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장/용성 편 (아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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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패전의 기쁨
아인과 '나'의 꼭두각시는 함께 로봇 어쌔신을 쓰러트렸다. ['나'] 신호를 추적할까요? [아인] 됐어, 가자. [서훈] 으악! 회장님, 이렇게 가시는 겁니까!? 서훈이 머리를 감싼 채 울먹이며 외치는 목소리에, 굳이 보지 않아도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아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인] 당신과 쓸데없는 대화만 나누지 않았어도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을 겁니다. [서훈] 하, 하지만... 회장님, 그러면 저는... [아인] 당신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장관도 나도 자비로운 사람들이라고. 비행선에 몸을 실은 아인은 서훈을 뒤로한 채 멀리 사라져버렸다. [아인] 내가 좋은 사람이라면, 당신이 알아서 자숙하는 걸로 충분하겠지. - 서훈이 사라지자, 드디어 비행선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아인은 인간이 패..
2024.03.07 -
3화. 꼭두각시
문밖에 필쳐진 풍경에 조금 놀라고 말았다. 대도시의 풍경이었다. 고층 건물과 차량, 거리는 여태껏 본 적 없는 형태로 여기저기 뻗어 나가 현란한 모습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 달리,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거리에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천천히 수분을 잃어가는 환자처럼 눈에 초점을 읾은 재 그곳에 앉아 있었다. 차가운 회색 안개에 뒤덮인 이 유령 도시를 보니... 순간, 이 도시는 죽어가는 껍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회장님, 회장님! 비행선에 탑승하려던 아인이 누군가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남자의 모습을 본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나?] 쫓아낼까요? 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소녀의 다섯 ..
2024.03.06 -
2화. 우리의 미래
아인과 나는 음료수와 디저트를 주문한 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직원이 준비한 것들을 서빙해주고 돌아가자, 아인이 음료수를 내게 건넸다. [아인] 자, 여기. [나] 고마워요! 대용량 컵에 담긴 콜라는 묵직하고 시원했다. 만족스러움에 그게 한 모금 마시고 아인을 돌아보니, 그는 여유롭게 팝콘을 먹고 있었다. [나] ...양치하는 거 잊지 마요! [아인] 응? 뭐라고? 아인은 잘못 들은 듯,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금빛 팝콘을 내 입가로 가져왔다. [나] ...음. 인정. 맛있긴 하네. 준비가 끝나자, 직원이 영화 안내를 시작했다. 세팅이 끝났습니다. 이제 두 분은 몰입형 VR 영화를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두 분의 잠재의식과 이미지를 불러와, 이야깃 속 인물을 만들어냅니다. 그 인물들은 영화..
2024.03.06 -
1화. 출발
모처럼 한가한 금요일 밤. 중요한 시험 몇 과목을 치른 후라 온몸이 피곤해 조금 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인] 시험 끝났어? 주말에 비밀 기지로 와. 적어놓은 거 여기에 두고 갔어. 지난번에 거기다 떨어뜨렸나 보구나. 어쩐지 찾아봐도 없더라니... 이번에는 잊지 말고 꼭 가져가. 온 김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고. 아니면 다른 데 가는 것도 좋아. 내가 같이 있어줄게. 좋아요, 내일 갈게요. 답장을 보낸 나는 만족스러운 숨을 뱉으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인과 자주 통화하고, 아지트에서 만나는 나날들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만의 공간이었던 그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안전 구역이 되었다. 힘들 때 단둘이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이리도 행복한 일이..
202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