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빗속의 노래

2024. 4. 2. 20:42이벤트 스토리-2024/비오는 낮과 맑은 밤 (화이트데이)

 빗물이 차창 유리를 씻어내며 만들어낸 빗장막을 통해 거리릅 라보니 가로등이 만들어낸 흐릿한 빛의 띠가 세상을 뒤덮는다. 알카이드는 차 사이에 자신의 차를 후진시켰다.

 

[로지타]

역시 베스트 드라이버네요.

 

 알카이드는 몸을 내밀어 내 안전벨트를 풀어줬다. 그의 머리카락이 내 어깨를 살짝 간지럽혔다.

 

[알카이드]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 뭐든 똑같아.

 

 나는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봤다. 차 안이 조금 더워진 것 같은데... 크흠. 가볍게 기침을 하고선 문을 열었다. 옆 차와의 간격이 조금 가까워 힘들게 우산을 폈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 당장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땅에 딛은 순간, 후회하고 말았다. 신발 밑창으로 촉촉함이 퍼지고, 나는 천천히 웅덩이를 밟으며 운전석으로 다가가 우산을 알카이드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로지타]

알카이드 기사님.

 

알카이드가 내 손에 있는 우산을 받았다.

 

[알카이드]

응?

 

[로지타]

차에서 내리면 발 밑을 조심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흠뻑 젖은 양말을 얻을 수 있거든요.

 

[알카이드]

로지타 아가씨. 당신을 바라보느라 땅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군요.

 

 아래를 바라보니 알카이드의 신발도 물에 젖어있었다.

 

[알카이드]

...그래도 알려줘서 고마워.

 

 항아리를 깬다는 건 때로는 삶의 철학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물웅덩이를 피해 걷지만, 신발이 흠뻑 젖어버리면 물을 밟는 것이 때로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나와 알카이드는 현관에 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에 얼굴에 핀 웃음꽃을 보았다. 현관등으로부터 도달한 부드럽고도 따뜻한 빛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알카이드의 눈빛만큼은 밝았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다가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볍게 맞닿은 키스는 점점 깊어졌다. 나는 알카이드의 부드러운 이끌림을 따라 한 발짝 뒤로 물러났는데, 매끈한 바닥에 젖은 양말이 미끌어져 끼익-하는 소리가 났다.

 3초간 정적이 지나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로지타]

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알카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

응, 네 신발이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건가봐.

 

 나와 알카이드는 실내화로 갈아신고 방으로 들어갔다. 알카이드는 마른 수건을 가져와 내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그러고는 작은 케이크를 준비했다며 내게 건냈다. 나는 케이크를 들고 한스푼 퍼서 그를 보며 웃었다.

 

[로지타]

갑자기 비가 온게 행운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선배가 머리를 닦아...에취!!

 

 알카이드가 포크에 묻은 크림을 핥으며 작게 속삭였다.

 

[알카이드]

지금 보면 머리를 닦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네.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목욕이 제일인데.

 

 그는 내가 케이크를 푸는 걸 보며 굳은 듯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알카이드]

그래야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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