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이드 편 1화. 화려하고 찬란한 궁전

2024. 10. 31. 14:06이벤트 스토리-2022/동화이야기 2 : 마녀의 소생

 이 노래는 우리의 마녀, 위대한 로지타님께 바칩니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땅에 은혜를 뿌리시는 분. 수정 구슬조차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지니, 그녀의 전설은 구원을 새기고, 그녀의 이야기는 용기로 가득하리라. 황금 장미가 만개한 정원에서…  

 

 나는 바쵸와 함께 짙은 어둠 속을 날았다.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쯤, 마침내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빛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밝아졌고, 마침내 어둠 속에 우뚝 솟은 환히 불 밝힌 궁전을 발견했다. 궁전 안에서는 연회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았고, 은은하고 화려한 음악이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나는 바쵸와 함께 공중에서 살짝 내려와 현관의 그림자 속에 숨었ㄷㅏ.  

 

[바쵸]  

또 너를 찬양하고 있네, 이세계 마녀.  

 

 바쵸가 고개를 돌려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작은 손으로 나를 쿡 찔렀다. 궁전 전체에 마녀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춤곡에 맞춰 점프하는 그림자가 찬란한 창문에 비치고 있었다.  

 

[로지타]  

부끄럽네..

 

 나는 단지 작은 일을 했을 뿐인데, 어쩌다 구원의 전설이 된 건지… 개사된 노래까지 직접 듣게 되니 좀 부끄러워.  잠깐 더 서서 들을까? 그만 듣고 본론으로 넘어갈까? 그래도 이미 들었으니 잠깐 더 들어보자.  

 

 황금 장미가 만개한 정원에서 그녀는 저주를 깨고, 끊임없이 저항하였으니. 작은 새들을 다시 둥지로 불러 모으고, 벌레들은 합창하고, 장미는 꺾이며, 가장 아름다운 그 나이팅게일마저 성스러운 날개를 펼치오니, 그녀를 향해 온 마음을 다해 노래하며, 절대 후회하지 않고 그녀에게 마음을 바치리라.

 

[로지타]  

……  

 

[바쵸]  

꽤 즐겁게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로지타]  

그, 그 노래를 잘하네…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바쵸가 반응하기 전에 급히 화제를 돌려 이 궁전에 들어섰을 때부터 느껴지던 의문을 말했다.  

 

[로지타]  

그런데 말이야, 이 궁전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변은 온통 어둠인데, 이곳만 북적이고 활기차다.  

 

[바쵸]  

맞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 이 궁전은 분명히 이상한 기운에 영향을 받았을 거야. 어쩌면 궁전 안의 모든 것들이 이미 왜곡되었을지도 몰라…  전부 빨간 발톱의 염소, 소머리 괴물, 흰 고양이, 말하는 나무 그루터기 같은 것들일지도 몰라.  

 

 바쵸는 말하면서 스스로 겁먹은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로지타]  

겁먹지 마, 겁먹지 마, 내가 있잖아, 바쵸.  

 

나는 말하면서 살짝 발끝을 들고,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찾아 궁전 안을 엿봤다.  

 

[바쵸]  

누가 겁먹었다고, 난 겁먹지 않았어!  

 

 바쵸는 말하며 내 모자를 잡고 나와 함께 안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궁전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벽과 기둥에는 거울이 박혀 있었고,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대형 홀을 대낮처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궁전 한쪽 높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녀를 둘러싼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궁전 귀족들은 우아한 발걸음으로 홀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돌며 춤을 췄다. 그들의 드레스는 빛나고 눈부셨다. 그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의 춤은 멈추지 않았다.  

 

[로지타]  

겉보기엔 정상인 것 같네…  

 

[바쵸]  

적어도 전부 사람인 것 같아.  

 

 나는 바쵸를 바라보았다. 그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았기에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어’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로지타]  

잠깐, 저건… 알카이드 선배?  

 

 알카이드의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 앞을 지나쳤다가 곧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의 붉은 루비가 장식된 망토, 어깨 견장에 달린 황금 술 장식, 그리고 크리스탈 조각처럼 빛나는 그의 머리카락 끝자락을 어렴풋이 보았다.  

 

[바쵸]  

알카이드가 누구야?  

 

 바쵸는 이름에 별로 민감하지 않은 것 같았다.  

 

[바쵸]  

잘생긴 사람만 보면 아는 척 하는 거야?  

 

[로지타]  

나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적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나와 알카이드는 언제나 ‘안다’와 ‘모른다’ 사이의 미묘한 관계 속에 있었다. 그래서 그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지금 내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를 만나러 가야한다.’

 

[로지타]  

우선 궁전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바쵸를 잡아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