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0. 22:15ㆍ신운기원/경칩 편 (알카이드)
경고, 이상자를 발견했습니다.
학자가 식사 장소를 정한 뒤, 우리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지도와 함께 있던 상자가 치워지자 나는 방향감각을 잃었다. 옆을 보니 학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로지타]
…학자님?
[학자]
왜?
[로지타]
길, 제대로 안내하고 계신 거죠?
설마 일부러 길을 돌아다니게 해서 저를 타워로 데려가려는 건 아니겠죠?
— 물론, 이건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학자]
길 안내에도 '제대로'와 '대충'이란 게 있는 건가?
[로지타]
적어도 가끔은 지도를 확인해 주실 줄 알았어요.
[학자]
지도는 내 시스템 안에 있어. 그리고…
그가 살짝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위를 올려다보니, 거기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눈을 가늘게 떠 표지판에 적힌 글자를 읽어 보았다.
[로지타]
v-o-v-t-v-b-m…? 이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퉁이에서 몇몇 기계적인 움직임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멈춰 서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로지타]
…안녕하세요?
[경화인]
경고, 이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이번엔 분명 아무 이상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들은 여전히 날 '이상자'로 간주하는 거지?! 나는 본능적으로 학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팔짱을 끼고 서서 마치 남의 일인 듯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니, 일단 싸우기로 했다.
-
이 '이상자'라고 외치는 경화인들을 물리친 뒤, 나는 학자를 향해 화난 얼굴로 돌아섰다.
[로지타]
당신, 이 사람들이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는 다시 위에 걸린 표지판을 가리켰다. “V-o-v-t-v-b-m.”
[로지타]
…무슨 뜻이죠?
[학자]
이들은 한때 제1기원의 영주를 믿었던 신도들로, 글자는 그들의 규칙에 따라 각 글자를 한 자리씩 앞으로 옮기면 된다.
[로지타]
u-n-u-s… “unusual”? “이상자”?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이를 확인해 주었다.
[학자]
과거 이들의 임무는 이상 사건을 조사하며 이 지역을 순찰하는 것이었다.
[로지타]
…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학자]
내게 묻지 않았잖아.
그가 담담하게, 슬픔도 기쁨도 없는 태도로 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타워의 개조를 받아 감정의 폭이 넓지 않은 그에게 굳이 따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학자는 이미 멀리 앞으로 나아갔고, 또 하나의 말을 익숙하게 던졌다.
[알카이드]
난 네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와 스치듯 지나가며 그의 입가에 잠시 미소가 떠올랐다가 금세 사라지는 것을 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