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7. 15:50ㆍ이벤트 스토리-2022/여경서
요광 : 북두칠성의 첫번째 별
후세의 기록이 이 밤을 담는다면, 그 시작은 반드시 한 가지에서 시작할 것이다.
화광.
찬란하고 눈부신 불빛이 마치 폭발하는 별처럼 짙은 밤을 찢고, 멀리 떨어진 군막 속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천둥 같은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불길이 사방을 대낮처럼 밝혔다. 맹렬한 불꽃이 하늘과 땅을 집어삼킬 듯이 번져갔다.
융적의 병사들은 군막에서 쏟아져 나왔고, 혼란스럽고 높은 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들리는 단어는 '군량'이었다.
[척후병]
보고! 융적의 군량고가 파괴되었습니다. 그들이 지금 관문 밖에 진열하고 우리 군 주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부장]
전하의 화노 덕분입니다!
군막 안에서는 북두영 장수들이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전에 북두영이 관문에 도착했을 때, 융적은 북두영이 병량 보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정예병을 움직이지 않았다. 오로지 흩어진 병력으로 반복적으로 교란하며 그들을 소모시키려 했다.
그러나 오늘 밤, 경량 기병대가 그들의 전술을 이용해 특수 화약이 장착된 개조 화포로 수백 자 떨어진 곳에서 융적의 군량고를 태우며 그들의 정예병을 몰아넣고 배수의 진을 치게 만들었다.
화광이 타오르며 대연 장수들의 영혼에 스며들었고, 그들이 알카이드를 바라보는 눈빛에 담겼다. 천군만마가 그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카이드]
이 전투는 예전과 다르다. 융적이 막다른 길에 몰려 필사의 각오로 싸울 거다. 성패가 이 한 번에 달려 있다. 수십 년 동안 융적은 조금씩 압박하며 천 리를 위협해왔지만, 우리가 연문관 전투에서 승리했듯이, 오늘과 앞으로의 수많은 전투에서도 승리할 거다. 선배 전우들의 영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 북두영은 여기서 맹세한다. 지금부터 한 치의 땅도 내어주지 않고, 우리 땅을 되찾을 거라고!
[장수들]
우리의 것을 되찾자!
천여 대의 수레가 우르릉 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수많은 기병들이 뒤섞였다. 이 천둥 같은 기세에 융적의 진형이 무너지고 계속 패퇴했으며, 마지막으로 시도한 반격은 허둥지둥 날아든 화살 몇 개만 남겼다.
화살 하나가 나를 향해 날아왔지만, 내 몸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무언가에 맞고 떨어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바라보았고, 부러진 화살과 함께 떨어진 것은 손목에 감출 수 있는 특제 편전이었다.
천여 대의 병거와 수많은 기병 너머에서 그는 나를 향해 웃었다. 한 번의 우렁찬 외침이 이번 전투의 종결을 알렸다.
[알카이드]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말라!
붉은 바탕에 금빛 자수가 놓인 군기가 적군 진영 앞에서 높이 휘날렸고, 동이 터오는 광명이 찬란히 퍼졌다. 붉은 깃발이 지나가는 곳마다 아홉 개의 땅이 평정되었다.
큰 승리 후에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전장을 청소하고, 노획물을 점검하며, 포로들을 배치하고, 삼군에게 축하주를 내리는 일까지. 모든 일을 배치하고 돌아온 것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늘 절제하던 알카이드조차 부하들과 함께 술을 몇 잔 거하게 마셨다. 군막의 촛불이 흔들리며 천천히 공기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나는 그의 몸에서 감미롭고 은은한 술 향기를 맡았다. 그 술 향기 속에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쌉싸름한 약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로지타]
알카이드...
손목을 그의 손가락 끝이 부드럽게 문질렀다. 나는 그의 이름을 무심결에 불렀고, 심장이 북소리처럼 점점 세차게 뛰었다.
[알카이드]
많이 아팠지?
[로지타]
네?
그의 손가락 끝이 닿은 곳에는 이미 아물어 가는 상처 자국이 있었다. 기계를 조립할 때 생긴 찰과상이었을까, 아니면 이리저리 물자를 나르다가 무심코 긁힌 자국이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알카이드는 그 상처를 한 번 한 번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마음속에 새기는 듯했다.
[알카이드]
네가 고생하며 화포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군량을 불태우려고 내가 직접 적진에 뛰어들어야 했을 거야. 융적이 우리 군을 신기한 존재라 여기며 두려워하게 된 것도 네 덕분이고, 이번 전투는 네 덕에 훨씬 수월했어. 나는 늘 생각해. 설령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희생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이건 수많은 선조들이 이루지 못한 일이야. 하지만 네가 해냈어.
아마도 술기운 때문인지, 그의 말은 느렸지만 또렷했다.
[알카이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네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로지타]
장수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건, 공주인 제 책임이니까요.
[알카이드]
장수들뿐만이 아니야. 오늘 희생을 면한 수많은 장수들 외에도, 이후 기술의 혜택을 받을 천하의 백성들까지도 포함해서.
그의 손이 내 손을 소중히 감싸 쥐었다. 마치 산하가 굳건히 자리 잡고, 백성들이 평안히 지내는 국가의 안위를 지키듯이. 내가 그의 손을 되잡으려 했을 때, 문득 그의 시선이 약간 흐릿해진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술기운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옥빛 같은 그의 눈에 저무는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로지타]
당신, 눈이…?
나는 조심스럽게 다른 손을 들어 그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난감한 듯 내 손을 붙잡았다.
