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스토리-20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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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편 1화. 숲에서의 만남.
으슥한 검은 숲속을 걸었다. 발밑에는 두툼한 솔잎과 이끼들이 밟히고, 주위에는 기괴한 식물들이 무성했다. 나뭇가지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고 어디신가 검은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신경을 긁는 건,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털뭉치 녀석이었다. [미오] 마법약 재료를 구하는 일은 위대한 주인님에겐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죠. 미오는 내 마법약 공방 근처에서 재료들을 굉장히 많이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구별하고 수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전혀 모른 채, 그저 세계를 정복할 마녀님은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만 말해댔다. [나] ... 질척거리는 숲길을 긷다 보니, 의욕이 사그라들어 전부 그만두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시 몇 개가 지면의 검은 흙을 뚫고 나..
2023.12.26 -
알카이드 편 4화. 꿈의 여운
난 영원히 죽지 않는 마녀다. 난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백 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진귀한 꽃과 열매를 채집하고. 피닉스의 깃털과 용의 숨결을 수집했다. [나]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난 진귀한 보물들이 담긴 상자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러자 알카이드가 다가오더니,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몸을 굽혀 그것들을 주웠다. [알카이드] 왜 또 이렇게 화가 났나요? [나] 다 소용없는 것들이에요. [알카이드] 왜 소용이 없죠? 로즈메리 잎으로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약을 만들 수 있어요. 피닉스의 꼬리털은 마법 무기의 마력을 증폭시켜주죠. 그리고... [나] 하지만 당신의 생명을 연장할 순 없잖아요. 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두툼한 수기 노트를 다시 한 장 넘겠다. [나] 이렇게나 많은 실험을 했는데. ..
2023.12.24 -
알카이드 편 3화. 촉감
인형들이 소곤거렸다. "주인님을 다른 녀석에게 빼앗기면 안 돼." "내 거야, 오직 나만의 거라고!" 그저 주인님을 너무 좋아했던 것 뿐이라면, 뭘 잘못한 걸까. 알카이드의 다과회 테이블은 내 마법약 제조 장소가 되었다. 내가 만들 약은 재료가 복잡한 데다 제조 과정도 매우 어려워서. 조금만 잘못되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무리 알카이드가 도와줬다 해도, 그동안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나] 미오가 있었다면 분명...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미오를 보지 못한 것 같은데...? [나] 미오는 이제 장원에 없는 건가요? [알카이드] 내가 내보냈어요. 알카이드는 이런 내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태연하게 날 쳐다봤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손을..
2023.12.24 -
알카이드 편 2화. 조수
사실을 눈앞에 두고. 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카이드, 아니 인형 알카이드는... 내 실험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그 두툼한 수기 노트는 대부분 내가 그를 인형으로 만들기 위해 진행했던 각종 시도들이었다. 노트에 적현 시도들은 하나같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내 눈앞에 있는 알카이드는... 그는 다과회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서. 예의 바른 모습으로 날 가만히 응시했다. 미오는 리버스 포션을 제외하면, 그는 내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내가 정말... 알카이드를 소유하기 위해 멋대로 그를 이렇게 만든 걸까? [알카이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군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요? 알카이드는 여느 때처럼 세심했지만. 그의 짤막한 말과 느릿한 말투를 들으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 인형의 몸이 불편하..
2023.12.24 -
알카이드편 1화. 소생
아이고, 대체 뭘 잘못한 거야? 수군수군... 중얼중얼... 리버스 포션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무시무시하면서도, 가장 제조하기 어려운 약이다. 그리고 그것을 발명한 사람은, '300년 이래 가장 강력한 마녀'... 난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내가 기억을 일었다는 걸 알게된 미오는 금새 안내자가 되어 내게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다시 알려줬다. 그 지식들은 내가 과거에 적어둔 메모와 책에서 나은 것들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예전의 나'는 해박하고 유능한 존재였다.난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백 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진귀한 꽃과 열매를 채집하고 피닉스의 깃털과 용의 숨결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건... 뭐지? 책장을 절반쯤 뒤졌을 때, 두툼한 수기 노트가 눈길을 끌었다. 앞의 몇 페..
2023.12.24 -
프롤로그
[정재한] 후배님, 오늘 밤 내가 뭘로 분장하는지 맞춰볼래? [나] 분장? 학생회에서 이벤트라도 하나 봐요? [정재한] 잊었어? 오늘 할로윈이잖아. [나] 음... 완전히 잊고있었네요. 오즘 과제에 치여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거든요. [정재한] 어쨌든 오늘 밤 내가 만든 귀신의 집에 꼭 와, 난 실내장치를 점검해야해서, 이만 끊을게! [나] 앗, 잠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재한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일 년이 지났어도 그의 급한 성격은 여전했다. 난 웃으며 휴대폰에 표시된 시간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올해 할로원축제라... 당연히 가야지! 작년 할로원 축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따로 부스를 운영하지 않지만 구경하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날이 점점 어두위졌다. 난 웃을..
20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