태인 알카이드를 받아들여줄까? 끝없이 따라오는 저 얼음 나비들은 어쩌고? 
 
[나]
실은 그 사람,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요. 
 
소년이 머리를 불쑥 내밀고 물었다. 
 
[소년]
어디가 아픈데요? 다쳤어요? 
 
[나]
사연이 너무 긴데... 그는 마법사란다. 
 
마차 안이 조용해졌다. 남자와 중년 여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럼 그렇지. 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나]
정말 사랑스럽고 착한 사람이에요. 소개시켜드리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그럼 이만. 
 
나는 곧장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부인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마부]
아가씨, 잠깐만요! 동료도 태워줄 테니 함께 가요! 
 
[중년 여인]
아가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린 무사하지 못했을 거요. 그러니 우리도 아가씨를 돕겠소.
 
 남자는 알카이드를 마차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알카이드의 상태에 그는 몹시 놀란 듯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알카이드를 태우자 마차 안에 냉기가 감돌았다. 어린 소년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알카이드를 빤히 바라보다 어머니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 
 
[소년]
누나, 이 형 왜 이래요? 
 
[나]
나를 지켜주다가 그만...
 
[소년]
누나를 지켜주다 이렇게 됐다고요? 그럼, 누나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에요? 우와아! 
 
천진난만한 아이 덕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
당연하지!
 
고맙게도 부부는 내게 두터운 모포를 건넸고, 나는 그것을 알카이드의 몸에다 단단히 둘러주었다. 
 
[소년]
출발!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알카이드를 꼬옥 안고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
곧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줄게요. 조금만 더 버텨요. 
 
옅은 금빛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내 말이 그에게 닿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동하던 중. 우린 맹렬한 돌풍을 만났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몸집이 무척 크고 날개 끝이 뾰족한 거대 얼음 나비가 마차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계속해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