[알카이드]
괜찮아.
이건 분명 자신의 이상 증세를 완전히 감출 수 없음을 알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였다. 끝까지 캐물은 끝에야 그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알카이드]
독화살에 맞았어. 이족의 독이야. 오감을 흐리게 해서… 내가 보는 것들이 대부분 또렷하지 않아.
어느 정도로 흐릿한 걸까? 사물의 윤곽을 구분하기 어려운지, 아니면 그저 흐릿한 빛과 그림자만 보이는지?
그가 이토록 태연하게 버텨온 건 적군이 허점을 알아차리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걱정할까 봐였을까?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그는 손을 뻗어 내 눈가를 어루만졌다.
[알카이드]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로지타. 괜찮아. 독이 퍼지는 건 막아뒀으니, 도성으로 돌아가 의원을 찾으면 금방 나을 거야. 자.
그는 나에게 함께 오라는 듯 몸짓하며, 천막 안쪽의 강역도 앞에서 자신의 손을 내게 맡겼다.
[알카이드]
기억나? 우리가 어릴 때 자주 하던 게임.
눈을 감은 한 사람이 상대의 손을 이끌어 지도 위에 놓고, 지명이 어디인지 맞히는 놀이였다. 대연의 전역은 지도상에서 마치 날개를 펼치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매처럼 보였다. 나는 알카이드의 손을 이끌어 매의 심장부에 놓았다.
[알카이드]
연성. 연문관이 병가의 요충지인 이유는 바로 이 연성이 뒤에 있기 때문이야. 이곳은 화물 운송이 활발한 곳이라, 만약 성이 함락된다면 단순한 혼란에서 끝나지 않고 조정의 동맥이 끊어지는 셈이라 후환이 클 거야.
손끝을 살짝 옮겨 매의 꼬리깃을 쓰다듬듯이 움직였다.
[알카이드]
이건 운하 지류야. 예전에 소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랜 평화를 유지하고 있어. 강을 따라 이어진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더군. 기회가 되면 그곳의 풍경과 문화를 함께 보러 가자.
어릴 적 우리는 대부분 단순히 지명을 추측했을 뿐, 그곳이 어떤 모습인지, 나라에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알카이드는 어떤 지역이든 막힘없이 설명할 정도였다.
그가 알려주려는 건, 설령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기억해야 할 것들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 동안 나는 점차 마음이 놓였다. 나 역시 눈을 감고 참여하며, 내 기억을 시험해보았다.
[로지타]
여긴… 월주네요.
[알카이드]
그래, 월주. 루씨 선조들이 월주에서 출발했지. 북두영의 장수들도 대부분 월주 사람이고. 매년 봄이 되면 난 선조들의 옷을 이곳으로 가져가 그들의 혼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곤 해.
'혼을 고향으로.'
그가 조용히 내뱉은 그 말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조금 빗나갔다. 그러자 알카이드가 갑자기 웃었다.
[알카이드]
내가 네게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나?
나는 의아해하며 눈을 떴다. 손가락이 이미 대연의 강역을 벗어나 월씨 부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알카이드]
내 어머니, 동희는 월씨의 성녀였어.
동희는 혼인을 위해 대연에 왔다가 변방에서 천연두를 만났고, 그녀의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왔다. 하지만 황궁은 그녀가 전염병에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만나길 거부했고, 결국 그녀는 은혜라는 명목으로 평원후와 혼인하게 되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성격이 잘 맞아 애정을 키워갔지만, 동희는 알카이드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그녀는 생전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그가 자신의 출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월씨 혈통을 가졌다고 스스로 말하던 소년을 처음 만난 때가 벌써 몇 해 전이었다.
[알카이드]
어릴 적에 네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혹시 나를 멀리할까 봐 걱정돼서였어.
[로지타]
이해해요…
나는 완전히 이해했다. 동시에 그가 왜 12차례의 전공을 세우고도 장군의 직위를 받지 않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의 어머니의 출신과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대연에 충성하지 않을까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었다. 알카이드는 분명 백성들의 평안과 나라의 안위를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희미한 눈동자를 보며, 억울하고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로지타]
정말로 당신이 언젠가 마음을 드러내고 뼈를 묻어야만, 그들의 의심을 떨칠 수 있는 건가요?
알카이드는 부드럽게 웃었다.
[알카이드]
난 그런 걸 바라지 않아.
그의 손끝이 내 손바닥을 스치며 가볍게 그었다. 마치 다독이듯, 위로하듯, 아니면… 술김에 애교라도 부리듯이.
[알카이드]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지?
[로지타]
당신을… 루요광이라고요.
[알카이드]
전에 뭐라고 불렀더라?
[로지타]
…요광 오라버니?
아마 그는 정말 술에 취한 듯했다. 그 한마디에 낮게 웃으며 한참이나 조용히 있었다.
[알카이드]
요광과 북두칠성은 본디 하나야. 어릴 때 부모님이 내 자를 요광으로 지은 건… 사람은 무적의 파군의 검이 될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사방을 비추며 널리 은혜를 드리우는 요광이 되라는 뜻이야.
촛불이 그의 몸에 아련히 드리워졌다.
[알카이드]
그래서 난 오래도록 지키고 싶어.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그 평화가 지속되고 다시는 전쟁이나 이별이 없을 거야. 그리고… 네 곁에도 오래 남아 있고 싶어.
그의 손이 여전히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알카이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몸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마치 떨어지는 잎새처럼, 날개가 꺾인 기러기처럼, 술기운과 쓸쓸함을 안고 내 품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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