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13)
-
알카이드 편 5화. 성월
그림이 비단처럼 눈앞에 천천히 필쳐지더니, 천문대 위에 서 있는 훤칠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알카이드가 홀로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그의 머리에도 이슬이 맺혔다. 지금 이 별은 어젯밤과는 다른 별인데, 누구를 위해 밤을 새는 것인가. 알카이드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알카이드] 로지타 님, 오셨군요. 청년 사천감이 내 쪽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다시 끝없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알카이드] 마지막으로 본 지도 벌써 한참 지났군요. 당신에게는 찰나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에서의 하루는 이곳에서의 1년이니까. 알카이드의 말에, 내가 선녀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잠깐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카이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
2024.05.15 -
알카이드 편 4화. (대화)
[로지타]웬 사람이 저렇게 많지? 우리도 얼른 구경하러 가요! 무슨 시합이 열렸나 봐요. 옥, 까치발을 해도 안 보이네... [알카이드]저 여인들은 누가 실을 바늘에 달리 꿰는지 겨루고 있는 거예요.오책실을 일곱 개의 바늘에 꿰는 건데... 가장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푸짐한 경품 때문에 저렇게 많이들 참가한 거죠. [로지타]경품이요...? [알카이드]어떤 상인이 다과와 선물을 준비해서 우승자에게 준다고 하더군요. 해볼래요? [로지타]아니에요. 저 손 좀 봐요, 엄청 연습했나 봐요. 덕분에 경품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어요. 참가할 생각은 없지만, 제대로 보고 싶긴 하네요. 앞으로 가볼까요? [알카이드]좋아요, 제게서 떨어지지 말아요. [로지타]이제야 제대로 보이네..
2024.05.15 -
알카이드 편 3화. 출행
인파로 북적이는 저잣거리. 난 앞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저잣거리 여기저기를 오갔다. 곳곳에 걸린 등불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칠석인 오늘 밤, 알카이드는 자신의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알카이드]로지타? 몸을 돌리자, 그림 속의 알카이드가 나에게 다가오며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알카이드]오늘은 저잣거리를 구경시켜 드리겠다고 약조했었지요. 어디 가보고 싶은 데라도 있으십니까? 엇, 알카이드가 몰래 만나는 사람이 나였구나... 작년에 그린 만화의 디테일한 설정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았다. 이 도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알카이드]모처럼 이렇게 만나게 되었군요. 오늘이 지나면 아마 오랜 시간 또 못 보겠지요. 다행히 오늘 밤은 아직 남았으니, 함께 이 특별한 날을 보낼 수..
2024.05.15 -
알카이드 편 2화. (대화)
[술에 취한 천문관]아이고, 머리야. 기우 몇 모금 마신 걸로 취해버리다니... 다행히 오늘 밤엔 알카이드와 같이 당직을 설 테니, 큰일은 없겠군. [로지타](알카이드가 일할 때 게으름 피우는 모양이야. 엄청 취한 것같은데...) 사천감 사람들은 알가이드와 같이 일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 [술에 취한 천문관]마음이 놓이죠! 파견되면 할 일이 많아요. 천문 관측, 역법 편찬...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요. 다들 가끔씩 몰래 게으름을 피우는데,알가이드는 되려 천문 관측 기구를 손보는 데 힘을 쏟는다니까요! 밤새 보름달만 쳐다보는 걸 보니, 기운이 넘치나 봐요. 젊어서 그런지, 성취욕이 강한가 봅니다... 하지만 난... 딸꾹, 그냥 시간만 때우죠! 윽... 내 술은 어딨지... 그가 주변을 ..
2024.05.15 -
알카이드 편 1화. 천문대
새로운 그림이 눈앞에 천천히 필쳐졌다. 여기는 천문대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별빛과 달빛이 교차한다. 내 앞에 펼쳐진 풍경에, 고대 시가가 떠올랐다. 밤중에 선선한 비가 내리고, 정원을 쓸며 가을맞이 준비를 하네. 견우와 직녀의 만남에, 북풍이 미소를 짓는구나. 그때 이목구비가 뚜렷한 준수한 사내가 골목 귀퉁이에서 나타났고, 그 뒤로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노란 옷을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 푸른 옷을 입은 사내는 스무 살쯤 되어 보였는데, 격식있는 몸짓과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카이드 선배와 상당히 흡사한 외모의 사내였다. ...인정하자. 사실 1년 전에 세인트셀터의 모든 사람이 내 만화에 등장했다...[노란 옷 소녀]데려다짂서 감사해요, 오라버니. 집에 도착하자..
2024.05.15 -
프롤로그
평화로운 날이었다. 페이먼트 섬에서 여름 캠프를 보내고 온 8월,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여름방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집에서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며 수박과 아이스크림을 실컷 먹었다. 루카스 선배가 내준 과제도 거의 끝냈기에, 그렇게 매일을 즐겁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조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문 앞에서 익숙한 사람을 만났다. [편집자]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나]〈시공 속에서〉 원고는 며칠 전에 보내드렸잖아요! 나는 열심히 고개를 저으며 잘못한 게 없음을 어필했다. 그러나 편집자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자]〈시공 속에서〉 원고는 보내주셨죠. 하지만 작년에 진 빚이 아직 남았잖아요? [나]작년이요...?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나는 은연중에 단서를..
202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