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 전쟁의 흔적 5화. 지하 소굴과 소풍

2024. 5. 19. 19:57이벤트 스토리- 2021/목표 전쟁 도시

 최종 보스는 지하 동굴에 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빛은 사라지고 온도는 내려갔다. 머릿속에 최종 보스에 관한 정보가 떠올랐다. 초반의 던전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지만, 숙런된 플레이어들이 고전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 던전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헬난이도 던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알카이드]

로지타, 무슨 생각해? 

 

[로지타]

보스 말이에요, 솔직히 좀 긴장되네요. 


 일반적인 던전과 달리 이 유적은 보스를 쓰러트리지 않아도 된다. 사실 클리어 조건은 지극히 단순하다. 일정 시간만 살아서 버티면 된다. 하지만 압도적인 상대를 마주한다면, 버티는 것조차 어려위지기 마련이다. 던전이 막 나왔을 땐 커뮤니티에서 3분을 버텼다는 플레이어를 찾기조차 힘들었다. 

 

[로지타]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건 둘째치고 보스의 인공지능이 상당하다고 하던데요? 플레이어가 스킬을 사용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모습이 마치 랭커 유저와 싸우는 것 같대요. 


 내가 말하는 동안 알카이드는 옆에서 조용히 내 말에 귀 기울였다. 

 

[알카이드]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녀석은 널 이기지 못할 거야. 


 단호한 말투와 어딘지 조금 이상한 어조... 마치 알카이드는 보스보다 내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그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로지타]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전 약한데요. 


 잠시 생각에 잡긴 알카이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알카이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되어서 그런가. 상대가 너니까 그냥 믿게 되네. 


-

 동굴 안이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로지타]

이상하다... 보스 방에 들어오면 보스가 바로 나오는 게 국룰이지 않나?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빈 동굴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알카이드]

보스는 여기 없는 것 같은데. 

 

[로지타]

어떻게 던전에 보스가 없을 수가 있죠? 

 

[알카이드]

주말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지. 보스도 쉬고 싶을 때가 있을 테니까. 


 당연히 그럴 가능성은 없다. 정말 그랬다가는 주말에 게임하는 플레이어들을 힘 빠지게 만들었을 테니까. 다른 이유가 있긴 하겠다만... 나도 모르게 알카이드를 쳐다봤다. 저런 말을 하는 알카이드 선배라니, 너무 귀엽잖아. 내가 너무 뚫어지게 쳐다본 건지, 알카이드가 눈을 깜빡였다. 

 

[로지타]

...귀엽다.


 작게 말했건만 알카이드의 귀에 들린 듯, 그가 내게로 몸을 돌렸다. 이내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알카이드]

고마워.

 

[로지타]

​......

 보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사라질 리가 없다. 그렇게 커뮤니티를 뒤지던 나는 우리와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던전은 모든 것이 랜덤으로 결정된다. 몬스터, 자원, 보스의 출현까지도 모든 게 랜덤이다. 하지만 우리 이전에 보스를 보지 못한 플레이어는 대여섯 명뿐이었다. 전체 도전 횟수로 봤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는 뜻이다.

 믿기 힘든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는 나와 달리, 알카이드는 가방을 뒤적거렸다. 보스가 없으니 가져온 아이템을 쓸 곳도 없을 덴데...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그 때, 알카이드가 돗자리를 꺼냈다. 

 

[로지타]

?

 

[알카이드]

​전에 가방에 넣어놨던 거야. 

 

[로지타]

그건 아는데... 그걸 왜 꺼내는 거예요? 

 

[알카이드]

​동굴 밖에 들판이 있거든. 피크닉 하기에 좋은 곳이더라. 


 보스 때문에 고민하느라 근처에 들판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알카이드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보스가 사라졌다고 해도 클리어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일정 시간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마냥 기다리는 건 심심할 거다. 게다가 게임 자체에도 피크닉 기능이 있고, 이곳은 경 치도 좋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만 여기가 실패율이 가장 높은 헬 난이도의 던전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그렇다는 거다. 아직까지는 그럴듯한 위기가 없긴 했지만. 

[로지타]

...던전 이름을 소풍 던전으로 바꿔야겠는데...

 물론 그전에 운이 따라야겠지만. 내 혼잣말에 알카이드는 잘 못 들은 듯 내게 다시 물었다. 

 

[알카이드]

음... 로지타, 가기 싫다면...

 

[로지타]

​갈래요, 갈래요! 

다급하게 외쳤다.