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알카이드 생일 - 천문관

2025. 1. 11. 20:56생일/2022

[로지타]  

선배, 이쪽이에요.

 

이 시간의 천문관은 아무도 없었다. 내 목소리는 은빛으로 빛나는 원형 벽에 부딪히며 어렴풋이 울려 퍼졌다. 알카이드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미소를 머금은 채 내가 그를 구석의 좌석에 앉히는 걸 순순히 따랐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 모두 맡기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한 두 가지 물건을 그의 앞에 꺼내 놓았다.  

 

[알카이드]  

케이크랑… 수정구?  

 

출발할 때는 못 봤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건… 알카이드는 이미 어떤 짐작을 한 듯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지타]  

미리 여기 가져다 놨어요.  

 

[알카이드]  

로지타, 너…  

 

나는 잠시 말을 정리한 뒤, 그의 고등학교 시절 머리핀을 꺼내 건넸다.  

 

[로지타]  

먼저 이거 착용해 보세요.  

 

알카이드는 그것을 받아 머리에 꽂았다. 그의 손끝이 스치자 얇은 광막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알카이드]  

—!  

 

이제야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로지타]  

선배와 함께 이곳에 와서 생일을 축하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케이크와 수정구 같은 건 기본이고… 고민 끝에 이런 방식으로 하나의…

 

[알카이드]  

가능성을?  

 

그의 말이 나를 멍하게 했지만,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지타]  

맞아요.  

 

그의 시야에는 이제 내 모습이 그와 똑같은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마치 더 이른 시간부터 내가 그의 삶에 참여하여 함께 많은 시간을 나눈 것처럼. 그건… 정말로 아름다운 가능성이었다.  

 

[로지타]  

흠, 오늘은 선생님도 없으니 제가 알카이드 학생에게 천문학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천문관의 돔 스크린을 조작하는 버튼을 눌렀다. 순간, 광활한 별의 바다가 우리 머리 위에 펼쳐졌다.  

 

[로지타]  

지구를 중심으로 하여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체를 그리면…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별은 이 '천구' 위에 박혀 있는 거예요…  

 

내가 전하는 내용은 대부분 그가 예전에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었다. 그에게는 너무 간단하고 평범할지 몰라도, 나는 진심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붉은 점이 빛년의 간격을 뛰어다니는 동안, 멀지 않은 구석에서 알카이드는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별들의 연결과 별들에 둘러싸인 내 모습이 비쳤다.  

 

[로지타]  

…모든 별들의 배열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기적이에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고민하고 있을 때, 알카이드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로지타] 

알카이드 학생, 질문하세요?  

 

[알카이드]  

저기…  

 

나는 긴장하며 그의 질문을 기다렸지만, 그는 손을 내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알카이드]  

제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익숙한 교복을 입고, 익숙한 지식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저를 설레게 만드는 걸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든 긴장이 깨졌다.  

 

[로지타]  

선배, 또 반칙…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멈추지 못할 웃음과 함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로지타]  

만약 얼굴이 이렇게 붉어지지 않고,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 이 질문은 훨씬 더 강렬하게 들렸을 거예요.  

 

[알카이드]  

여기 앉아.  

 

자연스럽게, 로지타의 손이 알카이드의 손안에 들어찼다.

 

[알카이드]  

이번 수업 내용은, 시 선생님이 너에게 알려줬던 거야?  

 

[로지타]  

맞아요. 선생님은 저희가 친분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요? 사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선배의 생일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이곳에 와서, 우연히 시 선생님과 만났어요.  

 

[로지타]  

그냥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선생님은 곧바로 "생일이 다가오는 남자친구는 바로 알카이드일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그때 선배가 처음 월성 중학교에 왔을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당시 선배는 중학생이었고, 천문학 발표를 하기 위해 월성 중학교에 왔었죠. 그때 시 선생님은 발표하는 선배를 아주 인상 깊게 생각하셔서, 수업 후에 선배에게 질문을 했다고 하셨죠.  

 

[알카이드]  

그 질문은 아직도 기억나. 첫 질문은 강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었고, 마지막 질문은 좀 다른 이야기였어. 

