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7. 15:24ㆍ이벤트 스토리-2022/여경서
홍문연 : 홍문연 또는 홍문의 회는 중국 진나라 말기에 항우와 유방이 함양 쟁탈을 둘러싸고 홍문에서 회동한 일을 뜻한다. 진승이 죽은 후 항량은 초의 회왕의 손자로서 심이라는 사람을 내세워 똑같은 회왕이라고 일컫고 반진 세력을 집결시켰다. 현재에는 '음모와 살기가 가득한 살벌한 연회'를 뜻하는 관용구로 쓰임.
루첸과 북두영이 수도에 돌아온지 무려 몇 달이나 지났다. 처음에는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루첸이 칙령을 받고 경으로 돌아온 것은 현 황제를 위해 장군을 추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지만, 장군을 추대하는 일은 오랫동안 언급되지 않았고, 그에 대해서는 점차 다른 목소리도 들려왔다.
평원후는 이족의 혈통을 지니고 있는데다, 손에 병사를 쥐고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마음이 점차 생겨났으며, 황제는 그를 두려워하여, 그를 도성에 가두고 권력을 주지 않게 함이라는 이야기였다.
[로지타]
말도 안 돼!
[알카이드]
화내지 마, 로지타.
그 사이 나는 그와 더 빈번하게 만났고, 그 소문을 듣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 분노는 그의 따뜻한 목소리에 진정되었다.
[로지타]
어떻게 화내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 당신의 전공을 칭송하더니, 이제 와서…
[알카이드]
그건 능상 쪽에서 퍼뜨린 말이야.
능상, 능홍여.
이 사람은 두 대에 걸친 고위 관료로, 내 아버지보다도 열 살 이상 연장자인 인물이다. 그의 세력은 조정 곳곳에 퍼져 있었으며, 황권과 서로 대립하면서도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균형이 깨지려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북두영이 경성으로 귀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병석에 누웠고, 조정의 권력은 거의 능상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진정하려 했다. 이 일의 이해관계를 차근히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로지타]
그 간신이 흑백을 뒤집고 당신을 모함하는 건, 분명 뭔가 노리는 게 있을 거예요. 당신은 그의 표면적인 정적이 아닌데, 그렇게 급하게 노릴 이유가 없잖아요... 혹시 북두영의 병권 때문인가요?
알카이드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미소를 짓고 신하의 예를 취했다.
[알카이드]
공주님께서는 정말이지… 총명하시군요.
예상치 못한 칭찬이었지만, 평소처럼 나를 달래며 기분 좋게 해주던 말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 뒤에 그는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알카이드]
군권이 넘어간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그가 도통으로 임명한 차남인 능균일 거야. 하지만 능상도 알고 있어. 북두영이 그의 말을 쉽게 듣지 않을 거라는 걸. 결국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지. 그는 병권을 손에 넣고 싶지만, 이를 위해 기운을 소모하거나 큰 싸움을 벌이고 싶어 하지는 않아. 그래서 나를 끌어들이려는 거지. 지금 경성에 퍼진 소문은, 그가 나에게 보낸 마지막 통첩이야.
알카이드는 손가락으로 탁자 위의 청첩장을 톡톡 두드렸다. 그 위에는 능홍여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필체가 적힌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
[로지타]
그가 당신에게 뭘 하라는 건가요? 출정하라는 건가요?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융적이 여러 번 침략했을 때 그는 주화파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요...
[알카이드]
능상에게는 사실 '주전'과 '주화'의 구분이 없어. 그는 융적과 몰래 결탁해, 영토를 바치고 보물을 헌상하면서까지 대연의 강토를 넘기고 싶어 하지. 반대로 이미 평정된 당항이나 남강 같은 소국에 대해서는 탐욕을 부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어. 그가 진정 원하는 건 싸움도 평화도 아니야. 전쟁이든 화평이든 모두 그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천하의 국세가 그의 손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알카이드는 경성에 돌아온 지난 몇 달 동안 조정과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분명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전에 본 적 없던, 한겨울 별처럼 차가운 투명한 날카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알카이드]
아쉽게도, 나는 그의 뜻대로 될 생각이 없어.
