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과거

2024. 3. 23. 15:35각성의 장/용성 편 (아인)

 이 모든 건 언제 시작된 것일까? 1307일 전. 황폐한 그날 아침, 아인은 학생일 때 입던 옷을 입고 지상의 폐허에 왔다. 

 

[아인]

!!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온 그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손이 꽁꽁 얼어붙었을 쯤에야, 그는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래의 나]

나 여기 있어요.

 

 아인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얼어붙었던 그의 손이 그녀의 체온으로 녹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미래의 나]

저 성공했어요. 경계 밖 손님과의 전쟁은 오늘로 끝이에요. 

 

[아인]

정말로 담합에 성공한 거야? 

 

[미래의 나]

네.

 

 하지만 둘 다 기뻐하는 기색 없이, 침묵에 잠겼다. 아인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아인]

조건은? 

 

[미래의 나]

인간은 두 번 다시 지상에 올라올 수 없으며, 감정의 힘을 일정량 제공해야 해요. 그리고 저는 지상에 남아, 경계 밖 손님의 감시를 받게 될 거예요. 

 

 아인은 순간 멈칫했지만, 예상한 듯 보였다. 인간은 최악의 사대를 준비했고, 결국 그것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예상대로... 너무 나도 무력했다. 

 

[아인]

다른 방법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아니면 네가 말한 대로 하자. 하지만 나랑 함께 가야 해. 

 

[미래의 나]

아인 선배. 

 

 소녀가 아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추운 게 분명하지만, 열이 나고 있었다. 

 

[미래의 나]

용의 도시를 부탁해요. 

 

[아인]

뭐라고? 

 

[미래의 나]

용의 도시는 인류의 마지막 보루예요. 제가 지상에서 용의 도시를 지원할게요. 하지만 지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어요. 인류는 언젠가 지상으로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다리를 놔야해요. 다리의 양쪽이 완성되지 않으면, 사명은 완수할수 없어요. 저는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다리가 되었으면 해요. 

 

아인의 동공이 커졌다. 

 

[미래의 나]

속박되는 삶을 싫어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렇게 옭아매고 말았네요. 

 

[아인]

그것 때문이 아니야. 난 네 결정을 믿어. 단지 널 볼수 없다는 게, 특히 네가 위험할 때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게 싫을 뿐이지.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미래의 나]

......이게 최선이에요. 미안해요...

 

 ...그것이 그녀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아인은 늘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렸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사과했다. 가장 용감한 사람이 바로 그녀인데, 왜 그녀가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가... 인류가 후퇴할 때마다 그녀는 최전선에 나서 싸웠다. 힘이 드러나고 정체가 탄로 날 지라도,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인류가 희망을 잃었을 때도, 그녀는 홀로 목숨을 걸고 경계 밖 손님을 찾아갔다. 

 

[아인]

...약속할게. 

 

아인이 소녀를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너를 대신해, 지하 도시를 지켜내겠다고. 너와 함께 다리를 놓기 위해, 이 속박을 감당할게. 그리고 널 데리러 올게. 언젠가는, 반드시.

'각성의 장 > 용성 편 (아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9화. 도발  (0) 2024.03.23
8화. 재회  (0) 2024.03.23
6화. 배신자  (0) 2024.03.07
5화. 감정  (0) 2024.03.07
4화. 패전의 기쁨  (0) 202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