"오늘 강의가 끝난 후, 네 준비가 헛되게 느껴지지 않겠어?"  

 

[로지타]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그때의 박수와 칭찬은 강의 내용보다는 선배가 그 강단에서 보여준 차분하고 능숙한 모습 덕분이었다고 하셨어요. 그때 선배는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알카이드]  

"듣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헛되지 않은 거죠."  

 

그때의 교류는 두 사람 사이에 스승과 친구의 관계를 맺는 시작이었다. 그 덕분에 오늘을 준비할 수 있었고, 시 선생님이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것이다.  

 

[로지타]  

선생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오늘 발표를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는 선생님이 비밀로 남겨두셨어요.  

 

우리가 서 있는 곳 뒤편 화면에, 한 줄기의 빛이 고요히 회전하고 있다.

 

[로지타]  

NGC 4631, 사람들은 그것을 고래 은하라고도 불러요. 선생님은 이 은하에 대해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이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고요.  

 

[알카이드]  

맞아. 그 이야기는…  

 

알카이드가 나의 궁금증을 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막았다.  

 

[로지타]  

선배.  

 

[알카이드]  

응?  

 

[로지타]  

이 이야기는 나중에 듣는 게 좋겠어요. 사실 지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다른 일이에요.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로지타]  

선배는 항상 이렇게, 자신을 제일 뒤로 미루는 것 같아요. 선배는 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곤 하죠, 하지만 자기 생일조차도 잊어버리고, 자기가 아는 지식을 나누어주지만, 그걸 대다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나가죠. 저는 정반대예요. 어떤 일이든, 선배를 제일 먼저 생각해요. 선배가 행복하기를 원하고, 선배의 생일을 기쁘게 준비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 방식으로 말하고 싶어요. 선배가 말하는 모든 것을, 나는 귀 기울여 듣고 마음속에 새긴다고요.  

 

그의 열정, 그의 기억, 그가 꿈꾸는 별, 그리고 그가 보고 싶은 아름다움. 내가 그의 곁에 있을 때, 그는 모든 것을 나와 나누었으면 한다. 그럼 나는 항상 그 “듣고 있는 사람”이 되어, 한 번 더, 또 한 번 그의 말을 들을 것이다.  

 

[로지타]  

선배는 언제나 자신의 소원을 나에게 말해주잖아요. 오늘은 제가 소원을 빌 수 있는 권리를 사용할게요. 내 소원은, 앞으로 내 연인이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가 알았으면 해요. 내 눈에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요.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에 닿은 갑작스런 키스가 그 말을 삼켜버렸다.  예고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온 키스였다.  

 

로지타는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해했지만, 이내 손을 들어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때, 알카이드는 그가 이전에 다 끝내지 못한 말을 떠올렸다. 그 이야기, 고래 은하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우연한 대화 중에 시 선생님이 그가 처음 천문학을 접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을 뿐이었다.  

 

[시 선생님]  

그때 나는 관측이 뭔지도 몰랐지만, 천체망원경에 매료되어 밤하늘을 봤어. 그때, 나는 우연히 그 빛나는 고래 모양의 띠를 봤지. 감동적이었어. 그 후 천문학을 연구하며 그 광경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단다.. 그것이 바로 NGC 4631-고래 은하였고, “우주 고래”라는 아름다운 별명이 있었지. 그 많은 시간이 지나도, 천문학을 하면서 지쳤을 때, 그 날 밤 고래 은하를 처음 본 그 감동을 여전히 기억해. 그건 내게 끊임없는 영감과 열정을 주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었어.  

 

그리고 시 선생님은 알카이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시 선생님]  

언젠가 너도 네 자신만의 “고래”를 찾게 될 거야.  

 

그 순간, 로지타는 눈을 열고 그가 지켜보는 눈길을 마주했다. 별빛이 그녀의 눈 속에서 돌아가며 흐르듯, 마치 화려한 물고기처럼.  

 

[로지타]  

뭐 보고 있어요?  

 

알카이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알카이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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