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0. 23:10ㆍ신운기원/경칩 편 (알카이드)
[로지타]
당신……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말이 끊겼다. 내 몸이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비틀거렸다. 학자가 나를 잡아당긴 순간, 총알은 내가 서 있던 자리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 총알은 내 몸을 뚫고 그의 가슴을 관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가슴에 부딪힌 사람은 나였다.
심장은 제어할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앞에 있는 사람 때문인지, 아니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저격수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로지타]
방금 그건…… 누구였죠?
내 말은 깨지기 쉬운 꿈속을 산산이 부수는 것 같았다. 학자의 표정은 다시 차가워졌고, 그의 눈이 미세하게 좁혀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말투에서 희미한 냉소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학자]
네가 아는 사람이다.
[로지타]
뭐라고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그림자 속 어딘가에 고정되었고, 미약한 빛 아래 퇴각하려는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학자]
왔군.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번째 총성이 들려왔다.
[로지타]
!!
총알이 발사되면서 터진 섬광이 그것의 출처를 밝혀주었다. 그건 내가 중앙 광장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로지타]
'벌레단'?! 그들이 왜…
[학자]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 거다.
그의 말이 끝나자 어둠 속의 '벌레단'이 숨지 않고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로지타]
……
혼란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나는 학자가 조종하는 기계 수호자에 맞서 함께 싸웠고, 양측의 전력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로지타]
그들의 힘으로는 당신을 위협할 수 없을 텐데……
[벌레단 A]
그건 '학자'에게 아직 힘이 있을 때 이야기지.
사방에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각자의 손에서, 내가 카를에게서 보았던 것과 같은 힘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손바닥에는 희미한 문양이 나타났고, 서로의 빛이 반사되며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처럼 보였다.
[로지타]
숲의 영혼……
그 부드럽고 평화로운 힘은 과거와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힘들은 서로 얽히며, 마치 모든 것을 포획하려는 거대한 그물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학자는 그 그물의 중심에 갇혀 있었다.
[학자]
좋아.
그가 낮게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밤바람에 섞여 그가 웃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학자]
중앙 타워와의 연결을 끊었으니, 다음은 뭐지?
'연결을 끊었다'? 문득, 기계들과의 첫 전투가 떠올랐다. 이 미약한 빛의 장벽 아래서 기계들은 타워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등대 없는 항해자처럼, 즉시 항로를 잃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자는? 만약 학자의 힘도 타워에서 기원한 것이라면, 그는 어떻게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오직 검고 촘촘한 총구들이 조용히 그를 겨냥하고 있을 뿐이다.
[로지타]
잠깐만요.
나는 서둘러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머릿속에서 말들이 빠르게 맴돌았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말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숲의 영혼이다.'
[로지타]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단호히 끊어버렸다.
[벌레단 A]
경화인이다.
[로지타]
……
나는 왜 잊었을까. 이것이 바로 그들이 줄곧 지켜온 신념이었다. 카를의 말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타워에서 개조된 경화인은 더 이상 자율적인 의지를 가진 동료가 아니며, 그들은 오직 동료만을 위해 싸운다.
그들의 이 신념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들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 눈에, 나 역시 자율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만약 내가 '경화인'과 함께 서 있다면, 그들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
사방은 한동안 고요했다. 잠시 후, 아까 말을 꺼낸 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벌레단 A]
'학자'를 이곳에 몰아넣는 데 너의 공이 컸다. 이제 누가 네 동료인지 깨달았다면, 우리 편에 서 줘.
우리에게 향했던 총구들은 길을 좁게 열어 주었다. 경화인의 수장, 타워의 대리인 앞에서, 이것이 '벌레단'이 동료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의였다. 뒤에서 느껴지는 침묵의 시선이 내 등을 태우는 듯 했다.
-
'그의 곁에 서는 것'은 내가 선택할 유일한 길이다.
나는 그림소울을 소환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카이드와 관련된 일이면, 나는 '그의 곁에 서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벌레단”이 쏟아내는 탄환은 거의 끝없이 퍼부어졌다.
——그들이 이렇게 많은 무기를 비축했을 줄은 몰랐다. 이건 단 이틀 만에 준비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아마 그들은 오래전부터 기회를 엿보며 알카이드의 타워와 연결된 힘을 차단하고 그의 목숨을 위협하려고 계획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카이드를 타워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도 기막힌 우연이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사선 전방에서 폭발탄이 그림으로 만들어진 방어를 뚫고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로지타]
!!
그러나 예상했던 폭발과 뜨거운 고통은 내 몸에 닿지 않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순간, 익숙하고 뜨겁고 단단한 품에 갑작스럽게 끌려 들어갔다.
[학자]
……
짧은 신음 소리가 들렸지만, 바로 억제되었다.
그의 너무도 익숙한 얼굴에 고통의 흔적이 스친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가 자신의 몸으로 내게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낸 것인가?
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벌레들”이 나에게 동참하라는 초대를 했을 때, 그의 눈에 망설임이 비쳤음을 느꼈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등을 내세워 나를 대신했다.
내 목은 바싹 말랐고, 목소리는 떨리며 나왔다.
[로지타]
당신……
[학자]
날 믿나, 로지타?
