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에필로그

2024. 5. 13. 12:04이벤트 스토리- 2021/블루 아일랜드

 먼 곳의 구름이 푸르게 빛나며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호리고 있었다. 우리가 페이먼트 섬에서 머문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나 지나가 버렸다.

 오늘은 모두가 돌아오는 배에서 최근 일정을 일괄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루카스 선배는 과제를 잊지 말라며 몇 번이고 내게 문자를 보내왔다. '설마요, 시간은 충분해요'라고 답장하려 했지만 잠시 망설인 나는 메시지를 지우고 문제 없어요'라고 짧게 답장했다. 

 바닷바람에 모자챙이 날렸다. 나는 웃으며 갑판 위로 돌아갔다. 스포츠존에선 두 팀이 암벽 등반 시합을 진행 중이었고, 각종 행사로 배 위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피터]

아가씨. 

[나]

난 네가 내 이름을 부르거나 누나라고 부를 줄 알았는데. 

 피터는 빠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허리에 손을 얹었다. 

 

[피터]

난 오늘... 크흠, 단단히 준비하고 왔어. 너한테 통보할 게 하나 있거든. 

 꼭 잘 외운 대사를 읊는 듯한 말투였다. 

 

[나]

뭔데? 

 

[피터]

오후 다섯 시에 야자수 모래사장 집결지로 올 것. 

 

[나]

누가 그랬어?

피터는 대답하지 않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

 레저존을 돌아다니는데, 수영복이 아닌 평상시 옷차림으로 에어컨이 있는 방갈로의 안마 의자에 기대어 있는 정재한이 보였다. 그는 손에 책을 들고 대사를 읊고 있었다. 

[정재한]

그대와 나는 해안 양쪽에 서 있고, 소란스러운 바다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네. 이것이 곧 내가 건너고자 하는, 거센 물결의... 어라, 후배님 왔어? 

 

[나]

뭐하고 있어요?

시를 읊고 있는 중이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에 관한 시야. 

홰요? 

날 더 멋지게 포장해야 하거든. 그래야 이런 여름 캠프 같은 행사에서 처음부터 선택 받지 못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지. 

...뭔가 방향이 잘못된 것 같은데. 

이번 내 컨셉은 시인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정재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힘내요, 재한 학생. 

그 호칭을 들으니까 누군가가 떠오르는데• •. 미술학과는 선후배들끼리 서로 닮았나...

 억울한 듯 입을 삐죽거리던 정재한이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나를 쳐다봤다. 

참, 너한테 알려줄 게 있어. 오후 다섯 시에...

모래사장으로 모이라고요? 

어떻게 알았어? 

벌써 누가 알려줬어요. 

-

 모래사장에 도작했을 땐 벌써 다섯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모래사장 주변에 있는 커다란 구역은 깨끗이 정리된 데다, 커다 란 아이스크림 차도 한 대 서 있었다. 파라솔, 식탁, 아이스박스까지 배치된 걸 보니 여기서 해변 모임이라도 가지는 모양이다. 

[예신]

내가 초대한 거야. 

크게 놀란 내 모습에 예신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예신]

아무 이유 없어. 그냥... 평범하고도 즐거운 이벤트가 됐으면 좋겠어. 

[로샤]

아이스크림 차는 내가 준비한 거야. 괜찮은 생각인 것 같지 않아? 서로 다른 종류의 아이스크림과 그에 맞게 즐기는 방법을 공유할 수 있다고! 

[카이로스]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파라솔 밑에 앉아도 돼. 

파라솔 아래에 서 있던 카이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알카이드]

해변을 걸어도 돼. 네 결정에 따라 다시 스케줄을 조정하면 되니까. 

 알카이드 선배가 가지고 다니는 서핑보드와 그의 눈가에 서린 웃음기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꼭 내게 프라이빗한 초대장을 보내는 것만 같은 웃음이었다.

 언제부던지 멀지 않은곳에서 로샤와 피터 녀석이 투닥거리며 물총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아인은 아직 뜯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내게 내밀었다. 

[아인]

하나 먹을래? 

 받을지 말지 생각하는데 카이로스가 테이블로 다가와 셔벗을 건넸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사이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세상에 어떤 걱정거리가 있든 이 휴일과는 무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매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백사장에 필쳐진 소란은 계속되어 끝없이 먼 곳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마치 이곳에서 시작된 여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