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스토리- 2021/목표 전쟁 도시(14)
-
[SSR] 전쟁의 흔적 6화. 검푸른 빛
알카이드는 조금 전에 얻은 광석을 전시대에 올려놨다. 실내는 상당히 어두웠다. 희미한 차가운 푸른빛이 방을 더욱 음산하게 만들었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정도까진 아니지만,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알카이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광석의 기이한 문양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가 살며시 고개를 들자 어깨에 걸쳐둔 외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차가운 불빛 아래 시선을 사로잡는 기이한 문양이 고목이 뿌리를 뻗고 그의 등에 퍼져 나갔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벌레의 심장이라는 이름의 광석이 새벽녘의 햇살처럼 미미한 빛을 냈다. 알카이드는 살며시 눈을 내리깔며 자신의 정보창을 흘끗 쳐다봤다. 기본 정보 외에 그의 닉네임 옆에 회색 글자가 적혀 있었다 권한 소유자. 알카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몇 달 전 일을 떠올렸다..
2024.05.19 -
[SSR] 전쟁의 흔적 5화. 지하 소굴과 소풍
최종 보스는 지하 동굴에 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빛은 사라지고 온도는 내려갔다. 머릿속에 최종 보스에 관한 정보가 떠올랐다. 초반의 던전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지만, 숙런된 플레이어들이 고전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 던전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헬난이도 던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알카이드]로지타, 무슨 생각해? [로지타]보스 말이에요, 솔직히 좀 긴장되네요. 일반적인 던전과 달리 이 유적은 보스를 쓰러트리지 않아도 된다. 사실 클리어 조건은 지극히 단순하다. 일정 시간만 살아서 버티면 된다. 하지만 압도적인 상대를 마주한다면, 버티는 것조차 어려위지기 마련이다. 던전이 막 나왔을 땐 커뮤니티에서 3분을 버텼다는 플레이어를 찾기조차 힘들었다. [로지타]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건 둘째치고 보스의 ..
2024.05.19 -
[SSR] 전쟁의 흔적 4화. 던전 공략
그 뒤로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나아가며 순조롭게 던전 내 휴식처까지 도달했다. [로지타]이다음부터는 전처럼 그리 쉽지 않을 테니까 잠시 쉬었다 가죠. [알카이드]좋아. 이 주변엔 자원 채집 지점이 많지만 진짜 쓸모 있는 건 얼마 안 돼. 차라리 지름길로 가는 게 더 좋겠어. [로지타]선배는 모르는 게 없네요. 알카이드가 고개를 저었다. [알카이드]그 정도는 아니야. [로지타]왜 아니에요! 아까도 선배가 몬스터들의 특징을 몰랐다면, 진작에 게임이 끝났을 걸요? 알카이드가 없었다면 혼자서 여기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거다. [로지타]자원 채집도 선배만 믿을게요! 알카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나름은 긍정적인 대답인가보다. 짧은 휴식을 마진 우리는 자원 채집 지점에 도착했다...
2024.05.19 -
[SSR] 전쟁의 흔적 3화. 벌레의 심장
다음 날 나는 알카이드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각자 장비를 확인하고 던전에 들어가려는데, 알카이드가 날 붙잡았다. [알카이드]로지타, 어제 밤새웠지? [로지타]아니에요... 반사적으로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감추지 못했다. [알카이드]목소리만 들어도 피곤한 게 느껴지는데. 정말 괜찮아? 조금의 비난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걱정이었다. 그 목소리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로지타]커뮤니티에서 공략을 좀 찾아봤어요. 다만 공략이 조금 엉망이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뿐이에요. 내가 클리 어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사실 별일이 아니었지만,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다 못해 마지막에는 나조차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2024.05.19 -
[SSR] 전쟁의 흔적 2화. 고고학자
[로지타] 선배 혼자 여기 있는 건 너무 위험해요. 〈목표: 전쟁 도시〉에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하지만, 게임 난이도를 고려해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전투형 직업을 선호한다. 전투에 자신 없는 플레이어들은 서포트형 직업을 선택한다. 대부분 힐러를 고르는 반면, 알카이드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를 택했다. 그가 선택한 고고학자는 게임에서 가장 인기 없는 직업으로, 대부분의 스킬 포인트를 고고학 같은 생활형 스킬에 사용해야 한다. [알카이드]괜찮아. 여긴 몬스터의 행동반경을 벗어난 곳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선 몬스터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지만, 알카이드가 서 있는 이곳은 태풍의 눈처럼 기이하리만치 고요했다. 혼란스러운 구역에는..
2024.05.19 -
[SSR] 전쟁의 흔적 1화. 부탁
[탐험대 대장]죄송해요. 저희끼리 얘기를 좀 해봤는데, 의뢰는 못 받을 것 같아요. [로지타]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니었나요? 보수가 부족해서 그러시는 거면, 저희랑 얘기해 보시고 맞춰드릴 수 있어요.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에 상대방도 상당히 열정적으로 응했다. [탐험대 대장]그게 아니라... 저희 능력으론 한계가 있네요 죄송합니다. [로지타]또 거절당했네... 모니터를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주일 전, 게임에 새로운 벌레 유적 던전이 열렸다. 나온 지 하루도 안 된 던전은 실패율 신기록을 세웠고, 커뮤니티에서는 최고 난이도의 던전이라 평했다. 하지만 그만큼 보상이 두둑했기에, 엄청난 실패율에도 인기가 가장 많았다. 나와 알카이드도 이 던전을 탐험할 계획이었다. 던전의 난이도를 고려해..
2024.05.19 -
알카이드 편 6화. 후일담
[로지타]다 그렸다... 선배, 어때요? 완성된 캔버스를 알카이드에게 건네자 그가 허리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응, 아주 좋아. 키라도 다가와 내 작품을 자세히 보더니 '냥' 소리를 내며 작게 울었다. 사건이 끝난 뒤 맞이하는 첫 번째 주말이었다. -일주일 전 알카이드가 게임을 끄고 오겠다고 했지만, 그를 기다리는 동안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은 억누를 수가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를 찾으러 가기 위해 문을 연 순간, 벨을 누르려던 그와 마주쳤다. [알카이드]로지타? 무슨 일... 그가 하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긴장한 채 크게 당황한 내가 들어 있었다. [알카이드]미안해, 나 때문에 걱..
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