그는 고개를 숙여 깊이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분명 질문이었지만, 그의 말은 전례 없이 확신에 차 있었다.
[학자]
꼭 붙잡아.
나는 그의 말대로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망토를 움켜쥔 순간, 그는 미세하게 떨렸다.
곧이어 그는 나를 더 단단히 품에 안았다.
[로지타]
당신 설마……
그의 행동이 이미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특이한 형태의 총을 어디선가 꺼낸 그는 빠르게 행동을 개시했다.
내 마음은 조여 왔다——
그는 이렇게 많은 적들과 화력을 상대로 정면으로 맞설 생각인가?
그러나 총성이 울리자, 탄환은 적들을 향하지 않았다.
——탄환은 대각선 위 건물 벽에 명중했다.
강렬한 진동과 함께, 그 금속 외벽이 파열되어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졌다.
날아든 금속 파편들이 공기 속에서 불꽃처럼 스치며 빛났다.
마치 흩날리는 불꽃놀이 같았다.
그 불꽃에 가려진 채, 알카이드는 나를 꼭 안고 옥상 가장자리에서 몸을 던졌다.
우리 귀를 스쳐 가는 바람 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추락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가슴을 가득 채운 무중력감 속에서도, 그는 여유 있게 말했다.
[학자]
무섭다면 눈을 감도록.
[로지타]
절대 안 감아——
내 말은 강한 기류에 휩쓸려 끊겼다.
나는 입을 다물고, 눈으로는 그의 행동을 주시하며 약속을 지켰다.
그는 한 손으로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총을 들어 정확히 건물 측면 창틀을 겨눴다.
연속적인 총성과 함께, 탄환이 명중한 곳마다 건물이 부서졌다.
그 충격의 반동은 추락 속도를 점차 늦추며 우리를 위로 밀어 올렸다.
추락 과정에서 위치가 계속 바뀌었고, 주변 풍경은 왜곡되어 흐려졌다.
얼마나 정확한 눈과 빠른 판단, 과감한 실행력이 있어야 이런 행동을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그를 더 단단히 붙잡으며, 그에게 어떤 방해도 되지 않기를 바랐다.
착지 직전, 마지막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공기 중에 부드러운 장벽이 생겼다.
그는 나를 다시 단단히 안고 착지했다.
나는 거의 충격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의 몸은 살짝 흔들렸다.
[학자]
……
[로지타]
당신. 상처가……
나는 말을 멈췄다.
어두운 액체 몇 방울이 그의 외투 가장자리에서 뚝뚝 떨어졌다.
그때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낯익은 모습이 걸어 나왔다.
그를 확인하자마자, 나는 그의 이름을 외쳤다.
[로지타]
카를?!
그는 이미 총구를 들어 우리에게 겨누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탈출구를 봉쇄하려는 듯.
……사실, 나는 놀라지 말았어야 했다.
“벌레들”이 총출동한 상황에서, 그들의 우두머리인 카를이 여기에 없는 게 이상했으니까.
[카를]
……
[로지타]
……비켜요.
냉기가 서린 목소리가 나왔다.
알카이드의 상태가 심각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등 뒤의 부상은 과다 출혈을 일으켰고, 아까의 연속된 총격은 그의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켰다.
그는 카를을 바라보았지만, 시선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희미한 빛 아래에서, 나는 카를의 총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카를]
나는 안 돼.
그는 낯익은 어조로 말했다.
“경화인”에 대해 말했을 때처럼, 자신을 설득하려는 건지, 나를 설득하려는 건지 분명하지 않았다.
[로지타]
그가 경화인이기 때문인가요?
[카를]
그는 타워의 대변자이기 때문이야.
[로지타]
……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들은 오랜 세월 타워에 맞서 동료를 지키겠다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그들의 신념을 흔들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그림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손목이 갑자기 잡혔다.
[학자]
로지타.
그가 내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나는 그가 내 속마음을 이미 꿰뚫어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격렬한 전투는 나를 거의 탈진 상태로 몰아넣었고, 내가 모으는 듯 보인 힘은 결국 허세에 불과했다.
학자는 “벌레들”이 내게 했던 말을 단호하게 되풀이했다.
[학자]
누가 네 진정한 동료인지 알아보고, 그쪽으로 가.
그의 손이 점차 힘을 풀면서, 그의 말은 마치 작별 인사처럼 들렸다.
그러나 나는 그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로지타]
당신도 그들의 동료예요.
지금 이 순간, 타워의 힘을 차단하고, 그와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사람들.
그를 둘러싼 반항자들 역시 그가 구한 생명들이다.
[로지타]
당신은 그들을 돕고, 구했어요. 알카이드……
갑자기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나는 모든 주의를 알카이드에게 집중한 나머지, 가까이에 있던 카를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돌아보니, 카를이 겨눴던 총구가 내려가 있었다.
나는 놀란 눈으로 카를을 바라보았다. 그는 등을 돌렸다.
[카를]
……오늘 나는 너희를 보지 못했다.
[로지타]
……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뜻은 너무도 분명했다.
알카이드를 부축하려는 찰나, 시야에 한 줄기 푸른빛이 들어왔다.
그것은 그를 겨냥한 냉혹한 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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