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8. 10:55ㆍ이벤트 스토리-2022/여경서
문화제로 향하는 안내차에 앉아 있는데, 차량 내 TV 화면이 최신 영상으로 전환되었다.
비산 문화제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성대한 행사로, 비산 고진을 기반으로 하여 상업과 민속 두 부분으로 나뉘어 열린다.
그때는 많은 유원지 부스가 열리고, 초청받은 예술 선배들이 시범을 보이며 강의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행사라 나 역시 갈 이유가 있었다.
[로지타]
곧 도착하겠지...
약속한 만남이 떠올라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공원 관광차가 서서히 느려지며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에는 고색창연한 가옥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뭇가지에는 소원을 비는 붉은 리본이 많이 매달려 있었고, 멀리서 보니 나무로 만든 소원패가 바람에 살랑이며 서로 부딪쳐 마치 노래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모습을 찾으려 애썼다.
며칠 전
저녁 바람이 상쾌하게 불고,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비산 문화제’ 홍보 책자를 뒤적이며 알카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의 민속 공연에는 학교 선배들도 많이 참여한다고 들었기에, 나는 알카이드에게 부탁해 창작 소재가 될 인연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집에서 혼자 기다리다 보니 약간의 미안함이 스며들었다. 칠석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그에게 일을 시키다니...
'칠석 밤에 단둘이 있을 때 제대로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잰걸음으로 문 앞으로 달려갔다.
[로지타]
선배~ 다녀오셨어요?
알카이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에 다른 건 들려있지 않았다. 놀란 나는 그의 손을 잡았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내 손가락을 벌려 자기 손가락을 전부 쥐게 했다.
[로지타]
이게...
[알카이드]
연극 동아리의 민속 전승 자원봉사자.
[로지타]
에에? 전화했을 때만 해도 선배가 참가한다고는 …안했는데. 혹시 출연도 하시나요?
[알카이드]
네가 전화한 후에야 확정됐어. 대신 졸업 후에도 현직 동아리장이 일을 한 번 도와주기로 했지.
[로지타]
그럼 문화제에서 제 취재 임무는 당신께 맡길게요. 같이 다니면 좋겠지만... 아니, 무대에 오르셔야 한다면 자유 시간이 적어지겠네요!
[알카이드]
단 한 번이니까. 그래도 난 이런 공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야.
[로지타]
그때 조금이라도 시간 여유가 나길 바라요. 선배, 고전 의상으로 갈아입으시나요?
[알카이드]
당연하지, 너한테는 이미 여러 번 보여줬잖아.
나와 알카이드는 각자 맡은 일을 먼저 한 뒤 서로 도우며, 마지막 칠석 날은 우리만의 약속으로 정했다. 나는 공원 안내 책자를 넘기다가 연극 공연 장소에 눈길이 갔다.
[로지타]
고전 무대극 《복의 천하》...?
공연 장소는 자수방 근처였다. 남소의 난을 평정하는 배경으로, 어린 장군이 모함을 받아 촉지에 갇혔을 때 그를 모르는 자수장이가 도와준다는 이야기였다.
고개를 숙이고 걷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장애물이 나타났다. 얼떨결에 고개를 들었을 때, 한눈에 들어온 밝은 색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의 복장은 주변의 고풍스러운 배경과 완벽히 어우러져 있었다. 밝은 금발이 높이 묶인 머리 위로 은관을 타고 햇살이 흘러내렸다. 빨간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외투에 중요한 부위는 가벼운 갑옷으로 덮여 있었다. 늘 그렇듯 당당한 체격, 날카로운 눈매에서 장군다운 기상이 느껴졌다.
[알카이드]
손 내밀어 봐.
[로지타]
네?
고전 의상을 입은 알카이드의 말투는 알 수 없이 위엄이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고, 그는 내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알카이드]
다른 곳에 정신 팔릴까봐 걱정이네, 이 손은 내가 잡아야겠어.
[로지타]
알카이드 선배, 제가 길을 제대로 안 볼까 봐 걱정이신가요?
[알카이드]
...아니면 네가 관심 있는 걸 같이 보러 가도 좋고.
[로지타]
좋아요~
나는 공연 소개를 알카이드에게 이야기하며 혹시 그가 출연하는 역할이 어린 장군인지 물었다. 알카이드는 끝까지 내 말을 들어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알카이드]
내가 준비한 연극이랑 좀 비슷한 것 같긴 해.
[로지타]
선배, 공연 제목은 모르고 있었어요?
[알카이드]
내부명하고 외부 홍보명이 다를 수 있어서. 난 주로 과정만 즐기지, 최종 결과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아.
나는 알카이드와 팔짱을 끼고 조금 더 둘러보았다. 시간이 흐르자 내 용기도 점점 커졌다. 모퉁이에 멈췄을 때, 내 시선은 여전히 알카이드를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살짝 발을 들어 그의 머리띠를 건드리려 했고, 알카이드는 고개를 숙여 내 손이 닿게 해주었다.
[알카이드]
옛날엔 군사들이 천으로 머리띠를 묶거나 모자를 고정했대. ‘군용 머리띠’는 군대의 의식에서 신분을 알리고 예의를 갖추는 표시였지.
[로지타]
알카이드 장군님, 길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은 제가 모실게요.
[알카이드]
그럼 잘 부탁해.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이 그의 초록빛 눈동자에 잔잔하게 흘렀다. 알카이드는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
이 다음 길은, 로지타 소저가 나를 인도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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