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향낭

2025. 3. 28. 10:55이벤트 스토리-2022/여경서

향낭을 파는 노점이 눈에 들어온다. 노점상에는 여러가지 도안이 있었고, 금붕어, 연꽃, 십이지, 그리고 만화캐릭터?!

 

[로지타]  

만약 향낭의 도안이 각자 축복의 의미를 상징한다면, ‘피글렛’는 어떤 축복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네요……  배부르게 먹고, 푹 자고, 진흙탕에 빠져도 괜찮다는 걸까요?  

 

[알카이드]  

하나 가져갈래?  

 

나는 무심코 알카이드를 바라보았고, 그도 담담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카이드]  

그럼…… 두 개?  

 

[로지타]  

갖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알카이드]  

난 그저 아름다운 축복과 마음을 전하는 것뿐이야. 옛사람이 말했잖아. ‘어찌하여 마음을 전할까, 향낭을 팔꿈치에 매고. 어찌하여 그리움을 전할까, 팔목에 두 개의 팔찌를 감는다.'  

 

고금이 어우러진 이 가게가 다 잘못이다. 알카이드 선배가 진지하게 해석하는 걸 듣자니, 향낭에 담긴 로맨틱한 축복을 음미해야 할지, 아니면 돼지 캐릭터를 떠올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우리는 계속 앞으로 걸었고, 잠시 후 향을 파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로지타]  

들어가 볼까요?  

 

향을 파는 작은 가게의 특별한 점은 다양한 향료를 직접 골라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눈앞에는 다양한 향료들이 놓여 있었고, 각각의 효능이 적혀 있었다. 탁자 위에는 관광객을 위한 작은 카드 뭉치도 있었다.  

 

이 카드들은 원래 관광객들이 향 조합 공략을 적기 위한 것이었지만, 누군가 시작했는지 향을 조합할 때의 기분을 적어 놓은 글이 가득했다. 덕분에 무거운 분위기 대신 재미있는 기록이 더해졌다.  

 

나는 전시대에서 녹색 향낭을 하나 골랐다. 금실로 그려진 화조도가 서로 어우러져 세련된 매력을 풍겼다. 유려한 술 장식이 달려 있어 앙증맞고 우아했다.  

 

[로지타]  

플로럴한 향긋함, 우드의 진한 향……  

 

영감을 따라 향료 구역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골랐다. 어느새 일곱, 여덟 가지 향료를 선택해 작은 향낭이 꽉 찼다.  

 

[알카이드]  

너무 많이 넣은 거 아니야?  

 

알카이드는 웃으며 향낭의 빵빵한 '배'를 살짝 눌렀다. 마치 그의 마음이 은은한 향과 함께 퍼져 나가는 듯했다.  

 

[로지타]  

많은가요? 잘 모르겠네요.

 

《이소》에 나오는 비지와 가을난, 중약에 쓰이는 백지와 금초, 땀을 흡수하는 진주 가루나 요즘 유행하는 빙편과 소합향……  

 

내가 향료를 고른 영감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만약 영감의 출처를 기록해야 한다면, 카드에는 사람의 이름만 적으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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