[로지타]
그럼... 그 연회에 가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알카이드]
난 갈 거야.
대연의 평원후는 등을 곧게 펴고, 광활한 신주의 대지를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사흘 뒤, 국경의 전보가 전해졌다. 융적 군대가 다시 침략해 온 것이다.
능홍여 일당이 융적과 내통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이미 이를 예상한 듯 병석에 누운 아버지에게 수십 통의 상소를 올려, 알카이드를 북두영과 함께 국경으로 출정시키도록 강력히 추천했다.
그날 알카이드가 재상부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대연의 영토를 융적에게 헌납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들이 알카이드를 출정시킨 것은 그에게 대승을 안겨주려는 선의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황제의 명이 내려진 이상 알카이드는 출정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몇 달간 떨어지게 되겠지.
내 책상 위에는 몇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자주 펼쳐보았던 탓에 편지마다 구겨지고 글자가 바랜 흔적이 역력했다.
막사에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났어. 초반에 적군을 저지했어. 이곳은 사막과 바위가 펼쳐져 있지만, 안정된 뒤 너와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곳 풍경은 의외로 한적하면서도 독특한 멋이 있어.
네가 이것 저것 만드는 걸 생각하니, 떠나기 전 한 공장장이에게 부탁해 손가락 보호대와 금비녀를 주문했어. 이제 완성될 시기일 테니 시간이 되면 받으러 가줄래?
별 탈 없길 바라며, 네 안부를 묻는다.
이 몇 통의 편지는 점차 내용이 짧아졌고, 글씨에서 급하게 적은 흔적이 역력했다. 최근에는 국경에서 온 서신이 오랫동안 끊겼다. 분명 전황이 악화된 신호였지만, 상경은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가 진짜 전황을 덮어두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심했다. 열흘 동안 물길과 육로를 번갈아 이동한 끝에, 마침내 알카이드가 있는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 도달하자, 시간은 이미 밤이었다. 캠프 전체에서 유일하게 한 곳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장막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장막 안의 소리]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소장군!
[알카이드]
지금으로선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어. 지금 역보는 답장이 없고, 보급품도 끊겼어. 융적 정예군은 성 밖에서 버티고 있고… 이들이 전면전을 걸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병량이 끊긴 뒤엔 수천 명의 장병이 포위망 속에서 굶어 죽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
[장막 안의 소리]
그렇다 해도 장군님께서 몸소 위험을 감수하실 필요는— 누구냐!
화살이 날아와 내 관자놀이의 머리카락을 스쳐 갔다.
이내 장막이 들춰지고—
알카이드를 지키던 부장이 장창을 들고 장막 밖으로 뛰어나왔다가,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갑자기 멈춰 섰다.
[부장]
공주... 전하?
내 시선은 저도 모르게 부장을 지나, 대장막 한가운데, 군막 뒤에 앉아 있는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가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장막 틈으로 불어온 바람에 그의 등 뒤에서 별빛 같은 등불이 일렁였다.
그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미간에 엷게 주름이 잡혔던 표정이 순간 부드러워졌다.
놀람, 그리움, 기쁨... 결국 모든 감정이 엷은 미소로 가라앉았다.
[알카이드]
전하께서 여긴 어쩐 일로…
[로지타]
북두영의 수고에 감사하며—
나는 몸을 살짝 틀어, 뒤에 있는 칠흑처럼 검고 묵직한 거대한 상자를 드러냈다.
[부장]
이, 이건...
부장은 놀란 듯 말을 더듬었고, 알카이드는 잠시 놀란 듯하다가 이내 무언의 이해가 담긴 표정을 지었다. 나와 알카이드는 시선을 맞추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로지타]
장군님을 돕기 위해 특별히 지원을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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