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31. 21:18ㆍ이벤트 스토리-2021/달콤한 휴일
다음 날.
카니발 축제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찾으러 그의 집으로 향했다. 생기 넘치는 녹색 식물이 실내를 아늑하고 우아하게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이곳에 물씬 풍기는 삶의 정취가 느껴졌다. 평소대로 사복을 입고 맨발로 나무 바닥을 밟고 있는 알카이드의 모습은 편안하면서도 깔끔해 보였다.
[로지타]
알카이드 선배는 원래 집에서 슬리퍼 안 신어요?
[알카이드]
응. 집에 오면 몸과 마음이 편해져서, 나도 모르게 더 느슨해지고 자유로운 상대가 되는 것 같아. 거기다... 자연에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알카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에게 다가가 보니, 카니발 축제에서 찍은 사진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만 찍힌 사진이 대부분이었지만,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촬영도 알카이드의 손을 거치니 굉장히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알카이드]
어떤 걸 가져갈래?
[로지타]
당연히 같이 찍은 사진이죠!
웃으며 손에 쥔 사진을 보는 알카이드의 모습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금방 그 사진을 내게 건넸다. 그리고는 물이 담긴 컵도 같이 건넸다.
[알카이드]
물 마시면서 좀 쉬어.
[로지타]
네, 고마워요.
알카이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말했다.
[알카이드]
사진 다 고르면 테라스에 가볼래? 내 '비밀의 정원'이 보고 싶다고 했잖아.
알카이드 집에는 분재가 많이 있는데, 테라스에는 훨씬 더 많다는 그의 말에 내가 장난처럼 그의 정원을 '비밀의 정원'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알카이드의 뒤를 따라 그의 테라스로 향했다.
테라스는 정성스레 손질되어 있었다. 분재도 잘 다듬어져 있고, 덩굴 식물도 잘 자라고 있었다. 티 테이블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물을 가득 재운 크리스탈 볼이 놓여 있었다. 테라스 전체가 마치 하나의 작은 세계 같았다. 그리고 이 세계의 주인은 소파에 기대 앉아 편한 자세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나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고 완전히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알카이드를 마주 보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잡지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로지타]
알카이드 선배, 그거 알아요? 사람의 심리는 여러 가지 소소한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데... 특히 집에 있을 때 그런 점을 숨기기가 힘들대요.
[알카이드]
음... 그럼 로지타, 네가 보기에 지금 내 심리 상대는 어떤 것 같아?
사실 책 내용을 그리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의 질문에 진지하게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로지타]
물건을 적재적소에 둔 걸 보면 융통성이 없는 편은 아니네요. 하지만 가지런하고 규칙적인 배열을 보니, 선배의 마음 상대가 안정되어 있고 느긋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혼자 살면서 많은 식물을 돌본다는 건 그만큼 인내심이 있다는 걸 의미하죠. 그리고... 이방인을 약간 경계한다? 이 부분은 그다지 맞는 것 같진 않네요. 그래도 다른 건 다 맞는 것 같아요.
[알카이드]
날 높이 평가해주니 기쁜데? 하지만 심리 분석이라면 나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아무래도... 식물로 작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건 사실인 것 같아. 적어도 이곳에서 는 마음도 편해지고,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도 되거든.
[로지타]
그럼 선배는 성공했네요.
나는 알카이드를 향해 웃으며 옆을 가리켰다. 그곳엔 막 소파와 티 테이블 사이로 빠져나온 키라가 있었다. 키라는 능숙하게 알카이드의 바짓가랑이를 긁더니, 그의 품에 뛰어올라 편안한 자세로 몸을 움츠렸다. 편히 누운 키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키라의 발을 잡고 흔들었다.
[로지타]
키라는 행복하겠다~ 세상과 떨어진 편안한 곳에 있으니까.
[알카이드]
응?
[로지타]
홀가분하고 자유롭게 살면서 알카이드 선배의 보살핌도 받고 있으니 아무 걱정 없겠어요. 적어도 키라에게만큼은 이런 작은 세상을 만들어줬잖아요.
감탄하다가 절로 긴장이 풀린 나는 신발을 벗었다. 그러자 나무 바닥의 차가움이 발바닥에 스며들어, 초여름의 열기가 한순간에 가셨다.
[알카이드]
로지타.
알카이드는 키라를 소파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가만히 내 손목을 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기더니, 아주 작게 흔들었다.
[로지타]
응?
[알카이드]
너도 내 옆에선 편안하고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근심 걱정 없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 해도 상관없어.
세상과 멀리 떨어진 푸른 정원. 알카이드의 눈을 바라보던 내 마음속에 갑자기 감정이 요동쳤다. 그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의 발등을 밟은 나는 깜짝 놀라서 얼른 발을 뺐다. 알카이드의 눈이 살짝 커진 걸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로지타]
(작은 소리로) 야옹~
선배의 개인 공간을 내게 공유해줘서 고마워요. 정말로,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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